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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벌새' 박지후X김새벽, 1994년 아픔 겪으며 성장한 '요즘 세상'…"변화있길 소망" (종합)

  • 강소현 기자
  • 승인 2019.08.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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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현 기자] '벌새' 김보라 감독이 박지후, 김새벽과 1994년이라는 설정을 통해 요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그려냈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벌새'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김보라 감독, 배우 박지후, 김새벽이 참석했다.

'벌새'는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김보라 감독은 전작 '리코더 시험' 단편 이후 7년만에 제작된 '벌새'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관객상,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상/집행위원회 특별상을 비롯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18회 트라이베카국제영화제, 제45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등 전세계 25관왕을 달성하며 첫 장편 데뷔에 성공했다. 

'벌새' 포스터

이날 김보라 감독은 "상을 받게 돼서 감사한 기분이면서도 얼떨떨하고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좋은게 올때 불안한것이 나에게 찾아오는거나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었다. 상이라는게 받을 수 있고 안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지만 의미를 두지말자고 생각했다"면서 "내 상에는 의미를 두지말자 했는데 스텝과 배우들이 상 받으니까 기쁘고 벌새로서 무언가를 보답할 수 있는 느낌이라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김보라 감독은 '벌새'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꿨던 꿈에서 시작됐다. 처음에 시나리오 형태가 아니라 기억, 트라우마 , 잊을 수 없던 상처나 경험의 조각들에서 시작됐다가 2013년 몇년이 흐른 후 시나리오 형태로 탄생했다. 시나리오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성수대교 붕괴라는 큰 사건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어떤것을 간과하고 있었는지를 은희라는 아이의 이야기로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극 중 1994년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성수대교 붕괴 사건에 대해 "성수대교 붕괴라는것이 우리나라가 그 시대에 선진국이 되기 위한 열망, 서구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공기속에서 다리가 무너졌고 물리적 붕괴가 영화속 은희가 만나는 관계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 1994년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벌새' 스틸컷
'벌새' 스틸컷

영화 제목인 '벌새'와  스토리와의 관계에 대해 김보라 감독은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다. 1초의 날갯짓을 평균 80번 하면서 꿀을 찾아 먼거리를 날아다니는 새다. 동물사전같은걸 보니까 벌새는 희망, 사랑, 포기하지 않는 생명력 등 좋은 상징들이 있길래 은희가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고 제대로 사랑받고자 하는 여정을 가는것이 벌새와 닮아 그렇게 제목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2003년생으로 올해 나이 17세인 배우 김지후는 1994년이라는 시대와 은희 캐릭터를 받아들일때 어려움은 없었냐는  "당시 사건때는 제가 없었지만 충분히 뉴스, 기사로 접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면서 "은희의 감정이나 지금의 제 감정이 다를게 없었다. 친구나 부모님과의 관계가 10대 사춘기 소녀인 저랑 비슷하다고 느껴서 공감하면서 연기했다. 보편적인 은희라는 말이 맞다고 생각했고 연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김보라 감독은 박지후, 김새벽 두 배우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오디션이 끝나고 지후가 나가는데 '감독님 저는 볼매에요. 다음 오디션에 불러주세요' 라면서 맑게 웃는데 너무 예뻐보였다. 모두 잘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걸 숨기는게 아니라 투명하고 예쁘게 드러내서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은희도 주도적이고 맑고 투명하지만 성질도 있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아이길 바래서 지후의 투명한 모습이 좋았다. 일단 시나리오를 굉장히 잘 이해했다"고 극찬했다.

이어 김새벽에 대해선 "첫 리딩전에 새벽씨가 영지 선생님을 하면 너무 정답같지 않을까 싶었는데 리딩 하고나서 약간이라도 머뭇거렸던게 가시는 기분일정도로 너무 좋았다. 요즘 트위터를 하고있는데 새벽씨에 대해 누가 여자와 고양이에 친절할 거 같다고 표현했는데 진짜 맞는거 같단 생각을 했다"며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시나리오 작가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배우 캐스팅할때 팁이 무엇이냐고 묻자 약간 오프한 사람을 찾으라고 하더라. 실제 생활에도 매력있는 사람을 캐스팅해야 스크린 밖에서도 매력이 튀어져 나온다고 하셨는데 새벽씨야말로 그 문장에 부합된다고 생각했다. 새벽씨는 정상성의 범주같은 틀에 박힌 범주에 있지않고 실제 매력이 스크린 밖으로 잘 뿜어져 나오는거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김새벽은 김보라 감독에 대해 "섬세함과 명쾌함이 섞여있다. 너무 감사한건 얘기를 잘 들어주신다.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냐면 제가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 있는데 원래 교탁 앞에 서서 부를 수 있는데 감독님께서 어떤 동선으로 할지 물어보셨다. 그때 제가 아이들을 항상 앞에서 보는게 불편한 지점이 있어서 그 순간만큼은 정면을 보고 불러주고 싶다고 얘기하자 불가능하거나 안된다고 하실 수 있는데 이해해주셨다. 저도 긴장했던 씬인데 마음을 다해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후는 "당시 저는 은희가 선물받은 스케치북처럼 연기 자체가 백지 상태였다. 주연이라는 걱정으로 막막했는데 감독님께서 항상 디렉션을 주시고 마음대로 이끌어보라고 기회를 주셔서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감정을 표현할때 경험치가 적어서 감이 안잡혔는데 그럴때마다 믿고 기다려주셔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김보라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김보라 감독은 "사실 이 영화가 3시간 반짜리였는데 주변에서 '정신 차려라'고 해서 울면서 잘랐다. 시대극이다보니 주위에서 많이 말리기도 했다. 저는 94년이여야만 했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와 하나의 우주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결과적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6년넘게 준비했던 작품인데 그 과정에서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것은 이 시나리오를 정말 사랑하냐 물어보면 부끄러움이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 농담처럼 '보라는 벌새에 30대를 다 바쳤다'고 하는데 정말 과하게 사랑한것 같다. 사실 거절을 많이 당하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그런것들이 겹쳐도 하려고 마음먹었던건 시나리오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곪은 상처처럼 느껴졌다.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았었다. 큰 질문이긴 하지만 제 안에서 드릴 수 있는 대답은 더디게 아무것도 안변하는거 같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94년의 은희 가족과 학교의 억압, 사회적 공기라는것이 지금도 한국사회에 있는 공기기 때문에 더 공감해주시는 거 같다. 공감이 기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과거의 자장속에 머물러있는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 나부터라도 어떤걸 할 수 있을까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있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영화 '벌새'는 오는 8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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