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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리뷰] ‘독전’ 원작을 넘어선 극사실적 범죄영화 “미친 거 알면 건들지 마십시오”…청불이 아닌 것은 또 다른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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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장영권 기자) “내 비결이 뭔지 아니? 사업을 할 땐 말이야, 제일 중요한 게 사람 가리는 거야. 돈줄 명줄 거기 다 달렸거든”

영화 ‘독전’에서 故김주혁 배우의 극사실적 명 연기가 빛을 발한 장면이다. 의외로 영화는 15세 관람가로 심의 났지만 스토리와 장면의 자극성은 청불로 됨직 했다. 그만큼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선정·폭력·자극적이다.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의 신작으로 2013년에 만들어진 마약사건을 다룬 두기봉 감독의 홍콩 영화 ‘마약전쟁’(원제: 毒戰)의 리메이크작이다.

이해영 감독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논리들이 어긋나지 않게 신경 썼다.”라며 ‘독전’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숨 막히는 사건들로 긴장감을 잡고가는 완성도 높은 작품임을 강조했다. 조진웅 또한 “단순히 악을 선별한다는 의미보다, 맹목적인 목적이 우리 삶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아주 독특한 영화인 것 같다.”라고 밝히며 탄탄하고 깊이감 있는 웰메이드 범죄극임을 강조하고 있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으로 이해영 감독을 비롯해 정서경 작가가 협업했고, 조진웅·故김주혁·김성령·류준열·박해준·강승현·진서연·깅동영 등여 열연을 펼쳤다.

하나의 타깃을 쫓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안에서 ‘원호’(조진웅)를 중심으로 하나둘씩 점차 정체를 드러내는 인물들의 다채로운 캐릭터 플레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정희순 제작 프로듀서는 “캐릭터들이 어떤 상대의 캐릭터를 만나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한 캐릭터가 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는 내내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것이다.” 라고 전해 ‘원호’의 끈질긴 추적이 이어짐에 따라 버림받은 마약조직원 ‘락’(류준열)을 비롯해 김성령, 박해준 그리고 차승원, 故 김주혁이 선보이는 폭발적인 인생 연기로 탄생한 캐릭터들의 강렬한 경합이 선사할 재미를 기대케 했다. 

‘독전’의 제작진은 다양한 공간의 미술과 촬영, 조명, 그리고 배우들의 의상까지 심혈을 기울이며 밸런스를 유지, ‘독전’만의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먼저, 청룡영화상 미술상을 수상하며 ‘하녀’와 ‘해무’ 그리고 한국과 미국을 넘나든 ‘옥자’의 공간을 완성시킨 이하준 미술감독은 “유사한 장르의 영화들은 대부분 설정이나 느낌이 비슷할 수밖에 없는데 ‘독전’은 전혀 달랐다.”라고 전하며 일상의 공간들을 영화 속 공간에 색다르게 구현해냈다. 또한, “형사의 공간으로 채워진 ‘원호’의 경찰서, 자유로운 느낌의 넓고 광활한 ‘락’의 소금공장 등 각 캐릭터를 대표할 수 있는 세트를 만들었던 것 같다”라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공간의 비주얼을 설명했다. 

