[인터뷰] ‘부부의 세계’ 박선영 “이혼, 고예림은 최후의 승자다” (종합)

(톱스타뉴스 임라라 기자) ‘부부의 세계’ 박선영이 고예림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남긴 소감을 전했다.

박선영은 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손제혁(김영민 분)의 아내이자 전업주부인 고예림 역을 맡아 열열을 펼쳤다. 수시로 이뤄지는 남편의 외도 속 흔들리는 마음을 완벽히 소화하며 극 중 신 스틸러로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지난 24일 ‘부부의 세계’ 종영인터뷰에서 박선영은 드라마 참여 계기를 밝혔다.

“처음에 대본을 보는데 너무 재밌고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은 모완일 감독님이 이 대본을 어떻게 만들어가실지도 궁금했다. 또한 예림이라는 인물도 매력적이었다. 복합적인 인물인데 잘 만들면 너무 재밌을거 같았기에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 드라마 ‘닥터포스터’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고예림 역할 역시 원작에도 등장하나, 박선영은 오히려 일부러 원작을 피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원작을 참고하진 않았다. 고예림은 어찌보면 한국정서에 더 어울리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속으로 켜켜히 쌓여가는 감정들을 담담하지만 세밀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박선영이 만들어낸 고예림은 말 그대로 고요하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표현해야만 하는 인물이었다. 남편 손제혁의 외도를 눈치채면서도 아무도 알지 못하고 속으로 삭혀야 했고, 지선우와의 외도 역시 눈을 감아줬다. 연기하면서 박선영에게 고예림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처음엔 뭔가 미스테리하고 고요하지만 자기 주관이 있는 묘한 캐릭터를 구축하려고 했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이 여자의 심리가 너무 안타깝고 동화되서 그 심리에 더 집중하게 됐다. 늘 안으로 삼키고 참고..언뜻 비치는 진심에서 많은 감정들을 표현해야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나중엔 오히려 담백하게 풀어내는 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도 현실적으로 느끼셨던 것 같다”

 
처음 대중들에게 박선영의 고예림을 각인시켰던 장면은 4회 여다경(한소희 분)이 이태오(박해준 분)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 화장실에서 쏘아붙이는 장면이었다.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여다경을 비난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사이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에 박선영도 시청자들의 호평에 감사 인사를 했다. 

“여다경한테 경고하는 씬이었죠. 기본적으로 예림이는 선우를 좋아해요 친구로서. 동경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선우도 나처럼 같은 일을 겪고 있잖아요 다경이에 대한 적대감이 크죠. 

물론 여행도 가고 그동안 묵인하고 방관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죄책감도 있었을거예요. 그런데 다경이가 그 근간을 흔들려고 하니까 경고하는거죠. 예림이 캐릭터상 차분하게 할말을 한건데 그게 더 쎄다고 생각했거든요.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나봐요. 사이다라고 많이들 좋아해주셨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태오의 불륜을 속였고, 남편 손제혁이 지선우(김희애 분)와 불륜을 저질렀음에도 결국 지선우와 다시 화해를 한다는 지점이 이해가 안 간다는 평이 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선영은 고예림이 지선우에게 가진 동경과 동정심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예림은 지선우를 좋아하고 동경한다. 또 비슷한 일을 겪는 같은 여자로서 동정하기에 진심으로 선우가 잘되길 바란다. 다경이한테 적대감을 보이는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렇기에 나중에는 그런 선우를 돕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쉽게 받아들여지진는 않았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며 풀어나갔다”

 
결국 지선우와 고예림, 두 사람 모두 부부의 세계를 깨트리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고예림, 손제혁 부부는 말미 재결합에 성공하고 애틋한 모습이 그려졌기에 두 사람의 결별은 반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시청자들의 평도 그러하듯, 박선영 또한 이혼을 예정된 결말이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고예림은 그 마지막 지점을 향해 가는거나 다름 없다. 결국 홀로서기까지 이 여자가 겪는 상처, 아픔, 고통, 성장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아마 현실이라면 선우처럼 단호하고 극단적인 행동파 보다는 예림이처럼 힘든 시간을 견디며 결말을 맞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마음이 간다는 말씀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찾아 홀로 선다. 그래서 저는 고예림이 좋다. ‘최후의 승자‘라고들 하시더라”

예정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던 고예림과 손제혁의 관계. 많은 시청자들이 이들의 이혼을 예상했기에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되는 지점이 오히려 이해가 안 됐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 반응들에 대해 박선영도 공감했다.

