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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학개론] ‘비올레타’ 아이즈원 이채연, 그가 춤을 잘 출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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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이정범 기자) 이채연의 춤을 보고 글쓰기를 논하다.

이번 글은 아이즈원 이채연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할 것이지만, 주된 내용은 그의 춤을 보고 생각한 ‘글쓰기에 필요한 미덕’이기 때문.

상호 전혀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소위 ‘뻘소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는 하지만, 거짓 없이 진실로 느낀 바가 있으니 어떤 평을 받던 간에 한번 써보기로 하겠다.

#수집

이채연이 아이즈원으로 데뷔하고 나서 가장 많은 화제를 낳은 것이 있다면 바로 커버댄스일 것이다. 아이즈원 5인 ‘루머’를 비롯해 jtbc ‘아이돌룸’에서 선보인 춤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이즈원이 ‘아이돌룸’ 처음 출연했을 때 선보인 커버댄스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1800만을 넘었고, 최근 ‘아이돌룸’ 아이즈원 편 방송에서 선보인 커버댄스 관련 영상이 도합 조회수 1300만을 넘었으니 그의 춤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라 표현할 만하다.

유튜브
유튜브

이채연은 남돌, 여돌 댄스 가리지 않고 잘 알고, 또 잘 춘다. mc들이나 멤버들이 ‘어떻게 그렇게 다 아냐’고 감탄할 정도로 많은 춤들이 막힘없이 출력된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춤을 다 기억하고, 심지어 잘 추기까지 수 있을까. 비록 기자가 ‘춤알못’(춤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유를 설명할 수는 있다.

그 이유는 그 춤들을 몸이 기억할 정도로(심지어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나오도록) 열심히 추고, 또 열심히 ‘수집’을 하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채연의 하루 사이클에서 ‘춤을 수집하는 행위’는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춤 실력이라는 게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닌 다음에야 잘 기억하고 잘 추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무협지로 치면 ‘초식’을 열심히 훈련해서 내공을 끌어올린 케이스.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돌들이 활동한지 좀 지난 자기 노래 안무를 잊어먹는 모습도 종종 나오지 않나. 그런데 자기 노래도 아닌 곡의 춤을 언제든지 잘 출 수 있을 정도로 몸에 입력해두려면 어느 정도 노력을 해야 할까. 목석과 비교하면 목석이 화를 낼 정도로 뻣뻣한 사람인 기자로서는 짐작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채연의 모습을 보고 기자는 한 인물이 떠올랐다. 바로 tvN ‘알쓸신잡’ 김영하 소설가인데 그는 해당 방송에서 자신의 직업을 ‘말을 수집하는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tvN ‘알쓸신잡’ 방송 캡처

재밌는 말을 듣게 되면 바로 수집에 나선다는 그. 김영하 소설가는 “작가로서 말을 수집하는 것도 일”이라고 방송에서 강조했다. 그는 미용실 ‘커트보’를 재밌는 말이라고 하면서 수집했었다고 회상하기 했고, 해당 방송에서는 방문지에서 ‘쑤다’라는 말을 수집하기도 했다.

이 수집은 다르게 표현하면 아마 ‘공부’라고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세상에 공부를 좋아서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기자도 사실 공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고 하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걸 업으로 하다 보면 언어와 문장이라는 이름의 ‘실탄’이 부족하다는 걸 종종 느낄 때가 있다. 글공부, 글쓰기 공부를 하지 않는 건 당장 몸을 편하게는 해주는데, 이게 오히려 ‘글쟁이로서 자유’를 구속하는 결과로 돌아온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비판적인 글쓰기는커녕 ‘칭찬’도 똑바로 못하는 인간이 된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높은 확률로 아이돌 팬일텐데, 내 아이돌 칭찬하다가 자신의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 적 있지 않으신가. 글로 먹고 사는 사람도 크게 다를 것 없다. ‘수집’이라는 행위로 늘 ‘실탄’을 장전해두지 않는 사람의 글쓰기는 높은 확률로 불발탄이 된다.

