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땐 어느 쪽이 이기든 심각한 응어리"…"보복 악순환 안돼"
아사히 "정치와 역사 문제를 무역관리(수출규제)로 연결하는 것은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일본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
마이니치 "'백색 국가'에서 한국 제외를 강행하면 일본 제품의 불매 운동 등 민간 차원에서 반일 운동이 확산할 것"
도쿄신문 "무역 문제에 정치를 끌어들이는 '정치적 이용'으로 판단될 경우 일본에 엄혹한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다"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정령) 개정안을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르면 내달 2일 열리는 각의에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다.
일본의 정례 각의는 화요일과 금요일 열린다.
이에 따라 내달 2일(금) 각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면 의견공모 마감 후 2차례의 정례 각의를 건너뛰고 3번째 각의에서 결정하는 셈이 된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의 각의 결정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산업성이 지난 24일 의견 접수를 마감하고 내용을 정밀 분석 중"이라며 "어쨌든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실행적 수출관리 관점에서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개정안이 각의를 통과하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연서한 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공포하는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하면 어떻게 되나?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수입을 하는 절차가 복잡해짐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본이 아닌 다른 수입선을 찾게 되는 것은 필연지사다.
전세계에서 일본만 생산 가능한 품목도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게 마련이어서, 이번 기회에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내생산이 가능한 소재는 직접 생산을 통해 일본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일본은 한국이라는 큰 시장을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꼴이 된다.
한국이 일본이 아닌 제3국을 통해 소재와 부품을 수입해 경제가 정상화되거나 한국이 자체 생산한 소재가 일본제품의 품질과 유사한 수준에 오를 경우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이미 거세게 타오르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도 더욱 격해질 수 있다.
이미 완제품 차원의 불매운동이 아니라 일본에서 재료를 수입해서 국내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고민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결정이 될 경우, 일본에서 수입해서 제조하는 국내 생산품 역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베의 한국때리기의 배경은?
아베가 이처럼 한국 때리기에 계속 매진하는 이유는 개헌을 통해 자위대를 헌법에 명시하고 일본을 전쟁가능국으로 바꾸기 위해서이며, 그렇게 일본을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일본회의라는 극우단체의 주장에 뿌리가 있는만큼 한일간의 경제갈등은 단순한 경제문제는 아니다.
아베는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으며, 모든 일본인이 아베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9석이 감소했고, 선거 이전에는 개헌선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참의원 선거 결과 개헌선이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아베의 개헌의지에 대해 일본 국민은 찬성하지 않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아베가 계속해서 무리수를 두고 이로 인해 일본 국민들에게도 경제적인 피해가 누적될 경우 아베의 지지층마저 아베와 자민당을 버리게 될 수도 있다.
일본 주요언론 일제히 아베 정부 비판
이처럼 격화하는 한일 양국 간의 대치 상황에 대해 일본 유력 신문들조차 26일 일제히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마이니치신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한일, WTO(세계무역기구)서 공방…이 연장선 위에 출구는 없다'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수출 규제를 놓고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며 WTO 일반이사회에서 양국 대표가 벌인 설전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과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 모두 강경 자세를 고수해 서로 물러나려야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런 상태로는 대립이 격해질 뿐이라고 우려했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가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인 '백색 국가'에서 한국 제외를 강행하면 일본 제품의 불매 운동 등 민간 차원에서 반일 운동이 확산할 것이라며 두 나라가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면 문제가 한층 꼬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아무리 대립하더라도 어딘가에서 출구를 찾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외교라 할 수 없다"며, 한일 양국은 대화를 통해 서로 양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마이니치는 이번 WTO 회의에서 의장국인 태국 대표가 "양국이 우호적 해결책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도 직접 대화를 촉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가 부정하지만 수출 규제는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사실상의 대항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무역의 정치적 이용이 한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일 관계는 역사 인식 등으로 정치적으로 악화해도 밀접한 경제와 민간 교류가 기반을 지탱해 왔다"며 "정치 문제가 경제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일본 정부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마이니치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WTO 협정이라는 국제법의 준수를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마당에 징용공 문제도 국제법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며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사히신문
아사히신문은 '한일 대립…설전보다 이성의 외교를'이란 사설에서 수출 규제 배경에는 아베 총리와 다른 각료들이 당초 언급한 것처럼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며 "그러나 정치와 역사 문제를 무역관리(수출규제)로 연결하는 것은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일본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한일 양국은 이제 서로를 비난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면서 "특히 외교 책임자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에 한탄스럽다"고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겨냥했다.
이 신문은 지난 19일 고노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남 대사 말을 끊고 "매우 무례하다"고 보도진 앞에서 '질책'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외교사절을 상대로 한 이런 이례적 대응은 냉정한 대화를 어렵게 하고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문 대통령에 대해선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이 요구하는 중재위 설치에 응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책임 방기(放棄)라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한일 양국이 협력해야 할 분야는 미국과의 안보 협력, 북한 문제 등 폭이 넓다면서 반감을 부추기는 설전과 위협 조의 태도를 버리고 이성의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쿄신문
도쿄신문도 '냉정하게 대화로 해결하라'는 사설에서 "일본 정부는 당초 총리, 관방장관, 경제산업상이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정치적 알력이 (수출규제의) 배경에 있다고 시사했다"면서 이후 무역 조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거나 자유무역 이념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안보상의 이유라고 말을 바꾸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WTO는 안전보장을 이유로 한 무역 제한의 남용을 경계하고 있다며 뒤죽박죽인 일련의 일본 정부 대응이 무역 문제에 정치를 끌어들이는 '정치적 이용'으로 판단될 경우 일본에 엄혹한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신문은 그러면서 "WTO의 분쟁 처리는 결론 도출까지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그동안 한일 대립이 이어져 국민감정은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신문은 "어느 쪽이 이겨도 심각한 응어리를 남길 것"이라며 "분쟁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