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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한석규, 끝없이 질문하는 배우 (종합)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9.1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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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기자] 배우 한석규가 다시 세종을 연기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보여준 세종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스크린에 담은 한석규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어떤 이야기를 전했을까.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배우 한석규를 만나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왕으로 인정받는 ‘세종’은 한석규에게 특별한 캐릭터다. 한석규는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을 연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시대적 배경과 작품에서 다루는 중심 이야기에는 차이가 있다. 이와 함께 한석규는 기존 선보였던 세종과는 또 다른 매력의 세종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세종이라는 캐릭터에 익숙해지려면, 최소 5번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캐릭터에 대한 익숙함은 못 느낄 것 같아요.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해 연기한 이도(세종)는 아버지 영향을 받은 인물인데, 이번 작품은 어머니 영향을 받은 이도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한석규가 ‘세종’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도움을 준 것은 어머니와의 추억이었다. 한석규는 스스로를 어머니에게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뭘 좋아하고 싫어하나. 이런 것들을 생각하니 어머니가 떠올랐어요. 개인적으로 ‘산다’는 것은 다 엄마에게 배웠다고 생각해요. 영향을 아주 크게 받았죠. 그런 부분들에서 세종이 엄마를 좋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는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 최민식, 감독 허진호와 재회했다. 한석규와 허진호 감독은 이들의 대표작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들어냈다. 충무로 대표 절친으로 소문이 자자한 한석규와 최민식은 드라마 ‘서울의 달’과 영화 ‘쉬리’ ‘넘버3’에서 호흡을 맞췄다. 또한 이들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형님은 내가 볼 때 ‘불’이고, 나는 ‘물’이다. 태워도 태워도 뭔가 태울 것이 많은 사람이죠. 나는 물을 모았다가 터트리는 사람이고요. 형은 태울 것이 많아서 미리 태워 놓아야 하고, 나는 물을 미리 버리면 터트릴 것이 없으니 큰일이죠. 우리는 그렇게 달라요. 그런데, 최민식이라는 연기자가 하려고 하는 것과 내가 하려는 것이 같아요. 결국은 돌고 돌아, ‘사람’인거죠”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가까이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배우인 최민식과 한석규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각각 장영실과 세종을 연기했다. 한석규는 세종에게도 사람을 향한 연민이 있었다고 추측했다. 그래서 신분과 상관없이 장영실을 가깝게 뒀고, 백성들을 위해 위험을 무릎 쓰고 다양한 연구와 발명을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세종도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왕 세종과 출신도 불분명한 관노 장영실이 함께 천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내관처럼 옆에 가까이 두고 지냈다. 나는 세종이 절대 타인을 죽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길을 따르지 않기 위해 ‘나는 사람 죽이지 않는 왕이 돼야지’, ‘내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지’라고 생각하는 왕이 아니었을까요”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석규는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이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보고 연기에 매혹된 한석규는 ‘나는 왜 연기를 하나’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던지고 있는 배우다. 

“‘내가 연기를 하게 된 원력은 뭘까’를 생각해보면, 그건 엄마죠. 저는 엄마를 참 좋아했거든요. 엄마 따라 극장에 참 많이 다녔어요.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때 쯤 ‘혹성탈출’을 보고 눈이 뒤집힐 정도였어요. 그리곤 고등학교 2학년 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보게 됐는데 제가 막 전율이 오르고, 몸을 흔들고, 소리를 치고 있더라고요. 제가 그런 애가 아닌데. 그런데 동네 잔치할 때 엄마가 그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그때 알았죠. ‘이런 것이 나한테 왔구나. 유전자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와 최민식은 공통점이 많은 인물들이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시기에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년 시절을 보냈던 장소도 그리 멀지 않은 동네였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를 접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최)민식이 형과 나는 같은 과의 사람이에요. 형의 인터뷰를 보니 ‘나에게 있어 연기는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고 말을 했더라고요. 저랑 관심사가 같아요. 타입은 다르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았고요. 민식이 형의 그 말은 결국 사람에 대한 공부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사람이 궁금해서 연기를 하고 있어요. 남을 위해 하는 것인 줄 알았더니, 결국 다 나를 위해 하는 거였더라고요”

오랜 시간을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한석규는 ‘예술적 체험’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 / 롯데엔터테인먼트

“‘예술’. 단어는 근사하죠. 그런데, 예술이 뭐고, 예술적 체험은 뭘까요.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 화, 웃음. 평생 잊지 못하는 순간 느끼는 감정. ‘그때 정말 웃겼어’, ‘그때는 정말 슬펐지’. 그런 것들이 예술적 체험인 것 같아요. (최)민식이 형과 저는 예술적 체험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있어요”

한석규는 단순히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에서 멈추지 않았다. 꾸준히 자신의 배우 생활에 대해 질문하고, 자신의 캐릭터의 행동 배경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치열한 질문들이 만들어 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속 한석규의 세종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허진호 감독의 복귀작이자 한석규, 최민식 주연의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이달 26일 공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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