이채연의 별명이 ‘깃털채연’인데, 그 깃털 같은 몸짓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 리 없다. 무수히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이따금 슬럼프도 왔을 수 있다. 춤을 ‘수집’하는 행위 자체가 싫어지는 순간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하고자 하는 걸 해왔기 때문에 깃털 같은 몸짓이라는 ‘자유’를 획득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세상하기 싫고, 귀찮아도 좋은 생각+좋은 언어+좋은 문장을 부지런히 수집하고 체화해야 ‘명문장가’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좀 덜 못 쓰는 인간, 워드프로그램 위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

#완성

자, 이제 재료를 어느 정도 모았다고 치자. 이제 그렇다면 ‘아웃풋’을 만들어내야 한다. 프로작가의 데뷔작 뒤에는 무수한 ‘습작’들이 존재한다. 엄청난 재능러인 경우에는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만, 습작이 충분치 않은 작가는 ‘체력’이 모자라기 쉽다. 여기서 말하는 체력이란 ‘완결능력’을 의미한다. 따지고 보면 엄청난 재능러로 유명한 작가들 중에도 완결능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어서, 이걸 갖추는 게 절대 쉽지 않다는 걸 글쟁이들은 잘 안다.

판타지, 무협, 판협지 지망생들 같은 경우에는 분명히 ‘작품’을 쓰기 위해 판에 입문했는데, 작품의 완결보단 세계관 놀음, 캐릭터 놀음, 능력 놀음 같은 거에 더 열중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전부 묶어서 전문용어(?)로 ‘설정놀음’이라고 한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둘째 치고) 애초에 쓰지도 않거나, 쓰기 시작했더라도 완결을 내지 못한다. 완결을 내도 소위 ‘날림 완결’을 낸다. 글로 밥 먹고 살겠다는 사람들도 이런 위험에 빠진다. 그냥 타자기만 두들기면 되는 작업임에도 그럴 듯한 마무리를 하기 위해선 상상 이상의 고통, 괴로움, 귀찮음과 마주해야하기 때문. 이에 글쓰기로부터 도망친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이것은 안무창작도 예외가 아니라 할 수 있을 텐데, 이채연의 경우에는 그간 어느 정도로 많은 습작들을 만들어왔는지를 ‘프로듀스48’을 통해 다소 나마 짐작할 수 있다.

기자가 이를 가장 크게 느낀 무대가 WM엔터테인먼트의 기획사평가 ‘샤워’ 무대였다. 이 기획사평가에 들어갈 3인 안무를 이채연이 짰다.(방송 중에도 언급된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자주 시청한 시청자들은 안무 창작하는 롤을 가진 아이돌이 다른 아이돌들을 가르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는 걸 잘 안다. 실제로 이채연은 ‘프로듀스48’ 방송 내내 타 연습생들의 선생님 역할을 담당했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현재 아이즈원 멤버 중에선 김민주가 대표적인 케이스. 김민주는 그룹배틀평가부터 마지막 데뷔평가까지 이채연의 케어를 계속 받았다. 이런 경우를 보면 기획사평가 준비를 어떤 식으로 했을지도 어렵잖게 짐작이 된다.

기획사평가 ‘샤워’에 나오는 안무들에는 그렇게 특별한 동작들이 들어가 있진 않다.(춤알못이라 해도 한번은 봤을 법한 동작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동작 하나 하나가 적재적소에 잘 들어가 있다. 그리고 동작과 동작 사이에 연결도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기획사평가 안무는 그 깐깐한 배윤정 트레이너에게도 칭찬을 받았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멜로디&비트에 어울리는 동작을 요소요소에 배치