“손재혁도 분명 진심이었고 그래서 예림이가 받아주기로 한거다. 예림이도 제혁이를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그 관계를 쉽게 떨쳐내지 못한 것이고. 하지만 이미 두사람의 끝은 예견된 것이었다. 가장 가까운 두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신뢰가 바닥을 치면 그건 회복하기 거의 불가능 한거니까. 

그 과정을 통해서 예림이라는 인물이 성장하고 홀로 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그런 반응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선우 역의 김희애와는 대립과 협력을 오가는 다채로운 관계였다면, 여다경 역의 한소희와는 끝까지 대립의 대립을 보여주는 관계였다. 실제 촬영장에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땠을지도 궁금했다.

”다경이랑은 늘 대립하고 좋았던 적이 없었다(웃음) 하지만 한소희라는 친구는 엄청 털털하고 귀엽다. 그 어린 친구가 중압감을 떨쳐내고 심지어 계속 성장하면서 좋은 연기 하는거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김희애 선배님은 말로 하기가 어렵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김희애가 아니면 이거 누가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배우들의 로망이자 롤모델같은 분이시다. 현장에서도 늘 완벽하시고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 해주시고 때론 소녀 같으시기도 했다(웃음)”

남편 손제혁 역의 김영민과의 연기 호흡 또한 일품이었다. 박선영은 그와 호흡을 맞추며 든든한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김영민 선배님도 워낙 연기 잘하셔서 호흡이 잘 맞았다.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정말 중요한데 어떻게 해도 다 받아주실거란 믿음 같은게 있었고 역시나 그랬다. 촬영 전엔 세상 좋은 오빤데 촬영만 시작하면 아주 미웠다. 현장에서 제가 엄청 구박했다. 등짝도 많이 때리고...나쁜사람이다(웃음)”

박선영이 ‘부부의 세계’ 속 고예림의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 역시 남편 손제혁과 호흡을 맞춘 장면이었다. 고예림, 손제혁 부부의 이별을 직감하게 하는 절절한 감정선이 묻어있는 장면이기에, 박선영 역시 그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예림이가 제혁이한테 ‘나는 괜찮지가 않다’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결국 그 관계에 미래가 없다는걸 인정하고 털어내는 장면이었는데 많이 슬펐다. 고예림으로 7개월을 살았는데 그 감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느낌이었다. 눈물이 많이 나서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부부의 세계’는 첫 회 6.3%(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를 시작으로 마지막 회 최고 28.4%로 종영하며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뜨거운 열풍의 중심에서 박선영이 느낀 ‘부부의 세계’ 인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워낙 대본도 재밌고, 최고의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이 모여서 작업을 하니까 어느 정도는 잘될 것 같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정도일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다들 놀라고 얼떨떨하면서도 너무 감사하고 그랬다”

“아마 매회가 마지막인 것 같은 스토리 몰입감과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탁월한 연출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일체감을 느끼게 한 것 같다.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대놓고 말하긴 꺼려지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세련되게 만든거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뜨거웠던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 그렇기에 이번 작품과 고예림이란 캐릭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박선영 역시 ‘부부의 세계’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지 묻자 “행운”이라 답했다.

“배우가 이런 드라마를 만나는 건 행운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했던 것 같다. 게다가 말도 못할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니 더할 나위 없다. 그리고 이 캐릭터에 무척 마음이 갔다. 애증이라고 해야 하나…많이 고민하고, 애쓰고 배우고울고 웃고 한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임라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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