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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픽] "응답하라, 슬기로운 캐스팅"…신원호의 눈에 띈 그들은 '원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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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기자] "첫판은 무조건 망할 텐데, 망할 거면 다르게 망해보자."

신원호PD가 이우정 작가와 처음으로 tvN '응답하라 1997'을 시작할 당시 먹었던 마음이었다. 당시 신PD는 KBS2 버라이어티 예능 분야에서 활동하던 이우정 작가를 불렀고, 색다르게 망할 방법을 찾았던 그들은 결국 '응답하라'라는 하나의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2012년 조용히 시작한 감성 복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7'는 주연 서인국, 정은지 앞에 붙었던 '슈퍼스타K',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수식어를 떼는 발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채널의 색을 명확히 잡지 못했던 tvN을 본격적인 드라마 강국으로 만들어낸 시발점이 됐다. 
 
tvN '응답하라1997', '응답하라1994' 방송 캡처

# 다르게 망한 '응답하라'는 성공이 됐다

케이블 드라마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응답하라1997'의 엄청난 성공 이후 신PD는 속편 우려를 딛고 1994년과 1988년까지 성공적으로 응답시켰다. 신원호PD의 성과는 비단 드라마 자체의 흥행 뿐만은 아니었다. 

단역과 조연으로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지만, 영화 '바람'으로 서서히 빛을 보게 된 배우 정우를 브라운관으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하며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정우에게는 쓰레기를 통해 '바람' 속 캐릭터인 친근한 동네형 이미지를 극대화했고, 고아라에게는 그전까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파트라슈 성나정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하며 연기 변신을 꾀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응답하라 1988'의 배우 류준열의 발견이 그러하다. 현재는 충무로를 휩쓸며 스크린관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 역시도 오랜 무명생활을 겪었다. 신PD는 류준열의 비중이 많지 않았던 영화 '소셜포비아' 속 양게 역을 맡은 그를 보고 "양게 데려와"라고 말하며 직접 캐스팅 제의를 했다. 당시 30대라는 늦은 나이 때문이었을까. 화제가 된 오디션 영상 속 류준열은 캐스팅 소식에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였고, 2015년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그는 단숨에 '충무로의 원석'으로 떠올랐다.
 
tvN '응답하라1988', '슬기로운 감빵생활' 방송 캡처 

# '응답하라'를 멈추고 내린 '슬기로운' 선택

'응답하라1998'까지 성공하며 3작품 연속 흥행에 성공한 신PD는 의외의 선언을 한다. 1988년도 다음 시리즈는 무엇이 될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와 매칭되는 연도가 맞아떨어지면 할 것 같다. 2000년대 초반, 군사정권 시절 등의 스터디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안은 없다"고 말하며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응답하라' 시리즈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잠시 멈추겠다고 선언한 신PD는 1년 뒤, 범죄자 미화 논란으로 우려를 낳았던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작한다. 당시 그는 해당 논란에 대해 "감옥을 압박하는 공간이 아닌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그릴 것"이라고 말하며 "제소자, 교도관 등 다양한 인생의 삶을 보여주는데 주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옥이라는 생소하고도 먼 공간에 드라마는 말 그대로 그는 슬기롭게 다가갔다. '감옥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연 모두에게도 각자의 명확한 서사를 부여했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방송 캡처 

# 또 한 번 박해수, 이규형이라는 원석을 캐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신PD는 당시 연극계에서 주로 활동했던 배우 박해수를 파격 캐스팅한다. '응답하라 1988' 성공 이후 다음 작품 주연에도 관심이 쏠린 상황에 브라운관에서는 조연으로 단 4작품에 출연한 그를 선택한 배경에 당연한 관심이 쏠렸다. 당시 신PD는 "(박해수의) 연극 작품을 본 뒤 직접 결정했다. 내 캐스팅 조건은 만들어진 캐릭터에 적합한 외형, 연기력, 음성이다"고 밝히며 "그런데 항상 조건에 걸려드는 건 신인들이었다"고 전했다. 

