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진병훈 기자) 지난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해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가 WTO 기반의 다자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한 산업통상자원부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9일 cbs FM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
그는 “뜻하였으나 이루지 못 한 것도 적지 않다. 수석대표인 저로서는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과 국민에서 잘하고 왔다는 격려를 해줬지만 제 기준으로는 이번 작전은 실패했으며 찬사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패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원래 뜻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일본 측에 대화하자고 제안했고 기대했던 대답은 따로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 측이 대화를 거부했지만 따로 만나자고 했다든지 시간을 달라는 발언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논의 세션이 길지 않았다. 일본이 발표하고 2시간 동안 점심식사를 한 뒤 모였다. 2시간 동안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었으나 결국 기대했던 대답을 못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현정 PD는 “그래도 대화하자는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우리는 일대일로 대화하자고 하는데 일본이 해주지 않았고 국제적으로 궁색해진 것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의결하는 자리는 아니었으나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더 큰 결과를 가져오려고 했던 것 같다”며 그의 노고를 응원했다.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사자가 서로 싸우면 서로 상처를 핥아준다. 아량으로 봐줘야 한다”며 스스로 국제전에서 이겼다고 자축하는 일본 측에 일침을 가했다.
이어 “국제 여론전에서 일본은 실패했다. 우리가 전략을 잘 짜서가 아니라 일본 측이 워낙 황당무계해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사회 당일 제3국 관련자들을 점심시간에 초대해서 자국의 입장을 냉정하게 설명했더니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 정부가 정확한 보고를 못 받은 것이다. 허위 보고를 받았다. 본인이 냉정하게 보고서를 썼다면 유구무언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나는 조목조목 지적했다. 외교관 품위를 생각하지 않고 그 도를 넘을 정도로 몰아세웠다. 일본 대표는 그런 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일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본인들 주장대로 제3국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 입을 다물고 있었겠나? 자신들 조치가 통상 담당 국제무대에서 말하기 난감하니 입을 다문 것”이라고 말했다.
세코 경제 산업상이 최근 “한국이 표결을 요구하자 이를 제지하려고 의장이 나머지 의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중단시켰다”며 마치 우리가 막무가내로 의장에게 매달렸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세코 경제 산업상의 주장도 정확하지 않다. 대신쯤 됐으면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키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어떤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지 제대로 보고 판단하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신님 태도는 일본이 저지른 조치가 어떠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눈을 감고 있는 것 같다. 눈을 떠라. 그 조치로 인해서 일본 내에서도 큰 우려가 있다. 한국의 불편이 아니라 전 세계의 불편”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세코 대신은 귀를 막지 말고 귀를 열어라. 그렇게 떳떳하면 뒤에서 맨션하지 말고 우리 정부 장관이 보자고 했으니 나오라. 입 닫고 계시지 말고 직접 말하라”고 압박했다.
목소리를 높이던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세코 대신이 그 자리에 오면 본인이 일목요연하고 간단명료하게 설명을 올리겠다. 정치인이라면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며 “정수리에 침 한 대 놔주겠다”고 말했다.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앞서 “주일 대사관이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본국에 보낼 것이다. 제 말을 잘 듣고 세코 대신에게 과감히 전달하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장외에서 느낀 제3국 반응은 어땠을까?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내가 발언할 때 박장대소도 나오고 분위기가 좋았다. 반대할 때 웃음은 터뜨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상식적으로 문제가 터져서 한 나라가 피해가 보는데 그 나라가 입을 꾹 닫고 대화하겠다고 하면 애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권 국가가 이 정도로 나오면 해결 의지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며 일본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 “창피한 일인데 일국의 대표가 국제회의장에서 좌중을 바라보며 한국이 대화하고 싶은데 반대할 나라가 있냐고 물었다. 거수한 사람은 없었다. 여러분의 침묵이 한국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고 본국에 말해도 되겠나?”고 전했다고 한다.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이 회의가 끝나고 이런 식으로 자축을 할까 봐 앞서 말한 것처럼 못을 박아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이 그렇게 떳떳하면 국제 회의장에서 왜 가만히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측은 회의가 끝난 뒤 제3국으로부터 응원 문자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상시 근무하는 대표 직원한테 문자가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단행될 것으로 예측됐던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정부 내에서 나왔다. 아베 총리가 29일까지 휴가를 갔기 때문이다.
만일에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을 넘어섰다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바로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아베 총리가 사실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지금 분위기로는 8월 2일 화이트리스트를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WTO에 제소하게 몰아가고 있다. 우리는 끝까지 대화로 풀고 싶다”고 말했다.
WTO에 제소하면 최소 2년의 세월이 걸린다.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경제적 측면에서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WTO는 대등하게 싸우는 링으로 보고 일본 또한 어려운 과정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WTO 제소 과정이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법률과 판례를 따지는 작업이라서 일상생활과 기업 현실과 거리가 멀 수 있다”며 제소한다는 건 단순히 통상법상의 의문점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본 NHK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사린가스 전용이 우려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린가스는 1995년 3월 발생한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유기인계 맹독성 신경가스의 하나다.
NHK는 이름도 밝히지 않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사실상 안보를 핑계로 일본 수출규제를 감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이 안보 예외라는 조항을 들고나왔는데 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모든 통상 규범을 무시해도 되는 것이냐”며 일본 측에 반문했다.
일본 측은 화이트리스트 배제에서 1200개 품목을 거론하고 있다.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전부 다 배제하면 WTO에 명백한 위반이다. 일본 측이 깔끔하게 1200개 품목을 제외하면 저로서는 고맙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화이트리스트 배제나 안보 예외 조항 역시 유구무언이다. 1200개 품목을 모두 배제할 자신이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후쿠시마 수산물 관련 WTO 승소를 이끈 인물이다. 최근 칼잡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칼잡이는 분노와 적개심만 타오르다가 상사가 싸우라고 하면 말없이 푹 찌르거나 찔려서 돌아온다. 국민들 평가대로 시원한 사람은 아닌데 일본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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