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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엑시트’ 930만 관객 돌파...개봉 전 악평 이겨낸 반전 흥행 비결은?...'클리셰 깬 선택과 집중'

  • 임민영 기자
  • 승인 2019.09.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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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영 기자] '엑시트'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여름 극장가의 최종 승리자가 됐다.

지난 4일 '엑시트'는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10일 VOD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천만 관객 달성은 어려워보이는 상황이지만, 개봉 전의 낮은 기대치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엑시트'의 반전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영화 '엑시트' 포스터 / 네이버 영화
CJ엔터테인먼트

극장 개봉 전만 해도 '엑시트'가 흥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송강호, 박해일이라는 검증된 배우들을 기용한 기대작 '나랏말싸미' 의 존재 때문이기도 했지만, B급 영화의 분위기를 풍기는 포스터나 예고편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엑시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했다.    

뻔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엑시트'는 확실히 재미있는 영화다. 도시를 뒤덮은 유독가스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재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락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엑시트'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액션을 선보이면서도, 적절한 코미디 안배로 관객의 피로도를 낮추는 데도 공을 들였다.

'엑시트'는 관객 친화적인 영화가 되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쳐냈다. 범인이 전대 미문의 테러를 저지르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처리했고, 언젠가부터 재난물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무능한 정부' 설정을 차용하지도 않았다. '혼자만 살겠다고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 민폐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의주에게 집적대던 팀장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가 가져온 방독면 덕분에 용남이 도심을 지나쳐 탈출할 수 있었다. 킬링타임용으로 '엑시트'를 선택한 관객이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답답함을 느낄 여지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영화 '엑시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CJ엔터테인먼트

더욱 대단한 것은 오락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왔던 클리셰를 최대한 배제한 것이다. '엑시트'는 중요 인물을 사망처리하는 식으로 신파극을 유도하지도 않고, 로맨스의 비중도 재난영화의 분위기를 해칠 정도로 높지는 않다.

이러한 점 덕분에 '엑시트'는 오락 영화가 으레 듣는 비판인 '너무 진부하다'라는 평가를 피해갈 수 있었다. 대중 친화적인 영화를 표방했음에도 평단의 평가가 나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엑시트'의 초반 전개는 관객들로 하여금 '정말 큰일났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충분할 정도로 긴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시트가 스토리에 코미디를 접목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 내에서 직접적인 사망 장면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엑시트는 박진감은 살리면서도 사망장면과 같은 잔인한 묘사를 피하는 방식으로 12세 관람가로 개봉할 수 있었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가 흥행에 좀 더 유리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엑시트 제작진은 영화 구석구석에 한국 사회 문제에 대한 풍자 요소를 숨겨 놓았다. 주인공인 용남부터가 '짠내 폭발 청년백수' 캐릭터이다. 살기 위해서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 역시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남아 있다가 위험에 빠지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 역시 관객들에게 깊이 생각할만한 요소를 제공한다. 때문에 엑시트는 오락 영화가 빠지기 쉬운 또 다른 함정인 '알맹이가 없다'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었다.

영화 '엑시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CJ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영화의 부차적인 요소를 벗어나지 않는다. '별 생각없이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을 불편하게 할 정도의 비중은 아니다. 풍자에 대한 강박관념은 자칫 관객들에 대한 설교가 되기 쉽다. 엑시트의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외적인 여건이 엑시트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기대작 '나랏말싸미'는 역사왜곡 논란으로 자멸했고, 엑시트와 같은 날 개봉한 '사자' 역시 부족한 완성도의 한계로 인해 세간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했다.

잠재적인 경쟁작들 또한 추석 대목을 노리며 개봉 시기를 늦췄다. 이로 인해 여름 말 극장가에서는 엑시트와 경쟁할 영화가 많지 않았고, 이것이 영화 흥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편 지난 7월 31일 개봉한 엑시트는 9월 10일부터 IPTV와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93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에서도 여전히 상영 중이다. 온 가족이 관람하기 좋은 12세 관람가에 러닝타임은 103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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