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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제 불매운동, 적대감보다는 보복조치 반발…일본여행 가고 싶어도 주위 눈총 우려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9.07.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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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소비자 패턴 분석 박사논문…"한국, 적대감-구매의도 상관관계 적어"
주변 눈총 우려해 일본 여행·제품구입 사실 공개 안 해
전문가 "비주류 될 것이라는 불안 때문…집단주의 문화 영향"

[김명수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한국 소비자들의 일제 불매운동이 일본에 대한 역사적 적대감과는 연관성이 적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 한양대 경영대학원 김경애씨의 박사학위 논문 '아시아 시장 내 개인주의가 일본 제품 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을 싫어하는 것'과 '일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별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나이와 수입 등이 다양한 한국 소비자 426명을 대상으로 일본에 대한 역사적·정치적 적대심과 일본 제품 구매 의도를 각각 질문해 두 응답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도요타와 닛산,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와 슈에무라를 특정해 응답자들의 구매 의도를 살폈고, 중국 소비자 400명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설문했다.

적대감이 클수록 구매 의도가 낮아진다면 상관계수 숫자는 마이너스(-) 1에, 이런 경향성이 적을수록 1에 가까워진다.

분석 결과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에 대한 적대감과 구매 의도 간 상관계수가 자동차는 0.026, 화장품 0.061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 소비자들은 일본에 대한 적대감과 일본 제품 구매 의도 간 상관계수가 -0.270(자동차), -0.172(화장품)였다. 일본에 적대감을 표시한 응답자는 일본 제품 구매 의도가 뚜렷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국 소비자는 일본을 싫어하는 것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별개로 생각함을 시사한다"며 "정치·사회적 분쟁으로 한국 내에서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증가하더라도 정치와 개인의 경제 활동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을 중요시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국가나 민족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성향을 띤다"고 지적했다. 소위 '국뽕'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면서 국가에 대한 지나친 자긍심을 비꼬는 것도 이런 성향의 확산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벌어지는 일제 불매운동이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난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비춰보면 불매운동이 역사·정치적 적대감정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일본이라는 무역 상대국의 부당한 경제 보복조치에 반발한 소비행위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달 4일부터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하자 국내에서는 이에 반발해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은 일본 탓 / 연합뉴스
일본 불매운동은 일본 탓 / 연합뉴스

"일본 여행하고 인증샷 안 올려"…불매운동에 '샤이재팬' 현상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이모(23)씨는 이달 22일부터 나흘간 가족과 함께 일본 삿포로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이씨는 주위 시선을 고려해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여행에 동행한 이씨 어머니 역시 "딸과 함께 예쁜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배경 사진으로 올리지는 않았다"며 "평소 같으면 지인들에게 여행 기념품도 구매해 나눠줬을 텐데, 이번 일본 여행에선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일제 불매운동 확산으로 일본 여행에도 따가운 시선이 생기면서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주변 눈총을 우려해 여행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본 마쓰야마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강모(25)씨는 28일 "일본의 수출규제로 전 국민이 분노하는 와중에 '풍경이 예쁘고 사람들이 친절했다'는 여행기를 쓰기에 눈치가 보였다"며 "일본 여행 사진을 전혀 못 올렸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이시언은 최근 일본 방문 중 찍은 사진을 개인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게시했다가 누리꾼으로부터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주 대마도로 여행을 다녀온 취업준비생 오모(25)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오씨는 "여자친구에게 일본으로 여행 간다고 말하니 동의하지 않는 눈치였다"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 같아 조용히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 사진이나 감상도 SNS에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상품을 구매한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대학원생 권모(29) 씨는 "평소 차를 즐겨 마시는데, 일본산 다기가 품질이 좋아서 얼마 전 일본 제품을 샀다"며 "평소 같았으면 SNS에 올려 주변에 자랑했겠지만, 불매운동과 반일감정 때문에 친한 친구들에게만 알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와 관련됐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이 한국 사회 주류가 돼 규범으로 작동하고, 이를 어길 경우 비주류가 돼 배제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며 "특히 한국처럼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사회에서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상에는 불매운동에 반하는 행동들이 자주 표출되지만 현실에선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며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일본 여행을 다니거나 일본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베의 한국때리기 결국 일본에 득보다 실이 많을 것

아베가 한국을 때리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 목적이었지만, 장기화되면 한일간의 교역이 감소하고 일본 기업과 국민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베 내각이 8월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한일간 교역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된다.

문제는 그동안 한일간의 무역수지를 보면 그동안 흑자를 보고 있던 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

한국은 한일교역으로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베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강행하면 한일교역이 감소하고 일본의 흑자가 감소하게 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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