슈퍼스타였던 한 야구선수가 동생의 강간범 과잉방위 혐의로 단숨에 제소자가 된다는 설정, 제혁이라는 인물이 나머지 제소자들과 함께 자신의 방식으로 녹아드는 방법, 거기서 생긴 세밀한 감정들을 표현하며 박해수는 신PD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걸 몸소 증명했다. 또한 박해수라는 배우가 가진 페이스 이면의 따뜻한 이미지까지 발견해내며 배우 자체의 성장에도 일명 '도움닫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소화한 배우 이규형 역시 종영 이후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신PD는 이규형의 뮤지컬 작품 속 만취연기를 보고 해롱이 역으로 그를 낙점했다. 유한양 역을 맡은 이규형은 마약범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이 담긴 인물에 직접 고양이 말투를 접목시켜 해롱이 캐릭터를 구현, 캐릭터 설정이 가진 이면적인 면 역시 고려하며 풍부한 시각으로 연기에 임했다. 

전작 tvN '비밀의 숲'의 윤세원 역과는 180도 다른 이미지로 또 한번 충격을 준 배우 이규형은 JTBC '라이프', SBS '의사요한' 이후 tvN '하이바이,마마'까지 현재까지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방송 캡처 

#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발견한 배우 전미도

신원호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일명 '99즈'로 불리는 조정석, 전미도,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을 캐스팅한다. 유연석과는 전작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정경호와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한차례 호흡을 맞췄고, '미생' 김대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대명, 영화와 드라마로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조정석이라는 화려한 라인업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단 한 명의 여자이자 주연인 뮤지컬 배우 전미도를 선택한다. 

전미도 역시 연극, 뮤지컬계에서는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지만, 드라마 출연은 tvN '마더' 에서 잠깐 출연한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신PD는 그를 선택했고, 전미도는 채송화가 가진 끼가 넘치는 인간적인 면과, 그리고 의사로서 냉철한 면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의 가능성을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tvN '응답하라1994',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처 

# 주조연의 경계를 '슬기롭게' 허물다

신PD의 작품을 꾸준히 본 시청자였으면 눈치챘을 대목이다. '응답하라1997'부터 시작해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그는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도 슬기롭게 캐스팅해왔다. 사실상 그의 드라마에 조연, 주연이라는 구분은 무색할 정도다. 

'응답하라 1994'에 순호준, 김성균이 없었다면, '응답하라 1988'에 안재홍이 없었다면,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해롱이가 없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내본다면 신PD의 작품 속 드라마는 단순히 주연을 '돕는 역할'이 아닌 드라마 자체의 전체 줄거리와 캐릭터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메인 역할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가져갈 수 있는 스토리의 다양성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 

특히나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 장점이 더욱 명확하다. 총 16개의 에피소드를 모든 인물에 최소 1개씩 부여했다. 예를 들어, '응답하라 1994'에 민도희, 김성균의 엄마 에피소드를 통해 두 사람이 결혼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응답하라 1988'에 부여된 김선영과 최무성의 이야기는 향후 덕선(혜리)네 가족과 택(박보검), 선우(고경표)네 가족의 결말에 큰 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단 하나의 에피소드도 짜임새 있게 등장인물을 활용하며 결국 드라마 속 모두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방송 캡처 

# 누구더라? 스쳐지나간 배우들도 돋보이게하는 신원호(워노) 매직

"어디 나왔더라, 누구더라, 누구지?" 아마 신PD의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반응일 것이다. 직접 배우들을 하나씩 찾아보면, 단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신PD 작품에 한번 씩 출연한 배우들이 있다는 것. 성동일, 이일화 뿐만 아니라 현재 방영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에도 예외는 없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채송화(전미도)를 짝사랑하는 안치홍(김준한)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유한양(이규형)의 연인으로 등장했다. 또, 흉부외과 의사 역의 천명태(최영우) 역시 '감빵생활'에서 정경호와 함께 비리 교도관으로 출연, 집 전세사기로 화제를 모은 도재학 역의 정문성도 정우(정해인)의 친 형으로 등장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이라는 배경과 99즈 5명이 모두 다른 의국에서 일하는 설정으로 인해 주변인물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진 만큼 신현빈, 안은진, 김준한, 정문성, 곽선영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두가 주목받으며 나날이 화제성을 더해가고 있다. 

어쩌면 "이미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던 배우들이 신원호 감독의 작품을 만난 것 뿐"이라는 반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알도 누군가 쳐줘야 그 틈이 생겨 깨어나듯, 그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날개 한 쪽을 갖게 되는 건 확실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화려한 드라마보다, 소소한 인물과 삶에 집중하며 그 자체를 그려내는 신원호PD의 작품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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