+

부자연스러움 부분이 없도록 잘 연결

+

이렇게 만들어낸 안무를 전문가가 칭찬할 정도의 퀄리티로 소화

이걸 해낼 수준에 도달하려면 그 전에 많은 안무들을 실제로 창작해봤어야 한다. 어떤 멜로디, 어떤 가사에 어떤 안무가 들어가야 괜찮아 보일지를 알아야 하고,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낼 것인지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 이렇게 상상한 안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그냥 재미있고, 인기 많은 안무 조금 따라하는 것하고 아예 노래 한 작품을 위한 안무를 제대로 짜는 건 궤가 다른 행위다. 각 소속사에서 날고 긴다는 연습생들이 참여하는 ‘프로듀스’ 시리즈에서도 제대로 된 안무창작 능력을 가진 인물이 극소수라는 걸 생각하면 어렵잖게 알 수 있는 부분.

이채연이 출연했던 ‘프로듀스48’ 당시를 돌이켜 보면, 댄스포지션 평가 때 안무창작 능력자가 얼마나 희소자원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채연을 비롯한 최예나, 권은비, 고유진(현재 고유진은 강혜원의 소속사인 에잇디크리에이티브에 소속돼 있다) 같은 안무창작 능력자들이 대거 ‘쏘리 낫쏘리’로 몰린 이후 나온 연습장면들인데, 당시 방송분을 보면 압도적인 권위를 가진 안무창작자가 없어서 고생 내지 혼란을 겪는 팀들이 제법 나온다. 현 아이즈원 멤버 중에선 김민주-혼다 히토미가 속했던 ‘터치’ 조가 대표적인 예다.

2000년생으로 갓 스무 살인 댄서로서 이미 껍질 몇 개는 깬 상태라 할 수 있는 이채연. 분야는 다르지만 30대 아저씨 글쟁이인 기자의 ‘글질’보다 이채연의 춤 클래스가 (객관으로 봤을 때)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는 자기 분야에서 깬 ‘껍질’의 강도와 개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껍질을 깨려면 그만큼 많은 완성(완결)을 내야 하는데, 이 나이 먹도록 제대로 된 완성품(=글)을 못 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

여기까지 왔으면 어느 정도 독자 분들도 눈치를 챘겠지만, 어느 정도 일정 경지에 올라선 사람이 ‘글쓰기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글이 아니다. 이 글은 못하는 사람이 왜 못하는 지를 (잘하는 사람과 비교해) 들여다보는 글에 가깝다. 여기서 못하는 사람은 물론 기자도 포함된다.

#재능

이채연은 ‘프로듀스48’ 내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로 불리는데, 이 실력이라는 단어를 좀 다르게 표현하면 ‘재능’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애초에 재능이 없는데 춤을 이만큼 출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재능러’라는 표현이 어색할 일은 없을 것.

리듬 잘 타고 이런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니 자주 언급되지 않는 것 위주로 몇 자 적자면, 일단 이채연은 춤을 잘 추는 것처럼 보일만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팔 다리가 길고 몸매가 날렵해서 똑같은 춤을 춰도 춤선이 좀 더 잘 산다.  실제로 춤을 잘 추는데 잘 추는 것처럼 보일만한 신체조건까지 가지고 있으니 더 크게 와 닿을 수밖에.

소위 말하는 ‘터진 경연’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면이 제일 두드러지는 무대는 아마 ‘프로듀스48’ 댄스포지션 평가 ‘쏘리 낫 쏘리’ 무대가 아닐까.(위 영상을 클릭하면 아마 납득하실 수도?)

그리고 안무 암기력과 습득력이 좋은 편이다. 콘셉트 평가 ‘1000%’ 무대 연습 당시 이채연은 압도적으로 빠른 안무 암기 속도를 선보여 보는 이들을 매우 놀라워했다. (심지어 같은 연습생마저 놀랐다) 원래 연습하던 곡인 ‘I AM’으로 무대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처음부터 다시 외워야 했음에도 다른 멤버들을 가르쳐 줄 수 있을 정도로 빨리 외웠다. 오랜 훈련을 통해 만든 재능이긴 하겠지만, 빠른 암기력이 있어야 더 많은 춤을 빨리 외울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 또한 틀림없이 ‘부러운’ 재능이리라.

