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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킹덤’ 류승룡, 생각보다 유머러스하고 생각만큼 진중했던 그의 이야기

  • 김하연 기자
  • 승인 2019.02.03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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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기자] 류승룡은 생각보다 섬세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으며, 생각만큼 진중한 ‘배우’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필자는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킹덤’으로 돌아온 류승룡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직접 만나본 류승룡은 다양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류승룡은 극 중 조선의 실질적 권력자인 영의정 ‘조학주’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류승룡 ‘킹덤’ 스틸컷 / 딜라이트
류승룡 ‘킹덤’ 스틸컷 / 딜라이트

2019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 ‘킹덤’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터널’의 김성훈 감독 연출과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 대본으로 제작 단계부터 대중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는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류승룡은 “배우들은 좋은 작가, 책, 캐릭터를 만나는 게 영광”이라며 “그 세 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키는 제안이 왔을 때 안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킹덤’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다. 그렇다면 시즌1에서 함께 작업한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류승룡은 “이유를 불문하고 다음에도 어떤 작품이든, 어떤 역할이든 같이 하면 좋은 에너지를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좋은 이야기로 또 만나보고 싶다”며 “김은희 작가님은 명성대로 그리고 내가 보았던 드라마 그 이상으로 인간 본연의 심리에 대한 탐구가 뛰어나고 서사를 글로벌하게 잘 녹여내시는구나 싶었다. 어떤 것이 가장 보편적으로 공감을 주는지 정확히 안다는 놀라움이 있었다”고 감탄했다.

이어 김성훈 감독에 대해서는 “굉장히 꼼꼼하고 장인 정신이 뛰어난 선장이다. 지구력이 대단하고 워커홀릭이다. 그런 탐구의 노력들이 고요함부터 단아함, 아름다움, 비주얼쇼크까지 다 녹여낸 것 같아서 놀라웠다”고 극찬했다. 

류승룡 / 딜라이트
류승룡 / 딜라이트

‘킹덤’은 공중파 드라마 혹은 영화와 달리 넷플릭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오리지널 드라마다. 시청률이  존재하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지 않고 시청자들의 리뷰로만 알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한 촬영 방식은 드라마보다는 영화와 가깝기도 했다. 이런 차이점에 대해 류승룡은 “배우 입장에서는 창작자들이 느끼는 것보다는 많이 달랐다”며 “영화 찍듯이 찍었는데 여유롭게 길게 찍는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점은 공개했을 때 방식, 얼마나 봤는지 절 수 없는 것”이라며 “넷플릭스에서 얘기해주시는 걸 듣고 ‘반응이 그렇구나’ 알고 있다. 또 여러 가지 언어로 더빙된 것도 보고 자막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 덧붙였다.

시청률, 시청자 수를 알 수 없는 넷플릭스만의 특징에 대해서는 장점이 훨씬 큰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넷플릭스 방침 자체가 감독, 작가, 모든 배우들에게 수치를 얘기 안 한다고 하더라. 멘탈에 대한 정서적인 보호, 배려 차원이라고 하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는 열심히 촬영하고 또 홍보하고 응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서 시즌2에 잘 반영하면 될 것 같다”

서양 공포영화의 대명사였던 좀비는 국내에서도 더이상 낯선 존재는 아니다.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사극에 좀비가 더해진 영화 ‘창궐’도 개봉했기 때문이다. 앞서 비슷한 장르의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류승룡은 그 작품들을 참고하거나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참고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사실 의식할 필요도 없고 의식이 되지도 않았다. 요즘 좀비는 특이한 장르 라기보다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대중적인 소재가 된 것 같다. 보시면 알겠지만, 좀비물이라고 하기보다는 ‘킹덤’이라는 이야기 자체에 좀비가 좋은 소재로 차용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류승룡 / 딜라이트
류승룡 / 딜라이트

류승룡은 시즌1이 공개되기 전 열린 ‘킹덤’의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과 서양의 소재를 접목시킨 것이 차별점”이라며 “우리나라 것이긴 하지만 시공간을 떠나 공감할 수 있는 배고픔과 권력에 대한 탐욕을 다뤄서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친 바 있다. 

