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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지만 강한 거인 ‘기생충’ 곽신애 대표, 제작자로서 전한 포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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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기자] 한 달여간의 오스카 레이스를 마치고 돌아온 ‘기생충’ 곽신애 대표는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어쩌면 그 능력이 그를 현재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것은 아니었을까.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서 ‘기생충’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백수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다.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74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외국어영화상 및 각본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총 4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곽신애 대표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곽신애 대표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오스카 레이스를 마친 뒤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질문에 곽신애 대표는 “시차 문제가 아닌데도 요즘 새벽 4~5시에 눈이 떠진다”면서 “그래서 낮에 사무실 소파에 누워있다가 일어나고, 밤 10시만 되면 또 잠이 쏟아진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장기간 출장을 간 건 처음인데, 한국 돌아와서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을 정도여서 문자를 남겨달라고만 했다”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엄청 오더라”고 덧붙였다.

오스카상을 수상하고 혼란스럽지는 않느냐고 묻자 그는 “갑자기 유명인사 대접을 받는 게 어색할 뿐”이라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혹시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까봐 최근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를 검색해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촬영 당시 지었던 세트 등지를 다시 복원하려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를 더 해서 진행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진지한 연락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계획안을 보고 판단하겠지만, 유지보수 면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봉준호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듯, 그런 것보다는 영화 자체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사상 최초로 아시아 여성 제작자로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곽신애 대표는 이에 대해서 “처음엔 그런 걸 모르고 있었는데, 막상 최초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좋은 일이 됐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곽신애 대표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곽신애 대표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어 “저도 어릴 때 심재명 대표님이 일하시는 걸 보고 막연하게 영화제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가 여성 제작자로서 오스카 트로피를 따낸 것은 분명 좋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뒤 전한 수상소감이 너무나 간결해서 혹시나 더 준비한 게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그는 “그게 준비한 것의 전부”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기생충’)가 상을 받게 된다면 역사를 만드는 순간이 아닌가. 그래서 저희에게 투표한 아카데미 회원들이 정말 용기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만나게 된 다른 영화 제작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지 궁금했다. 곽 대표는 “프리토킹이 되어야 (가능한) 일인데”라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사실 제작자들은 서로 일적으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나중에 ‘산타 바바라 필름 페스티벌’에서 프로듀서들이 모두 모여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때가 있었다”면서 “이 때 다른 제작자들 답변을 들어보니 다 제가 하는 이야기 같았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아서 일의 본질을 같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곽신애 대표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곽신애 대표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냐는 말에 곽 대표는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연락이 오갔던 건 알고 있다”이라고 답했다.

이미 ‘기생충’으로 정점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 향후 이 작품을 뛰어넘을 작품을 만들 생각이 있는지 묻자 그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경부터 ‘기생충’에 대한 기획에 들어갔다. 당시엔 제가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기생충’이 끝나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놔 놀라움을 안겼다. 그러나 이내 “지금은 못해도 5년은 더 해야겠다고 말하고 다니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송강호와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이 참여한 영화 ‘기생충’은 월드와이드 흥행 2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가장 흥행한 한국영화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더불어 인기에 힘입어 흑백판이 26일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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