여기까지가 주로 방송을 통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재능. 그리고 여기에 기자가 아주 개인적인 사족을 하나 더 붙일 건데 그건 바로 ‘절실함’이다.

이게 꽤 불필요한 사족일 수도 있다는 건 안다. 다만 이 글이 ‘세바시 761회’에서 강원국 씨가 말한 “결국은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절실하면 절실할수록 (글이) 자주 떠올라요”라는 문장에 크게 감명 받아서 쓰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바시 유튜브 채널
세바시 유튜브 채널

여튼, ‘프로듀스48’ 방송을 정주행하고 다시보기하면서 이채연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춤을 잘 추고 싶어 하고 춤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는데, (좀 별난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아이돌로서 자신의 춤을 얼마나 절실하게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 하는 지를 춤 말고 보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방송을 봤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프듀48’에서 그가 자주 소화했던 포지션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리더고, 나머지 하나는 메인보컬이었다. 이채연은 기획사평가, 그룹배틀평가(너무너무너무), 콘셉트평가(1000%) 이렇게 총 세 번의 무대에 메인보컬로 선다.

특히 ‘1000%’ 때는 메인보컬, 메인댄서(따로 포지션이 표기된 건 아니나 누가 봐도 이채연이 메인댄서였다), 리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소화한다. ‘프듀48’에서 이 사례에 견줄 수 있는 경우는 그룹배틀평가 ‘붐바야’ 2조 한초원의 사례(센터, 리더, 메인보컬) 밖에 없다. 무대 포지션 외에도 안무 선생님 롤, 통역가 롤까지 담당하면서 거의 1인 5역을 소화했다. 리허설 도중 그 부담감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막중한 짐을 졌던 것.

댄서포지션인 아이돌이 메인보컬을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보컬을 갈고 닦은 이유는 뭘까. 타인으로서 이채연의 실제 내면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뭐든 열심히(+잘) 해서 세상에 자신의 춤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가 그리 노력했다는 게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아이돌판에서 춤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춤만 잘 춰서는 데뷔를 할 수 없을 수도 있고, 데뷔를 못하면 춤을 보여줄 수 없으니. 한 줄로 요약하면 ‘절실함을 실력으로 승화했다’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프로듀스48’ 방송 당시 자타공인 최고의 실력자였음에도 아슬아슬하게 데뷔한 거 보면, 그의 절실함이 약간이라도 모자랐디먄 현재의 아이즈원 이채연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이채연이 얼마나 데뷔를 하고 싶어 했는지, 얼마나 춤을 절실히 잘 추고 싶어 했고 어느 정도로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는지는 어렵잖게 느낄 수 있었다. 근데 반대로 이런 글을 쓰는 나는 어떠한가. 나는 정말 진실로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가. 이 본질적인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비올레타


이번 파트에서는 좀 뜬금없이 이채연이 속한 아이즈원의 타이틀곡인 ‘비올레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비올레타’를 수록한 앨범인 ‘하트아이즈(HEART*IZ)’는 사랑과 마음을 의미하는 영단어 ‘Heart’와 ‘IZ*ONE(아이즈원)’의 합성어로, 아이즈원이 표현하고자 하는 진심을 담은 앨범이라는 뜻을 지녔다.

타이틀곡 ‘비올레타(Violeta)’는 동화 ‘행복한 왕자’의 스토리 일부분을 착안해 탄생한 곡으로, 아이즈원이 전하는 응원으로 인해 모두가 소중한 본인의 존재를 깨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트로의 퓨처 베이스를 시작으로 팝, 트로피컬하우스 장르가 어우러져 그룹이 지닌 다양한 매력을 표현해냈으며, 특히 후렴 부분에서는 아이즈원의 신비로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비올레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잘하고 싶어 하고,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서다.