이날의 이야기를 꺼내자 류승룡은 “우리나라의 선과 단아함, 고요함 이런 것들을 잘 녹여낸 작품 같다. 동남아 쪽에는 가을이 없어서 단풍이 없는 나라도 많은데 눈부시게 아름다운 단풍과 건축 양식, 의복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며 “긴 호흡을 가지고 제대로 보여준 기회가 흔치 않은 것 같다”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류승룡이 분한 조학주는 왕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물로 인간 내면의 숨은 본성을 표현하고 ‘이창’(주지훈 분)과 팽팽하게 대립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저음의 카리스마로 섬뜩할 정도의 야망을 표출했다. 그가 조학주를 연기하면서 잡은 포인트는 “악역처럼 하지 말자”였다. 

“흐트러진 권력욕에 가장 주안점을 둔 것 같다. 대본 안에서 충실했다. 나의 나이나 선을 생각했을 때 조씨 가문의 혈육으로 나라를 세우려는 야망이 있었던 것 같다” 

‘킹덤’은 시즌2 제작을 확정하고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류승룡은 시즌2 이야기가 나오자 “대본 6부까지 모두 나왔지롱”이란 장난스러운 말투로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시즌2의 관전 포인트를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시즌1은 중간에 시즌2 ‘뭐야’ 이럴 정도로 끊겼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사실 배우 류승룡은 모르지만, 조학주는 아는 이야기가 시즌2에 있는데 많이 뿌려 놓고 덜 회수한 느낌이다. 하지만 시즌2에는 시원하게 회수한다. 2~3회 때 ‘이렇게 전개가 빠르면 어떻게 하지?’ 했을 텐데 ‘아 이러려고 했구나’ 싶은 게 충분하기 때문에 기대하면 된다”

류승룡 ‘킹덤’ 스틸컷 / 딜라이트

류승룡에게 사극은 낯선 장르가 아니다. 드라마 데뷔작을 ‘별순검 시즌1’으로 시작했고 이후 ‘바람의 화원’, 영화 ‘황진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등 다수의 사극물에 출연하며 ‘사극 흥행불패’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이에 류승룡은 “사극이 좋은 것 같다. 편하다. 그 시대에 IT나 문명의 도움을 받지 않은 심층이나 눈빛, 오해가 많지 않나. CCTV나 카카오톡이 없으니까. (웃음) 거기서 주는 이야기들도 있고, 지금은 헤어스타일로 변주를 줄 수 있는데 수염 안, 갓 안 등 갇힌 곳에서 표현해야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라며 “현대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들이 좋은 것 같다”라고 자신에게 사극이 가진 의미를 전했다. 

대중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킹덤’이 공개된 이후 예상치 못한 혹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조학주의 딸이자 어린 중전 역을 맡은 김혜준의 연기력 논란이 불거진 것. 그 때문일까. 극 중 김혜준의 아버지 역을 맡은 류승룡의 인터뷰에서도 김혜준의 연기력 논란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지만, 류승룡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배우의 이야기에 “같이 연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뭐라고 말을 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제 막 시작하는 김혜준을 위해 따뜻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김혜준씨는 굉장히 신선하다. 열심히 아빠를 따라 하려고 하지만, 서툰 모습들을 감독님과 많이 얘기한 걸로 알고 있다. 시즌2에서 그런 부분이 나올 것 같다”며 “깜짝 놀랄만한 중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도리화가’, ‘7년의 밤’, ‘염력’ 등 그가 출연한 작품이 흥행 면에서 큰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류승룡은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을 즐겁게 가야하는 것 같다며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창작자,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두려움과 설렘이 있고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든다. 배워가는 것 같다. ‘아 이번에는 이랬구나’ 하면서. 모든 창작자들이 그렇게 바짝 긴장하고 만들어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과정 같다. 작품마다 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류승룡 / 딜라이트
류승룡 / 딜라이트

올해로 50세를 맞이한 류승룡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기대된다”라며 “운명이라는 게 거스를 수 없다. 지금 나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젊다.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배워가면서 기대되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여러 가지 여건이나 채널도 많아졌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드라마 소재, 폭도 넓어졌고 양질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고.  넷플릭스가 기폭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기대가 된다”며 배우 입장에서 느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한 작품을 보더라도 보시는 것에 따라 다르듯이 늘 탐구하고 사람하고 맞닿아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인터뷰가 마친 후 류승룡은 자신과 이야기를 나눈 기자들에게 명함꽂이를 선물했다. 최근 목공예에 빠진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명함꽂이에는 ‘류승룡’ 이름 석 자가 담긴 불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순간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진중하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전하던 그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킹덤 시즌2’로 돌아올 류승룡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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