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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학개론] 더 평가 받아 마땅한 팀, 나인뮤지스와 아홉 가지 노래…‘티켓부터 돌스까지’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9.04.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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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마땅히 더 고평가 받아야 할 팀, 나인뮤지스를 추억하며 듣는 노래 9곡.

나인뮤지스는 지난 2월 24일 한성대 낙산관에서 마지막 팬미팅 ‘Remember’를 개최하고 팬들과 만났다. 이번 공연은 나인뮤지스가 지난 9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자리인 만큼, 어느 때보다 팬들과 더욱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팬들과 함께 9년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나인뮤지스 멤버들은 '데뷔 그리고 첫 만남' 코너를 통해 멤버들끼리 처음 만났던 순간들, 그리고 각자 데뷔 당시의 소감을 말하며 추억을 떠올렸다.

특히, 이날 팬미팅에는 나인뮤지스 전 멤버 민하, 성아, 현아, 이유애린이 깜짝 등장, 나인뮤지스의 마지막을 함께해 뭉클함을 안겼다. 멤버들은 8인 완전체로 ‘드라마’ 무대를 함께 꾸미며 팬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선사했다.

나인뮤지스 / 스타제국

팬미팅 말미에는 멤버들이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혜미는 “갓 성인이 된 철없는 막내 시절부터 리더라는 직책을 맡았던 스물아홉의 오늘까지 그 모든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영광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앞으로의 나날들을 응원해주세요”라고 인사했고, 경리는 “나인뮤지스의 추억이 소중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모든 멤버가 홀로서기를 하게 됐지만, 지금처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소진도 “나인뮤지스로서 여러분들께 과분한 사랑을 받아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꿈속에만 그리던 시간들을 좋은 멤버들과 마인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금조 역시 "내가 노래하는 이유, 내 영원한 영감, 나의 진짜 뮤즈인 사랑하는 마인.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했던 순간들 기억하면서 감사하며 살게요“라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나인뮤지스 / 스타제국

때로는 생존 그 자체가 경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약 9년 동안 ‘이 바닥’에서 버틴 나인뮤지스는 경의의 대상이 될 가치가 있는 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한 나인뮤지스를 추억하며, 그들 노래 중 9곡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티켓
 
나인뮤지스하면 떠오르는 프로듀서 스윗튠의 작품. 꽤나 비트가 빠른 편인 곡으로 신나는 걸로는 역대 나뮤 타이틀 중 이만한 노래가 별로 없을 듯하다.
 
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자면, 나인뮤지스는 이렇게 신나는 노래에서도 차이는 화자를 노래하는 팀이기도 하다. 이런 거 보면 후술할 자신들의 대표 별명을 피할 길이 애초부터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와일드
 
제목을 잘 몰라도 ‘만화 주제곡 같은 나뮤 노래’하면 ‘아 그거’라고 반응할 수도 있는 노래. 멜로디가 2000년대 초반 투니버스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사도 후렴구의 경우에는 TV 애니메이션 오프닝, 엔딩곡 스타일이다.

경리하면 떠오르는 움짤 중 하나가 이 ‘와일드’ 뮤직비디오에서 나왔다. ‘와일드’ 뮤비를 본 적 없는 분이라도 이 움짤은 아실 수도.

앞서 얘기한 것처럼 굉장히 만화스러운(그것도 소년만화 계열) 노래라 굳이 섹시컨셉으로 나왔어야 할 이유가 있었나 싶은 노래이기도 하다. 물론 이 노래를 부르는 나뮤는 굉장히 섹시하긴 했다.

 전설의 경리 움짤 / 와일드 mv 캡처

입술에 입술
 
나인뮤지스A의 앨범인 ‘MUSES DIARY’의 타이틀곡. 노래 자체는 나쁘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나인뮤지스A라는 유닛 활동는 다소 입맛이 쓴 활동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팀의 활동 종료를 예감하게 만드는 유닛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이라는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가 현실이 됐으니 어쩔 수 없다.
 
나인뮤지스가 ‘나인’이 아니었던 적은 제법 여러 번 있었지만 절반 이하의 인원으로만 구성해 활동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으니 나쁜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기도 했다.

