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황선용 기자) 양준일 ‘GOODBYE_X_LOVE’ 뮤직비디오는 화려한 장치도, 눈부신 영상미도 담고 있지 않다. 한 남자의 흔들리는 눈빛과 무거운 목소리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는 숨조차 죽인 듯 고요하다. 장식 하나 없는 회색 벽, 아무것도 두지 않은 바닥, 그 위에 오직 한 남자만이 서 있다. 불필요한 장식이 모두 제거된 공간은 그의 존재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하는 장치가 된다.

“짧은 시간만이라도 나를 만나줘, 잠깐만이라도 내 얘기를 들어봐.”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첫 구절은 단순한 가사가 아니다. 그것은 기도이자 절규이며, 동시에 청춘의 기억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읊조렸을 법한 간청이다. 단 몇 시간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는 애원. 끝이 다가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머물러 달라는 바람. 뮤직비디오 속 양준일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인다.

양준일 SNS @jiytime
양준일 SNS @jiytime

고개를 숙인 한 남자의 모습은 그간의 사랑이 덧없이 사라지는 것을 깨달은 인간이 필연적으로 취하게 되는 자세다. 강하게 보이고 싶으면서도, 결국 무너지고 마는 인간의 초라함이 스크린을 회색빛으로 물들인다.

조명은 단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한 빛은 오히려 내면의 그림자를 더욱 깊고 선명하게 드러낸다. 화려하지 않은 조명은 무대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비춘다.

“하지만 지울 수가 없어, 그 많은 기억들을 … 너의 눈빛, 너의 미소, 너의 향기까지.”

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러나 손끝이 마주하는 것은 공허함 뿐이다.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손을 뻗는다. 이미 사라진 사랑을 향한 몸부림이고, 동시에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무력감이다. 그의 체격은 강건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작고 연약하다. 양준일 ‘GOODBYE_X_LOVE’ 뮤직비디오는 그 모순을 가감 없이 담는다.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가장 연약한 지점으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의 절규는 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장면처럼 격렬하고, <닥터 지바고> 속 사랑처럼 운명 앞에 무력하다. 불길처럼 타올랐던 사랑이 현실의 찬 바람에 서서히 식어가는 과정이 화면 전체에 겹쳐 잔영처럼 남는다. 그 장면은 영상을 보는 이들 각자의 내면에 남아 있는 오래된 기억을 흔들어 깨우는 듯하다.

“Good-Bye라 하지 마.”

양준일 SNS @jiytime
양준일 SNS @jiytime

그의 목소리는 절규이면서 동시에 고요한 속삭임 같다. 뺨 위로 눈물이라도 흘릴 법 하지만 그는 그저 참는다. 그 얼굴은 버티 히긴스의 노래 ‘Casablanca’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카사블랑카’처럼 시작했으나 끝내 추억으로만 남을 듯한 사랑, 그 사랑이 양준일의 메마른 얼굴에서 되살아난다.

“오늘 밤 같이 있자. 조용히 눈 감고 있어도 돼. 가지 마, 우리 첫날 밤처럼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그의 노래는 절망에 가깝지만 동시에 담담하다. 마지막임을 알면서도 단 하루만 더 붙잡고 싶은 모순된 마음. 그것은 모든 청춘이 한 번쯤 겪어보았을 보편적 감정이다. 록시트의 ‘It Must Have Been Love’가 노래하듯, “It must have been love, but it’s over now.” 사랑은 분명 존재했으나, 이제는 끝나버린 기억. 뮤직비디오는 그 체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조명이 꺼지고, 화면은 어둠으로 끌려 들어간다. 그러나 그 어둠은 단순한 정적이 아니다. 폭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처럼, 오래도록 가슴속에 메아리친다. ‘GOODBYE_X_LOVE’의 뮤직비디오 속 양준일은 단순히 한 남자의 이별을 연기한 것이 아니다. 그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대신 불러주고 있다.

그의 노래는 불꽃처럼 타올라 결국 재로 남은 사랑의 기억이고,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미한 등불이다. 그리고 마치 꿈결처럼, 우리를 저마다의 잃어버린 사랑과 다시 마주하게 한다. 음악이라는 이름의 기억, 사랑이라는 이름의 운명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양준일 SNS @jiytime
양준일 SNS @jiytime

양준일은 서른 즈음 ‘Good-Bye’를 작사했고 2001년 Fantasy 앨범에 수록했다. 20년여 년이 지난 2023년 11월 3일 리메이크하여 디지털 싱글 ‘GOODBYE_X_LOVE’를 공개했다. 콘서트 무대 위에서 이 곡을 부를 때, 양준일은 늘 화려함을 벗고 고요 속에 자신을 내맡기고자 하는 듯하다. 그 고요와 떨리는 음성 사이의 간극에서, 나는 아티스트가 전달하는 감정을 듣는다.

20대와 30대가 불같은 사랑을 갈구하며 이 노래를 눈물로 받아들인다면, 세월을 건너온 50대의 시선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다. 이별은 더 이상 세상의 종말이 아니며, 흘러간 사랑조차 삶의 일부로 수용되는 나이. “Good-bye라 하지 마”라는 절규조차 이제는 덜 절망적이고, 오히려 그때의 열정과 눈물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기록처럼 다가온다. 사랑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밀려가며, 남겨진 이는 결국 그 리듬을 받아들이게 된다.

‘GOODBYE_X_LOVE’ 뮤직비디오 속 양준일은 어떤 장식도 없이, 그저 눈빛과 목소리만으로 모든 이야기를 건넨다. 절규 같으면서도 담담한 그의 음성은 불꽃처럼 타올라 사라진 사랑의 기억이자, 여전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깨닫는다. 현실이든 꿈결이든, 지금 그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내 삶을 가장 따스하게 채워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예술은 늘 내 일상에 숨을 불어넣고, 그의 노래를 따라가는 동안 나는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단단한 나 자신을 알아간다.

나는 바란다. 가을 햇살이 서늘한 바람 속에서도 들꽃을 품어주듯, 그의 음악이 나의 인생 후반부를 고요히, 그러나 찬란하게 익어가게 해주기를.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언제까지나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지켜보고, 나의 유일한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양준일을 변함없이 응원하며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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