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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북미정상회담 결렬 미국 언론 "둘 모두의 오판"…트럼프의 과도한 해석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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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트럼프와 김정은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미국의 주요 언론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핵 협상은 정상회담 이전에 좌초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애초에 미국과 북한의 눈높이가 너무 달랐다며 정상회담 강행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모두 상대방의 결단과 양보에 기대를 걸었고 양보하지 않았다는 것.

북한은 지난 2016년 3월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의 해제를 요구했는데, 미국은 사실상 대북제재의 전면해제에 해당한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직은 영변 이외의 핵시설을 해체하거나,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을 동결할 준비는 없었다.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산책하는 김정은·트럼프 / 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산책하는 김정은·트럼프 /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도 2일 합의 결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의 오판에 따른 것이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일괄타결(그랜드바겐)을 요구했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영변 핵시설 카드'로 핵심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끌어낼 수 있다고 잘못 계산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사항은 역대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의 반대에 부닥쳤던 내용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들은 일괄타결 방식의 비핵화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봤지만, 자신을 능숙한 협상가로 자평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핵심적인 제재조항들을 해제하라는 요구도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웠다.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은 '영변만으로 합의하면 곳곳에 핵 프로그램을 숨겨둔 젊은 지도자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실무협상에서 노후화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제재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고, 정작 북한 협상팀은 '오직 김 위원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영변 핵시설 내부의 어떤 시설을 해체할지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뒤늦게 확인된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전용 열차에 올라 베트남으로 향한 시점까지도 실무협상은 교착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협상에서도 타결되지 않은 정상회담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실패를 내정하고 있었던 것.

익명의 당국자는 CNN방송에 "김정은 위원장은 '백업 플랜'이 없었다"면서 "선언문에 서명할 것으로 매우 자신있게 기대하면서 하노이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CNN에 "북한은 영변의 모든 것을 내놓으려 했다. 공식적인 문서의 형태로 완전히 해체하려고 했다"면서 "북한은 아주 진지하게 협상에 나섰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대표단이 그 제안을 거절하고 떠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결렬 후 마이클 코언을 비난하는 트윗을 쏟아내는 것에서도 협상 결렬의 원인을 짐작해 볼 수 있따.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겨냥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규모의 위증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5개의 트윗을 올려 지난달 27일 TV로 중계된 코언의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 증언에 대해 "사기적이고 부정직한 진술"이라며 "말도 안 된다"고 깎아내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윗에 대해 "코언의 신빙성을 공격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12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일하며 그의 '해결사'이자 '충복'이었다가 등을 돌린 코언은 지난달 26∼28일 상·하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행위 의혹을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중에도 비난 트윗을 올리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편,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힐과 해리스X가 함께 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코언의 증언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25%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직 의견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39%에 달했다.

코언의 증언이 믿을만하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그 반대보다 높게 나왔지만, 전체적인 결과는 세간의 시선을 끄는 코언의 등장이 정치적 게임 체인저(game-changer) 즉, 상황의 전개를 완전히 바꿔놓을 만한 일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더힐은 평가했다.

되돌아 보면 북한과 미국 모두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가 완벽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의 청문회 출석과 관련해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였으며, 보좌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판이 그려질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영변 핵시설 카드로 제재 완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 자신하고 있었지만 실무 선에서 이미 협의가 안되고 있던 것을 정상회담에서 풀어낼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두 정상 모두 실무자 협의에서 제대로 안되었던 부분에 대한 대안과 복안을 가지고 정상회담에 임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AP통신은 2일 협상 결렬의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제재 완화 요구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이유라 밝혔다.

AP통신은 2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둘러싼 양국의 진실 게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에는 북한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하노이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으나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회담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리용호 외무상은 북한이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였다고 밝혔다. 북한 측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대신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제재 항목의 해제를 원한 것.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역시 북한은 "영변을 다 내놓는다고 했다"며 북측의 요구 내용을 분명히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측 고위 관계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2016년 3월 이후 유엔 안보리가 부과한 제재의 해제를 요구했다"며 모든 제재의 해제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북한이 금속·광물·사치품·수산물·석탄 수출·정제유 수입·원유 수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제재를 받고 있다면서, 이 상황에서도 북측이 '민생'에 주목한 것은 주요한 협상 포인트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군수 관련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핵무기를 자기방어의 수단이라고 주장하지만, 당분간은 핵미사일과 직접 관련 있는 제재들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북측이 제재 해제와 관련해 강력한 요청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것과 같이 모든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상결렬이 좋은 교훈을 남길 수도 있다.

두 정상 모두 이후의 협상에서는 실무선에서 구체적이고 충실한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았다면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는 상식적인 교훈을 두 정상이 얻었기를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실수는 다시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으로 되돌아 왔다.

판을 깔아주었는데도 두 정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실망이 가장 컸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후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지금처럼 지지부진하게 진행할 것이 아니라 실무협의 자체를 3자회담으로 끌고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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