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황선용 기자) 2025년 가을의 오후, 운전 중에 창가로 스며드는 볕을 피해 양준일의 미니앨범 ‘Day By Day’ CD가 들어 있는 차량용 CD 플레이어로 손을 뻗는다.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낡은 차의 최대 장점이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CD 플레이어가 있다는 점 아닐까.
‘Day By Day’ 앨범의 재생시간이 공교롭게도 나의 출퇴근 운전 시간과 딱 떨어지는 것도 신의 한 수 같다. 덕질에 최적화된 나의 사고회로에 따른 끼워 맞추기이지만, 이 또한 덕질러의 기쁨 아니겠는가.
이 앨범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인생의 여러 장면을 엮은 한 사람의 여정이다. 앨범을 듣는 내내 나는 그 여정을 따라 걷는다. 뜨거운 열정, 불안한 사랑, 마주할 이별, 끝내 드러나는 진실과 질문, 불안한 사랑,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으려는 고군분투, 무기력하게 반복되는 하루를 의미 있게 바꾸고자 하는 희망까지. 앨범을 듣는 내 나는 나의 하루를 반추하고, 이 순간의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한 힘을 얻는다.

“니가 나를 느끼도록 나는 너를 뜨겁게 바라봐.” <Let’s Dance>는 강렬한 시선과 뜨거운 에너지로 시작한다. 모든 것이 흑백인 와중에 나의 사랑은 유일한 색을 품는다. 무채색의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도 나의 사랑은 단 하나의 색으로 빛난다. “모든 것이 흑백인데, 너만이 빨강이야.” 춤은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와도 같다. “너는 나에게 함께 춤추자고 하는 사람.” 양준일은 나른한 듯 낭랑한 보이스로 팬들에게 삶을 향한 초대장을 보낸다. “So, Let’s Dance!”
앨범은 곧장 다른 풍경으로 넘어간다. <Alibis>는 이별의 그림자를 노래한다. 비가 그치면 온도가 변하듯 사랑도 그렇게 끝난다. 사랑의 상처는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사랑의 속삭임인가 싶었던 랩소디는 뱀의 혀와도 같기에, 이해되지 않아 변명조차 내뱉을 수 없던 무기력했던 상황에 대한 기억은 수시로 튀어나와 삶의 평화를 산산이 부숴버리는 듯하다. 물론 이 노래는 사랑의 상실에 관한 노래는 아니다. 양준일은 자신을 뒤흔들어대는 거짓과 그 거짓에 선동되어 놀아나는 얼굴 없는 공격자들에 대한 자신의 갑갑한 마음을 가사로 적은 것이었기에.
뒤이어 양준일이 질문한다. 알고 싶지는 않은지. <Do You Wanna Know>는 길을 잃은 순간에 들려오는 위로다. 후렴은 단호하다. “그냥 지나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알고자 할 것인가.” 타인에게 던지는 질문인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묻는다. 혼란과 자기기만 속에서도 끝내 귀 기울이라는 양준일의 목소리는 상처를 싸매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거센 폭풍우 속을 걸으며 눈물을 흘리면 아무도 모를까. 경쾌한 리듬 속에 불안이 스며있다. “왠지 차가워진 우리 사랑 왜 나만 슬퍼해.” <Sha la la>는 가장 밝은 후렴을 가진 곡이지만, 그 안에는 사랑의 균열과 상실의 두려움이 웅크리고 있다. “너는 나의 판타지, 접을 수 없는 꿈이야.” 사랑은 현실이면서 동시에 현실이 아니다. 붙잡으려 할수록 더욱 멀어지기에, 더 강렬하고, 더 절실하다. 단순하고 가벼운 후렴은 사랑에 대한 상실감을 애써 감추기 위한 몸부림 아닐까.
<Rocking Roll Again>은 양준일의 설명을 빌리자면 ‘다시 달리자’는 의미이다. 양준일이 복귀 후 발매한 첫 번째 디지털 싱글인데, 미니앨범에 다시 수록하여, 다른 곡들과 함께 앙상블을 이뤄 양준일의 여정을 완벽하게 설명해 내는 듯하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 열정 가득했던 시간에 대한 회상은 결국 현재의 다짐으로 바뀌니, 다시 달리자는 양준일의 외침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이 순간을 긍정하겠다는 선언과도 같이 들린다.
“7시에 눈을 뜨고 생각 없이 샤워하며 향기 없는 커피를 몇 모금을 마시며.” 지극히 평범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리듯이 부르는 <하루하루>. 한숨이 짙게 밴 목소리에 시작조차 힘겨운 지루하도록 반복되는 하루의 무거움이 가득 묻어난다. 툭 치면 금방이라도 와르르 무너질듯한 하루를 온몸으로 떠받치고 서 있는 남자의 삶 속에도, 사랑이 있고 그로 인한 희망이 있다.
앨범 ‘Day By Day’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양준일이 직접 작사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긴 흐름으로 이어진다. 뜨거운 열정, 이별과 변명, 질문과 성찰, 사랑의 불안,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으려는 몸부림, 숨쉬기조차 버거운 하루 속에서도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사랑까지. 양준일의 셀럽에세이 <메이비 : 너와 나의 암호말>에 담긴 문장이 다시 울린다.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것은 이 순간뿐이다.”

이 앨범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을 관통하며 흐르는 철학이다. 음악을 듣지만, 가수의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양준일이 아티스트로써 드러내는 존재감에 대한 존경을 느낀다. 이것은 아마도 음악이 도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점에 대한 경외가 아닐까. 양준일의 노래는 인간의 경험을 예술적 초월의 순간으로 이끌고, 나는 그 앞에서 겸허해진다. 양준일 미니앨범 ‘Day By Day’와 함께 익어가는 가을날이다.
‘Day By Day’라는 제목처럼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간혹 하루가 시작되지 않고 이대로 멈춰버리기를 바라는 날도 있고, 눈 뜨자마자부터 버거운 생각에 다 식은 커피잔을 늦도록 기울이며 시작을 미루는 날도 있다. 그러나 나의 하루가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이 아님을 잘 알기에 결국 소중히 하루를 산다. 팬으로써 양준일의 음악과 글이 불어넣은 의미 속에서 나는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단단히 내 삶을 붙든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권능이며,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남겨주는 가장 위대한 선물이 아닐까. 오늘도 다시 달리며! I'm with You!
2025/09/09 11:10송고  |  reporter@topsta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