또한 ‘은교’, ‘사도’를 통해 청룡영화상 촬영상과 조명상을 수상하며 호흡을 맞춘 김태경 촬영 감독, 홍승철 조명 감독이 디테일과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카메라 앵글과 조명 설계로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의상 감독으로 ‘옥자’, ‘해무’, ‘도둑들’ 등을 담당한 최세연 의상 감독이 함께 했으며, 그녀는 “배우 본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정확히 그 캐릭터에 이입될 수 있도록 많은 시도를 했다”라고 전해 디테일을 살린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강렬한 캐릭터들의 팽팽한 대결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이해영 감독은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을 탄생시키기 위해 의상부터 헤어까지 모든 것에 고유의 스타일을 담아냈다. ‘옥자’, ‘도둑들’ 등을 담당했던 최세연 의상 감독은 “캐릭터들이 모두 강렬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80% 이상의 의상을 제작했다”며 범죄극 사상 최고의 ‘비주얼버스터’다운 노력으로 탄생된 ‘독전’에 대한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임을 환기시켜줘야 하는 ‘원호’(조진웅)는 실제 형사들이 입는 옷들을 최대한 고려했으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락’(류준열)은 몸에 딱 맞춰진 검정색 수트로 성격은 물론 이선생 조직을 소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할 ‘오연옥’(김성령)은 색감과 패턴의 배치를 수없이 고민한 끝에 빨간 자켓과 꽃무늬 바지를 선택해 첫 등장만으로 시선을 사로잡게 했다. ‘선창’(박해준)은 하와이안 셔츠같이 루즈하고 편해 보이는 옷들을 선택해 타 범죄극에서는 볼 수 없는 악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헤어 스타일링은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였다. 촬영 당시 차승원의 긴 머리를 고집한 이해영 감독은 일명 ‘소녀 머리’를 탄생시켜, 속을 알 수 없고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예측하기 힘든 ‘브라이언’의 이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한편, 그만의 젠틀함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故 김주혁은 예민하고 외부노출을 꺼리는 성격의 ‘하림’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가 불타오르고 있는 듯한 일명 ‘아인슈타인 머리’를 완성시켰다. 

영화 ‘독전’ / 용필름
영화 ‘독전’ / 용필름

현실감각과 영화감각의 접점을 만들어 낸 차별화된 공간 활용법도 이색적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흔히 알고 있는 장소가 마약 유통의 본거지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을 생각한 이해영 감독은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이용하는 용산역을 선택했다. 너무나 일상적이라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장소를 적극 활용하면서, 용산역 내부에 숨겨진 공간들을 영화적 리얼리티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아시아 최대규모 조직의 공간답게 도시적이고 현대적이지만 공장화되어 있어 마치 공장의 한 부품처럼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공간의 특징까지 녹여내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소금공장은 농아남매의 정서와 마약이 상징하는 이미지가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곳인 만큼 중요했기 때문에 이하준 미술감독은 “국내에 있는 염전은 거의 다 본 것 같다”라며 심사숙고 끝에 선택된 농아남매의 소금공장이 어떤 곳일지 관객들의 궁금증을 높인다. 또한, 허름한 시설로 좋지 않은 환경에서 서로의 사연을 끌어안은 채 일하고 있는 농아남매의 정서가 담긴 공간인 만큼 용산역 마약 제조실과는 180도 다른 특징이 담겨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여기에 넓은 평야와 바다를 끼고 있는 염전 한가운데 위치한 이곳은 보는 것만으로 탁 트인 시원함을 선사해, 관객들에게 더욱 인상적인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영화 속 가장 현실적인 공간인 경찰청은 이선생 조직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의 집요한 수사와 팀원들의 치밀한 작전이 계획되는 중요한 공간이다. 또한, ‘락’(류준열)과 ‘오연옥’(김성령)이 조직과 관련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공간인 만큼 이하준 미술감독은 단순하고 명료하지만 리얼함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

‘독전’ 속 호텔은 이선생과의 거래를 준비하는 ‘하림’(김주혁)의 공간이자 ‘하림’으로 위장해 이선생 조직을 소탕하려는 ‘원호’와 ‘락’이 이중작전을 펼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해영 감독은 서로가 속고 속이는 상황이 펼쳐지는 두 개의 호텔방이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의 구도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디테일한 설정들을 두었다. 조명 같은 경우, 위장 연기를 해야 하는 ‘원호’에게는 악인의 느낌을 주는 텅스텐 조명을 배치, ‘하림’에게는 정서적으로 따뜻해 보이는 옐로우가 높은 조명을 선택해 반전의 재미를 녹여냈다. 또한, ‘하림’의 동그란 형태의 테이블은 어떠한 인물들과도 동등한 거리를 두도록 설계했으며, ‘원호’의 직사각형 형태의 테이블로는 경계대상 ‘선창’(박해준)을 가장 멀리 두는 등 인물 사이 거리감과 긴장감을 반영한 디테일한 소품설계로 드라마틱한 전개에 방점을 찍으며 몰입을 높였다.

