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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일’ 전도연, “세월호의 부담감을 넘어설 정도로 큰 힘이 담긴 영화”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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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하연 기자) 전도연이 영화 ‘생일’에 대해 세월호라는 소재의 부담감을 넘어설 만큼 큰 힘을 가진 영화라고 말했다. 

유난히 맑은 하늘이 돋보였던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생일’로 돌아온 전도연을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았다. 극 중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았다. 

이날 전도연은 영화 개봉은 아직이지만 시사회를 통해 ‘생일’을 공개해 이제 조금 홀가분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하지만 다른 영화에 비해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어려운 것 같다며 지치지 않기 위해 좋은 반응들만 골라서 듣고 있다고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그도 그럴 것이 전도연은 ‘생일’ 출연 제안을 고사했다가 극적으로 캐스팅된 인물이다. 전도연이 ‘생일’에 출연을 망설였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세월호라는 소재의 대한 부담감과 어려움 그리고 영화 ‘밀양’에서 연기한 신애가 떠오르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 하지만 전도연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 망설임은 없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때 표면적으로는 못하겠다고 고사했지만 ‘내가 이 작품을 놨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겠다고 다시 결정했을 때는 앞으로 살아가야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힘이 세월호에 대한 부담감을 넘어설 정도로 컸다. 그래서 촬영하겠다고 했을 땐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전도연이 ‘밀양’의 신애를 걱정한 이유는 바로 아이를 잃은 엄마라는 캐릭터의 공통점 때문이다. 하지만 ‘생일’에 출연을 결정한 이후 그는 굳이 신애를 떠올리며 다르게 연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전도연은 “사실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닌 이상 아이 잃은 엄마의 슬픔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 부분을 다르게 표현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이야기가 다르니까 ‘생일’의 순남으로만 봐주길 바랐고, 순남의 감정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지난 2007년 결혼해 2009년 딸을 품에 안았다. 실제로 한 아이의 엄마인 만큼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을 터. 이에 전도연은 “순남을 연기하면서 느끼는 슬픔이 오롯이 순남이 느끼는 슬픔인지 그걸 넘어서 내가 느끼는 슬픔인지에 집중했던 것 같다”며 엄마의 마음으로 느꼈던 아픔이 순남의 감정을 앞서갈까 봐 걱정했다고 밝혔다.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생일’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간직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기억은 유가족들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남아있다. 전도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4년 4월 16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냐는 질문에 “일말의 의심도 없이 ‘당연히 모두 구조되겠지’였다. 그렇게 배가 가라앉을 거라고는 나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 때문에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마음에 좀 모른척 했다”며 “그래서 ‘생일’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미안함이 컸고 ‘할 수 있을까’,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도연이 ‘생일’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지금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어서 트라우마가 됐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연기로 기회가 왔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야기가 다시 아픔을 들춰내거나 정치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면 안 했을 것 같다”며 “‘생일’은 살아가야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라 용기가 났다”고 고백했다. 

전도연은 솔직하고 또 담백했다. 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순남네 가족을 떠올리며 울컥해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세월호 소재의 영화를 찍었다고 자신의 생각이 달라지거나 어떠한 책임감이 생기지는 않는다며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 영화를 통해 내가 달라지진 않는다. 단지 관객들과 똑같이 내가 이렇게 살아있고 집에 가면 가족이 있고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것 같다. 사람들은 ‘생일’로 인해 ‘책임감이 생기지 않았어요?’라고 물어보는데 생길 수가 없다. 유가족분들을 시사회 때 봤는데 극장 안에를 못 들어가겠더라. 한 발을 딛기까지가 너무 힘들었고 똑바로 못 쳐다봤다. 그런데 유가족분들이 직접 만든 지갑을 손에 쥐어주시고 감사하다고 해주셔서 눈물이 났다”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전도연은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약속’, ‘내 마음의 풍금’,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너는 내 운명’, ‘밀양’, ‘하녀’, ‘집으로 가는 길’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러면서 대종상영화제부터 청룡영화상, 부산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백상예술대상, 칸영화제까지 국내외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며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누구나 인정하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특히 이번 작품은 2015년 ‘남과 여’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차기작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전도연은 그런 대중들의 기대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 기대감은 좋다. 기대라는 건 내가 감당하지 못할 부담 정도로 받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다는 아니겠지만 전도연이라는 배우에 대해 부담스러움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내가 너무 진지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작품들을 계속해서일 수도 있다”

오히려 전도연은 자신의 존재가 영화 ‘생일’의 누가 될까 걱정했다.

“내가 이 작품을 하겠다고 했을 때 세월호라는 소재의 무게감에 전도연이라는 무게를 더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게 만약 기대라고 한다면 너무 감사하다”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생일’의 이종언 감독과 전도연은 과거 ‘밀양’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이종언 감독은 이창동 감독과 함께 일하며 연출부 스크립터를 맡았고 전도연은 ‘밀양’의 주연배우로 만난 것. 

전도연은 “그때는 제 눈도 못 쳐다봤다. 어디 감히. (웃음) 그때를 생각해보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나는 날이 곤두서있기 때문에 원만한 소통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신애를 받아들이려고 발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밀양’ 때 만난 이종언 감독을 떠올렸다. 

이어 “‘생일’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이제 감독 데뷔하는 거야?’ 하고 너무 기특했다. 근데 ‘생일’을 읽고 나서는 바로 감독님이라고 불렀다. 그런 존중이 생길 만큼 좋은 글이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면서 “그래서 거절했을 때도 내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지금은 깍듯이 존댓말 쓰고 감독님이라고 한다”며 웃어 보였다. 

영화의 주제는 무거울 수 있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전도연은 “이번 현장 분위기 정말 좋았다”며 “ 하하호호 할만한 현장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긴장시키거나 힘들게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 하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밀양’ 때와의 차이라면 그때는 날이 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감정을 만들어서 연기해야 됐기 때문에 거짓말 같고 느끼는 시늉을 하는 것 같다”며 “지금은 엄마가 돼보니까 엄마 마음이 어떤지 알겠더라. 그래서 조금 더 감정에서 물러나있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이번 작품은 전도연과 설경구가 2001년 개봉한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18년 만에 재회하는 작품으로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20대에서 40대로 앞자리 나이가 두 번이나 바뀔 만큼 길다면 꽤 긴 시간에 어색할 법도 하지만 전도연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설경구씨랑은 18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런데 중간중간 사석에서 보기도 하고 어릴 때 만나 같이 연기한 사이라 그런지 친오빠 같은 느낌이 있다”고 설경구와 재회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18년 만에 만나서 둘 다 웃었다. 너무 달라지지 않아서 이상할 정도였다. 그렇게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 옆에 있어서 의지가 됐던 것 같다”며 “뭔가 말로 설명하지 않고 그냥 자기 포지션에 묵묵히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됐다”고 극 중 남편인 설경구를 향한 믿음과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전도연에게 ‘생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없다면서 본인이 친구에게 들은 말을 전했다.

“일을 하면서 애 셋을 키우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매일 하루가 너무 고되고 힘들다고 말하는 친구인데 ‘생일’을 보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고 언제 벗어나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집에 가면 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영화가 말하고, 느끼게 해주고 싶은 부분이 그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2014년 4월 이후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생일’은 3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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