나뮤 해체 소식 전 나인뮤지스 팬연합의 활동 재개 성명서
소속사에게 나인뮤지스 활동을 지원하라고 촉구한 나인뮤지스 팬연합

 
아니나 다를까 유닛인 나인뮤지스A로도 그다지 활발한 앨범 활동을 하지 않았다. 최근 앨범인 ‘MUSES DIARY PART.3 : LOVE CITY’가 나온 게 2017년 8월이다. 올해가 2019년이니 유닛 활동 기준으로도 봐도 정말 오래 팀 활동을 안 한 셈이다. 이에 나인뮤지스 팬 연합에서 소속사에게 정상적인 매니지먼트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제목이 ‘건’이긴 하지만 딱히 노래 가사가 총과 관련된 건 아니다. 다만 멜로디 중 서부영화 OST스러운 파트가 있다.

이 노래는 개인적으로 즐겨들은 나인뮤지스 노래들 가운데 확연한 차이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화자가 안 차인다는 것이다. 그 하나만으로도 나름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 노래.

드라마

8인 체제 나인뮤지스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 후술할 어떤 노래와 정신적으로 맞닿아 있는 면이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소진과 금조가 이 노래를 발매할 때 팀에 합류했다.

한국의 막장드라마를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표현한 노래. 대단히 솔직한 화자의 갈등, 진심이 담겨 있다. 어찌 보면 ‘사랑과 전쟁’ 직전을 표현한 곡이라고 할 수도. ‘가시덤불 저 넘어 BOY’를 내가 가지러 가겠다는 선언이 가사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비주얼, 안무, 멜로디, 가사 그 어느 쪽을 살펴봐도 아주 준수한 작품. 오로지 나인뮤지스였기에 만들 수 있는 마스터피스였다고 평가할만 하다.

다쳐

더 뜰 수 있는 팀, 아까운 팀이라는 이야기를 거의 활동 내내 들은 나인뮤지스. 그중 (개인적으로) 타이밍상 가장 아까웠다고 여기는 때가 바로 이 ‘다쳐’ 활동 시기다. 나인뮤지스는 이 곡이 나오기 전 노래인 ‘드라마’ 활동에서 제법 반응을 얻었다. 이에 회사인 스타제국도 이 활동에 제법 힘을 주려고 한 의지가 느껴졌다.(‘다쳐’ 뮤직비디오 때깔을 보면 독자 분들도 수긍하실 듯)
 
‘다쳐’ 발매가 2015년 7월인데, 이 시기가 언제인고 하니 (비록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별로 없었지만) 바로 그 2015년 여름 걸그룹 대전이 펼쳐지던 시절이었다. 소녀시대, 에이핑크, 걸스데이, AOA, 씨스타, 마마무, 여자친구 등 기성강자들과 (당시) 유망주들이 총집결한 시즌이었던 것.
 
걸그룹끼리 경쟁이 치열한 시즌이었지만, 그 경쟁 덕분에 화제성이 높아졌으니 살아남기만 하면 바람을 잘 탈 수도 시즌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쳐’에 건 배팅은 불발로 끝났다. 이 ‘다쳐’ 활동 때 어떤 식으로든 터졌다면 나인뮤지스가 좀 더 자주 활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잠은 안 오고 배는 고프고

노래 제목 오픈되고 나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법 있었던 노래. 사실 리스너로서 이 노래가 나뮤 노래 중 탑에 드는 픽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다만 엔딩포즈 하나는 역대 어느 나인뮤지스 활동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나뮤스럽다’는 인상이 있었다. MSG를 좀 가미해서 이야기하자면 나뮤니까 할 수 있는 포즈, 나뮤니까 낼 수 있는 포스가 있는 안무였다고 생각.

돌스

굳이 이 글을 클릭하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언급되리라 여기셨을 노래 우주명곡 ‘김돌스’. 비록 ‘음알못’(음악 잘 모르는 사람)이긴 하나, ‘돌스’ 활동이 어째서 역대급이었는지만 가지고도 A4 용지 1장은 넘게 쓸 수 있다. 앞서 ‘드라마’가 어떤 노래와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는데, 그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경리, 이유애린의 ‘불장난 댄스’도 이 노래에서 나오며, 박민하의 대표 별명인 ‘나인뮤지스 꽃단 애’도 이 활동 때 나왔다. ‘차인뮤지스’라는 별명에도 꽤나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차인뮤지스’란 나인뮤지스가 하도 차이는 여자를 소재로 한 노래를 많이 내서 생긴 별명이다.
 
‘나인뮤지스는 어떤 팀인가요?’라고 누가 질문해온다면 그냥 이 노래 안무 영상을 보여주면 된다. 나인뮤지스라는 팀 그 자체를 상징하는 곡.

