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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리뷰]영화 ‘원라인’, 범죄·오락 장르의 새로운 시도 “은행에서 돈 받게 도와주는 게 내 잡이야”

  • 장영권 기자
  • 승인 2019.03.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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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권 기자] “은행은 안 망해. 왜냐고? 돈 받기 쉬운 사람한테만 돈을 빌려주거든.”

매너있게 작업해서 젠틀하게 은행 돈, 받아주는 리얼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원라인’.

오늘 오후 4시 50분에 OCN에서 시작하는 범죄 오락 장르의 ‘원라인’은 2017년 3월에 개봉해 누적관객수 435,142명이 관람하고, 관람객 평점 8.68, 기자·평론가 평점 5.71점, 네티즌 평점 8.17점을 기록하는 등 평점에 비해 관객몰이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로 볼 수 있다.

주연 ‘민재’역을 맡은 임시완부터 ‘석구’역의 진구, 박병은, 이동휘, 김선영, 안세하, 박종환, 김홍파, 박유환, 왕지원, 조우진, 박형수, 이석호 등 출중한 연기력을 품고 있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원라인’은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을 만나, 모든 것을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짜릿한 예측불허 범죄 오락 영화다. 

영화 ‘원라인’은 대한민국 최초로 ‘작업 대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업 대출’이란 은행 대출이 안 되는 사람들의 직업, 신용등급, 신분 등의 자격 조건을 조작해 은행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이는 것을 통칭하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기 대출 방식의 하나이다.`

‘작업 대출’ 세계 속 신종 범죄 사기단의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원라인’은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 양경모 감독의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선과 꼼꼼한 준비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현실과 맞닿아있는 범죄 영화 소재를 찾던 그는 희대의 사기 수법이었던 ‘작업 대출’을 우연히 접하고 큰 흥미를 느껴 실제 작업 대출 업자부터 금융업 관계자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발로 뛰어 만났다. 이는 ‘원라인’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고,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을 탄생시키는 밑바탕이 됐다.

‘원라인’은 기존 범죄 영화들과 달리 사기의 타겟을 ‘사람’이 아닌 ‘은행’으로 설정, 기존 한국영화에서 흔히 등장했던 단순 사기 소재가 아닌, ‘돈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기’로 시선을 옮겼다. 영화 속 신종 범죄 사기단은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몰래 모으고, 신상 정보를 조작해 은행을 감쪽같이 속인다. 대출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도 ‘은행 돈 받게 도와주는 게 내 잡이야. 이게 중요한 표현이다. 도와준다’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또 사기단 안에서 서로를 속고 속이며 욕망을 분출해 나가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예측 불허의 전개를 예고하며 한 시도 놓칠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돈과 대출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부조리함과 아이러니를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양경모 감독은 “관객에게 신선한 경험, 장르적 재미는 물론 ‘돈’에 관한 새로운 시선까지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영화 ‘원라인’ / ㈜미인픽쳐스, ㈜곽픽쳐스
영화 ‘원라인’ / ㈜미인픽쳐스, ㈜곽픽쳐스

젊은 혈기의 임시완, 진구는 물론 최고의 개성파 배우 박병은, 이동휘, 김선영까지 독특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기대를 하게 만드는 영화 ‘원라인’.

드라마 ‘미생’, 영화 ‘변호인’등을 통해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호평받고 있는 임시완은 착한 남자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180°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우연히 ‘작업 대출’계에 발을 들인 후 사기계의 샛별로 거듭나는 신참 사기꾼 ‘민 대리’ 역을 맡아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능글능글한 매력을 보여준다. 임시완은 순진한 미소로 사람들을 낚고, 화려한 언변으로 사람을 홀리며 프로 사기꾼으로 승승장구 해나가는 변신 과정을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완벽하게 빠져들어 연기해낸다. 능청스러운 미소로 관객까지 매료시킬 그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대한민국 여심을 뒤흔들었던 진구는 젠틀하고 여유만만한 ‘작업 대출’계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서서 그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구렁이 같은 인물로, 진구는 본인의 가장 큰 매력인 성숙한 남성미를 십분 발휘했다. 그는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 배우와 선보였던 브로맨스 못지않은, 임시완 배우와의 브로맨스 케미를 기대해도 좋다”며 임시완과의 환상적인 앙상블을 펼쳤다.

다양한 작품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해온 박병은은 돈과 야망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행동파 ‘박 실장’으로 분했다. “스스로 후회하지 않을 캐릭터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는 박병은은 영화 속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다이어리를 늘 손에 들고 다닐 정도로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는 열정을 발휘했고, 영화 속 ‘박 실장’은 그 만의 스타일로 재탄생되어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응답하라 1988’의 ‘도롱뇽’을 시작으로 ‘공조’에서 탈북 범죄조직을 돕는 '박명호', ‘재심’에서 성공과 의리를 두고 갈등하는 변호사 '창환' 역까지 확실한 개성을 각인시켜온 배우 이동휘. 그가 이번에는 무엇이든 조작 가능한 위조 전문가 ‘송 차장’으로 분했다. S대 출신 엘리트지만 허당 기질이 다분한 인물이다. 허를 찌르는 웃음이 특기인 이동휘의 눈부신 활약은 ‘원라인’에서도 빛을 발했다. 