배경음악 또한 캐릭터와 교묘히 어우러져 극의 몰입도를 높인 요소 중 하나다.

비주얼버스터 ‘독전’ 특유의 스타일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만들어낸 리듬감이 큰 몫을 차지한다. 복잡하게 얽힌 스토리와 제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은 시각화에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었고, 제작진은 장면과 공간 그리고 캐릭터의 특성을 고려하여 방향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뷰티 인사이드’(2015), ‘사도’(2015) 등 다수의 작품에서 탄탄한 내공을 드러낸 김태경 촬영감독은 캐릭터의 특성이 잘 보이면서도, 이들의 강렬한 호흡을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찾는데 공을 들였다. 영화의 스토리를 이끄는 ‘원호’는 거칠고 움직임이 많으며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로, ‘원호’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카메라 워킹과 움직임을 크게 가져가는 무빙 샷을 설계해 액션감을 높였다. 반면,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락’ 캐릭터는 정적인 카메라 앵글과 디테일한 조명 설계로 인물 간의 긴장감을 살리려 노력, 범죄극만의 장르적 재미를 더할 수 있었다. 이러한 두 캐릭터의 조우와 이들이 새로운 인물을 맞닥뜨리는 과정들은 또 다른 템포를 형성하며 극의 재미를 높였다.

밀도 있게 구성된 음악 또한 캐릭터 사이의 감정과 긴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데 큰 역할을 차지한다. ‘곡성’(201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달콤한 인생’(2005) 등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음악을 선보인 달파란 음악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독전’의 음악 역시 영화의 스타일에 크게 기여했다. 달파란 음악감독이 “심플하면서도 복잡한 설계를 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힌 ‘독전’의 음악은 클래식한 사운드와 현대적 사운드 디자인의 혼합으로 이루어졌으며, 강렬한 비트와 불협적 사운드의 활용이 영화가 가진 독창적 스타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전반적으로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는 데 있어 음악의 강약 조절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 섬세한 작업 끝에 ‘독전’은 한층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배우들의 강렬한 극사실적  명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먼저, 다양한 장르를 통해 섬세하고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충무로 대표 연기파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조진웅이 형사 ‘원호’ 역을 맡았다. 그는 실체 없는 조직을 잡기 위해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등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형사 ‘원호’로 분해 한층 성숙해진 연기를 보여준다. 

이해영 감독은 “조진웅 배우의 뜨거운 에너지가 ‘원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원호’가 맹목적이지만 한편으론 인간적인 면모도 가진 캐릭터인데 그런 부분들을 살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올바른 선택이었던 것 같다.”라고 밝힌바 있다. 

여기에 충무로의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류준열이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연락책 ‘락’으로 전무후무한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인 ‘락’ 역의 류준열은 “무표정하지만 내면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하는 부분을 고민하며 연기에 임했다.”라고 전하며, 절제되었지만 그 내면에는 다양한 감정을 가진 인물 ‘락’을 표현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김성령은 가까스로 죽음을 피한 마약조직의 후견인 ‘오연옥’을 연기한다. ‘오연옥’은 ‘원호’에게 조직의 실체에 대한 정보를 흘리는 인물로, 첫 등장부터 남다른 존재감으로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줬다. 마약조직의 임원 ‘선창’ 역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배우로서의 인지도를 넓혀온 박해준이 맡았다. 그는 이번 ‘독전’을 통해 강한 자 앞에서 약하고, 약한 자 앞에서 강한 악랄한 캐릭터로 열연을 펼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약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 역의 차승원은 힘의 이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지막으로 매 작품마다 명품 연기로 호평을 받아온 故 김주혁이 아시아 최대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으로 분해 광기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역대급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려내며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범죄·액션 장르의 ‘독전’은 2018년 7월에 개봉해 누적관객수 5,201,555명이 관람하고, 관람객 평점 8.41, 기자·평론가 평점 5.29, 네티즌 평점 7.53점을 기록하는 등 평점과 흥행 모두 중박 이상을 터뜨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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