리멤버

나인뮤지스는 지난 2월 14일 발표한 굿바이 싱글과 마지막 팬미팅 ‘Remember’를 끝으로 모든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그렇게 멋지고, 당당하고, 섹시했던 팀의 마지막은 너무나도 차분하고 조용했다. 그들의 부탁은 단 한 가지, 나인뮤지스라는 팀을 기억해줄 것이었다.

무수한 아이돌들이 고별곡 하나 못 내고 그냥 찢어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래도 이렇게 작별인사라도 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인뮤지스가 이렇게 작별할 만한 팀이었냐는 질문이 온다면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실 이 글의 경우엔 원고 자체는 이미 한 달도 전에 나왔다. 그런데 4월 중순이 돼서야 (이런 식으로나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들의 ‘기억해달라’는 메시지가 기자에겐 한 시대와의 이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별건 아니지만 이 기사도 기자 나름대로 나인뮤지스에게 전하는 작별인사인 셈인데, (마인들이 그러했듯이) 별로 이런 인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인뮤지스는 어떤 의미에서 최후의 보루 같은 팀이기도 했다. 동시대에 함께 거론되던 팀들인 달샤벳, 레인보우, 피에스타, 스피카, 써니힐 같은 팀들은 이미 공식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 활동을 마무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늘을 찢어놓을 정도로 큰 성장을 하진 못했다 하더라도 이들 역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추억을 선물했던 팀들이다. 나인뮤지스가 유닛으로라도 활동하고 있었기에 이들과 완전하게 이별하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이런 정신승리도 하지 못하게 됐다.

‘나인뮤지스 실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 / 인터넷 커뮤니티

팀 나인뮤지스는 2010년대 초반 무수한 팀들이 부르짖었던 ‘명품 섹시’가 단순한 마케팅용 용어가 아니라 ‘실제로’ 가능했던 걸그룹이었다고 할 수 있다. 컨셉으로는 분명 ‘섹시 걸그룹’이 맞았지만 그 섹시함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뮤의 섹시는 실력을 기반으로 한 섹시였으며, 한 두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깊은 정서를 함유한 섹시였다. 기자가 ‘돌스’와 ‘드라마’를 유독 높게 치는 것 역시 이런 나인뮤지스의 정체성을 정말 잘 보여주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케이팝 아이돌들의 역사에 진지하게 연구하는 환경이 만들어져 나인뮤지스라는 팀의 가치, 노래들이 담았던 이야기들이 재조명될 수 있길 바란다. 그저 걸그룹치고 제법 오래 활동했고, 더 잘 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컸던 팀으로만 이야기하기엔 나인뮤지스는 너무 아까운 팀이다.

이번 글에서 하고 싶던 얘기는 여기까지. 나뮤라는 팀을 거쳐 간 모두가 많이 고생했고 수고했지만, (사심 조금 섞어) 팀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표혜미, 실질적 에이스로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경리, 그리고 ‘나인뮤지스의 혼’ 류세라의 이름을 굳이 한번 더 불러보고 끝내겠다. 모두들 정말 고생 많이했다.

나인뮤지스 / 스타제국

아래는 나인뮤지스의 ‘리멤버’ 가사.

조소진 SNS

Late at night 열린 창가에 속삭이는 별빛들 
낯선 꿈속에 빠진 채 설레던 Night and Days 
Baby remember remember 처음 만난 떨림은 
내 모든 걸 깨워줬어 

Don't you know it? 마주 보는 눈빛이 알고 있는 비밀 
애써 웃는 것보단 말해주려 해
Oh remember remember 날 믿는 너니까
나의 대답은 항상 너야

Baby I need you now I need you now 
함께했던 날들과 소중했던 순간이 낡아버린대도
깊어진 마음보다 더 뜨겁게
Remember me 아껴둔 말이야 
웃고 있는 너와 나 늘 기억해줘요

Remember me remember MINE 널 처음 본 그날에 
네 눈빛을 난 기억해 매일 날 비춰준 빛을 준 
따스한 순간들 난 기억해 서로가 그늘이 돼 
계절이 돼 시간이 돼
Oh remember remember 내 깊은 마음속에 빛이 되어준 너란 걸 

Baby I need you now I need you now 
함께했던 날들과 소중했던 순간이 낡아버린대도
깊어진 마음보다 더 뜨겁게 
Remember me 아껴둔 말이야 
웃고 있는 너와 나
어떤 말로 안아줘야 하는 거니

언제나 잊지 마 늘 잊지 마
가장 빛나던 날에 웃고 울던 모든 순간
네 커다란 사랑이 날 만든 거야
Remember me 그 모든 날들이 정말 고마웠어 
I remember all the times 늘 기억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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