왜 춤을 잘 추고 싶어 하는가. 그리고 왜 글을 잘 쓰고 싶은가.

일단 뭔가를 잘해야 성공을 할 수 있으니 잘하는 분야 내지 하고 싶은 분야에 필요한 능력치를 갈고닦는 건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에겐 필수 불가결한 행동이다.

그런데 왜. 하필. 그걸로 먹고 살고 싶은가.


이채연이 몸담고 있는 연예계야 그야말로 승자독식 그 자체인 판이고, 기자가 몸담고 있는 이쪽은 볼펜으로 승자가 자체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독식할 승자가 아예 없거나 희귀하다고 보면 될 듯.

억이니 조니 하는 숫자들이 기사를 통해 쏟아지는 판이긴 하지만, 돈을 벌자고 하면 굳이 여길 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은 뭐 말해 뭐해고, 연예인들 역시 인터뷰하다 보면 수년을 일했지만 정산 한번 못 받았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기획사의 경우에도 이건 돈을 버는 것인가, 때려 붓는 것인가 할 때가 많다. 자본주의 마인드만 가지고 뛰어들기에는 반례가 너무 많다는 얘기.

그렇다면 왜 이걸 하느냐. 하고 싶어서라면 왜 하고 싶으냐.

이채연은 춤으로, 무대로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내 춤에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무대 위에서 보고 싶다는 아주 단순하고도 어려운 소망. 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 서바이벌만 세 번(케이팝스타-식스틴-프로듀스48)을 참가하는 고행을 택했으리라. 춤을 그냥 자기만족의 수단으로만 여겼으면 굳이 ‘프로듀스48’까지 나올 필요도 없었다.

무대(춤+노래)로 세상에 재미와 감동,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을 이채연.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일단 자기 자신부터 장미꽃길(라비앙로즈)를 걸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속한 아이즈원은 데뷔 앨범 ‘컬러라이즈(COLOR*IZ)’(라비앙로즈 수록) 발매 당시에도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압도적인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당시 아이즈원은 무려 80,822장의 총 초동 판매량을 기록하며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초동 판매 레코드를 경신했었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즈원은 ‘2018 AAA’, ‘2018 MAMA’, ‘제33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제28회 서울가요대상’, ‘제8회 가온차트 뮤직어워즈’ 신인왕을 휩쓸었다

그 누가 봐도 장미꽃길(라비앙로즈) 위를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는 행보.  ‘프로듀스48’ 방송 당시에는 정말 가까스로 데뷔하긴 했지만 그 벽 하나를 넘은 이후 이채연은 팀과 함께 승승장구 중이다.

이렇게 장미꽃길을 걷게 된 이후에는 그럼 무엇을 할까. 그에 대한 답이 바로 ‘비올레타’다.

사실 앨범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 즈음 ‘하트아이즈’에 수록된 노래들을 듣고, 무대를 감상하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멤버가 이채연이었는데, 이유는 크게 별거 없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채연의 별명이 ‘깃털 채연’인데, 이번 앨범에는 날개, 하늘과 관련된 노래들이 제법 있었다는 것. 이게 바로 그 이유다.

타이틀곡 ‘비올레타’ : 이 노래의 모티브인 ‘행복한 왕자’에는 왕자를 도와 어려운 사람들에게 왕자의 보석을 나눠주는 제비가 등장한다. 노래 이름부터 제비꽃이다.

수록곡 ‘하늘 위로’ : 제목부터 하늘이 들어감

수록곡 ‘에어플레인’ : 하늘을 나는 운송수단인 비행기가 등장

특히 ‘행복한 왕자’에 나오는 ‘남을 돕는 제비’라는 설정은 ‘남을 돕기 좋아한다’는 이채연의 성격과도 매치되는 면이 있다.