연극 무대를 휩쓸고 ‘응답하라 1988’의 ‘선우 엄마’로 단박에 대세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배우 김선영. 출연하는 작품마다 맛깔난 연기로 사랑 받아온 그녀가 ‘원라인’에서는 신상 정보를 싹 쓸어 모으는 개인정보의 여왕 ‘홍 대리’가 되어 스크린 접수에 나섰다. 신종 범죄 사기단의 홍일점으로 늘 자신만만하고 쿨한 ‘홍 대리’를 연기한 김선영은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으며 완성도 높은 작품 탄생에 일조했다. 

또한 영화 ‘원라인’은 ‘작업 대출’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스크린에 리얼하고 생생하게 담아내며 박진감 넘치는 범죄 오락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비일비재했지만 양지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사실감 있는 연출과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는 양경모 감독은 무엇보다 실제 2005년의 시대적 배경과 공기를 실감나게 불어넣는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작업 대출’계에 실제로 몸담고 있는 당사자들과 은행권 관계자들의 인터뷰는 영화의 큰 틀이자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양경모 감독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작업 대출 업자들을 만나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외부로 신분 노출을 꺼리는 대출 업자들을 실제로 만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지만 영화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 넣겠다는 양경모 감독의 끈기와 열정은 결국 빛을 발했다. 천신만고 끝에 그는 몇 명의 작업 대출 업자와 금융권 관계자를 만났고 그들의 말투와 작은 습관까지 짚어 내어 5인의 캐릭터를 리얼하게 탄생시킬 수 있었다.

양경모 감독은 “작업 대출 세계는 워낙 광범위하고 방식도 다양해 취재 중 알게 된 정보를 선별 후 고증하여 채워나가는 부분이 많았다. 실제 ‘작업 대출’계에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고, 대부분이 실제로 대출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며 영화 속 캐릭터가 다채롭게 설정된 것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위해 양경모 감독이 가장 고심한 것은 대사였다. 작업 대출 업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화려한 언변과 독특한 언어 습관을 흥미롭게 지켜봤던 그는 시나리오에 실제 용어들을 자연스레 녹여냈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사이즈’다. ‘사이즈가 별로다’, ‘사이즈 괜찮다’처럼 작업의 규모, 상대방의 외형, 하루의 컨디션 등 다양한 의미로 통용되는 대표적인 용어이다. ‘감겼다’ 역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말로 배신하여 서로를 등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또 다른 전문 용어는 ‘코 뚫었다’가 있다. 첫 사기, 첫 작업에 성공했음을 표현하는 은어로 ‘민재’가 첫 작업에 성공했을 때 ‘어떻게 코 뚫었냐’를 질문을 받는다.

실제 용어를 시나리오에 잘 살려낸 양경모 감독은 배우들에게도 대사 하나 하나의 말맛을 살려 연기하도록 당부했고, 배우들 역시 기대를 넘어서는 맛깔난 대사 소화력을 보여줬다. 생소한 영화 속 실제 작업 대출 용어를 알아가는 것 또한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그리고 실제로 ‘작업 대출’이 성행했던 2005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그 시절의 소품을 고증하여 영화 속에 녹여내기는 쉽지 않았다. 작업 대출 꾼들이 들고 다니는 플립폰과 사무실의 CTR 모니터는 물론 거리의 도로명 주소, 프랜차이즈 간판, 지금과는 다른 디자인의 택시와 버스까지, 무심코 지나칠법한 작은 소품 하나까지 철저히 조사 후 촬영에 들어갔다. 그 중에서도 돈은 가장 신경 써야 할 소품이었다. 

2005년에는 지금과 색이나 크기가 확연히 다른 구권을 사용했다. 위조지폐 문제로 인해 한국은행의 허가를 얻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어렵게 구권을 인쇄할 수 있었다. 김유정 미술 감독은 “구권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은행에서 우연히 실제 구권을 발견했다. 당시 바꿀 수 있는 신권 전부를 구권으로 교환해 사용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기도 했다. 포기와 타협 없이 디테일을 살린 소품 연출은 영화에 생생함을 더하는 가장 큰 결정적 한방이 됐다.

주인공 ‘민재’가 20대 대학생이라는 설정은 ‘대출’이 사회에 진출하고 겪는 고민이 아니라 이미 대학생 때부터 맞닥뜨리는 현실의 문제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양경모 감독은 “평범한 대학생이 ‘작업 대출’ 세계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를 통해 돈에 대한 근심과 그에 따라 파생하는 문제가 단순히 어른들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라며 ‘민재’를 대학생으로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최근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이 취업 후까지 그들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며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한 영화 속 “처음에는 딱 1억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딱 10억, 그 다음에는 딱 100억…” 이라는 ‘민재’의 대사는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향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단편영화 ‘일출’(2015)로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양경모 감독. 첫 장편 데뷔작인 ‘원라인’을 통해 “이야기와 인물이 생동하는, 사람과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그는 ‘작업 대출’을 소재로 프로 사기꾼의 세계를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소재의 현실감을 표현하기 위한 치밀한 집요함이 있다. 상황과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안목을 가진 감독”이라고 전한 박병은의 말처럼 충무로의 범죄 사기극은 양경모 감독으로 인해 다시 한번 진일보할 것이다. 유쾌한 범죄 사기극으로 화끈한 데뷔 신고식을 치를 신예 양경모 감독의 앞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작업 대출’계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며 그 안에서 서로를 속이는 사기꾼들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 ‘원라인’. 그간 스크린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짜릿함을 안방에서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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