이채연은 실질적으로 아이즈원의 부리더 포지션에 있는 소녀이며, 멤버들 공인 ‘채연 맘’이라 불리는 아이돌이기도 하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프로듀스48’ 최종순발식 당시 7위 연습생을 소개할 때 ‘리더쉽이 있는 연습생’이라고 힌트를 줬는데, 이때 얼굴을 비춘 연습생 중 한명이 이채연이었다. 7위의 주인공은 권은비이기는 했지만 리더쉽하면 떠오르는 연습생 중 한명이 이채연이기도 했다는 소리.

엠넷 ‘아이즈원츄’ 방송 캡처

이런 그는 ‘아이즈원츄’ 시즌1 리더 선발(을 가장한 몰카) 장면 때도 권은비를 긴장시킬 멤버로 발탁되기도 했다. 해당 방송에서 둘 중 누가 리더로 적합한지를 투표로 결정하는 장면(그런 척하면서 권은비를 속이는)이 나왔는데, 장난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채연이 리더쉽 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장난이었다.

‘채연 맘’이라는 별명은 그가 요리를 잘하기도 하고, 워낙 멤버들을 잘 챙긴다고 해서 생긴 캐릭터. 그냥 아이즈원 브이앱 중 ‘게임즈원’ 검색해서 보면 비글들 사이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은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사족으로, (어린 위즈원들은 잘 안 쓰는 표현이겠으나) 몸이 날렵한 사람을 ‘물 찬 제비’라 부르기도 하기 한다. 사람들을 잘 돕는 몸이 날렵한 제비. 어떠신가. 이채연이 떠오르시는가. 떠오르면 소리 질-르지 않으셔도 된다.

 

#그냥잘해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채연아 잘해 너는 그냥”

‘프로듀스48’ 콘셉트평가 ‘1000%’ 당시 트레이너 배윤정이 이채연에게 한 칭찬이었다. ‘프듀48’을 통틀어 최고의 칭찬이라 할 법한 표현으로, 사실 보통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참 듣기 힘든 말이기도 하다.

A는 잘하지만 B는 아쉽다. C는 그럭저럭 하는데 D가 너무 치명적 단점이다. 단점도 크게 없는데 장점도 딱히 없다. 장점은 찾기 힘든데 단점은 수두룩하다.

우리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이런 표현들을 말하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그런데 그 어떤 단서도 붙지 않고 ‘그냥’ 잘한다니. 얼마다 듣기 어려운 이야기인가. 그것도 호랑이 트레이너로 유명한 배윤정에게. 방송 보면 배윤정에게 칭찬 한 마디 듣는 게 소원이라는 연습생들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데 이채연은 ‘그냥’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채연은 그 어떤 연습생들보다 많은 굴곡을 겪고 데뷔에 성공했다. 방송 내 최고의 실력자라는 포지션이 투표로 환산되지 않았고, 특히 현장 투표에서는 대체로 부진했다. ‘1000%’ 경연에서 역대급 서사+실력을 보여줘 3차 순위발표식 3위에 올랐음에도 국프들이 펼치는 프레임 전쟁의 중심에 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마지막 순위발표식 때는 12등 연습생으로 호명됐는데, ‘프로듀스’ 시리즈 특성상 데뷔 멤버 중 등수가 가장 낮은 연습생은 마지막에 불리기 때문에 그는 방송이 끝나기 직전까지 속을 태워야 했다.

이처럼 노력하고, 성장하고, 심지어 잘해도 타인로부터 제대로 인정을 받는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자나 기자처럼 ‘글쓰기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듣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자기분야에서 이채연만큼 해도 인정받기가 저렇게 힘든데 하물며 그에 반의 반에도 못 미쳐서야.

아, 혹시 ‘노오력론’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거냐는 의견이 있을까봐 미리 말하는데 그러려고 하는 건 아니다. 딱히 ‘노오력론’을 말할 입장도 아니고. 그냥 인정을 받기 위해 ‘납득할 정도의’ 무엇을 ‘실제로’ 했느냐는 걸 타인 혹은 자신이 질문했을 때 쉬이 답할 수 있겠냐는 차원의 이야기다.

앞서 인용했던 세바시 강연에서 강원국 씨는 인정받는 글쓰기, 멋있어 보이는 글쓰기를 포기하라는 조언을 했다. 있어 보이는 형태로 글쓰기를 하려다 보면 오히려 글이 안 나온다고. 세세한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큰 틀에선 기자도 이쪽에 가깝다. 잘 해보이고 그럴 듯 해보이고 권위 있어 보이는 글쓰기를 포기했다는 얘기. 강원국 씨 같은 경우에는 할 수 있는데 안 하기로 한 거고, 기자는 원래 못해서 못하는 거니깐 클래스 차이로 치면 말하기도 민망하긴 하다만 여튼 그렇다.

이제 할 이야기는 이제 거의 다해서 마무리 문장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해봤는데, 그냥 쉽게 가겠다.

기자는 이 뜬금없는 타이밍에 길을 두 갈래로 한번 나눠보려고 한다.

정말 어렵고 괴롭고 고통스러워도 자신의 분야에서 멋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채연)이 하나, 그런 건 포기하고 일단 하기는 한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는 길(=기자) 하나. ‘그냥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 것이냐, 그런 건 그냥 내꺼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 것인가.

뭐 어느 쪽이 됐던 딱 정답이라고 하기엔 어려울 거 같다. 각자 좀 더 ‘재밌다고 여기는 쪽’을 선택하실 수 있길 바랄 뿐.

참, 앞선 파트에서 기자가 왜 이 일로 먹고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안 했는데, 이게 그 대답이다.

이런 글 쓰면서 먹고 사는 게 제법 절실했고, 지금 재밌으니까.

아이즈원 공식 팬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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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이즈원(장원영, 미야와키 사쿠라, 조유리, 최예나, 안유진, 야부키 나코, 권은비, 강혜원, 혼다 히토미, 김채원, 김민주, 이채연)은 6월 8일, 9일 양일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국내 첫 단독 콘서트 ‘IZ*ONE 1ST CONCERT [EYES ON ME] IN SEOUL’을 연다.

이번 콘서트는 아이즈원이 팬들을 만나는 첫 번째 단독 콘서트다. 앞서 팬들의 사랑으로 데뷔의 꿈을 이룬 아이즈원이 첫 단독 콘서트로 팬들을 만나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즈원은 지난해 Mnet ‘프로듀스 48’에서 시청자들의 투표로 뽑힌 12인조 글로벌 그룹이다. 최근 두 번째 미니앨범 '하트아이즈(HEART*IZ)'로 컴백한 아이즈원은 타이틀곡 ‘비올레타’(Violeta)로 활동하며 음악방송 7관왕 달성을 비롯해 걸그룹 음반 초동 판매량 신기록 경신, 가온 주간 앨범 및 소셜 차트, 일본 오리콘 해외 앨범 차트 1위 등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 일본에서 발매한 데뷔 싱글 앨범 ‘好きと言わせたい(좋아한다고 말하게 하고 싶어)’는 첫날 판매량 19만 장을 기록하며 역대 K팝 걸그룹 중 1위를 경신해 글로벌로 뻗어 나가는 그룹의 저력을 보였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글로벌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아이즈원이 첫 번째 단독 콘서트에서 보여줄 다양한 매력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이미 수차례 입증한 춤•노래 실력은 물론 날이 갈수록 물오른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는 아이즈원이 이번 콘서트를 통해 어떤 매력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이즈원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IZ*ONE 1ST CONCERT [EYES ON ME] IN SEOUL’의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를 통해 5월 7일 팬클럽 선예매가 이뤄진 뒤, 5월 9일 일반 예매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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