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황선용 기자) 지난 토요일인 16일 오후,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이 열렸다.

그는 콘서트를 공지하며 “나 신나게 놀거야”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 말처럼 신나는 여름방학을 무대 위에서 즐겼다.

이번 콘서트에 양준일은 10대시절 즐겨 들었던 음악들로 스토리를 세웠다.

무대 위 비트와 리듬을 따라가다 보니, 힙합과 알앤비를 들으며 춤추던 한 소년의 시간이 선명해졌다.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동시에 한국에서의 첫 데뷔가 그에게 얼마나 다른 리듬이었는지도 떠올랐다.

1집에서 불러야 했던 ‘겨울 나그네’와 ‘오월의 교정’은 훌륭한 곡이지만, 그에게 부여된 낯선 문법이었다.

그래서일까, 2집 이후의  ‘Do It Do Me’, ‘Oh, My God’, ‘Because’ 'Fantasy '넘어가면 “양준일다움”이 또렷해진다.

그는 본디 리듬과 몸, 언어가 하나로 맞물릴 때 가장 자유로운 가수라는 사실을, 이번 공연이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무대 구성도 그 스토리와 맞물렸다.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1부는 여름방학의 싱그러움과 10대의 결을 띠며 '그해 여름방학의 양준일'을 럭비나 하키팀의 유니폼같은 박시한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로, 2부는 블랙티셔츠와 블랙진 차림으로 더 성숙하고 남성적인 온도를 냈다.

자신의 움직임과 호흡으로 무대를 완성할 줄 아는 사람.

명품 하나없이도 멋질 수 있는 사람.

출근길에서의 민소매와 연카키 바지 같은 실루엣이  그를 가장 잘 말해주는 의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처음 듣는 곡들이 많았었다.

그 시절 한국에 들어오던 미국 대중음악이 극히 일부였다는 사실을 새삼 체감했다.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그 빈틈 사이로 그는 낯선 노래, 낯선 몸짓, 낯선 언어를 끌어안고 서 있었다.

모국에서 더 낯선 자의 감각.

이질감은 그를 주저앉히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스타일을 결연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듣고, 이렇게 움직인다.” 그는 늘 그렇게 말해 온 사람 같다.

공연 중 그가 자신의 곡을 다시 부를 때 힘들었다고 이야기한것이 오래 남는다.

곡을 쓸 때의 감정이 무대 위에서 다시 홍수처럼 밀려오기 때문이다.

창작은 종종 자기 마음을 다시 통과해야 하는 일이며, 그 과정은 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통증을 동반한다.

그 고백은 스타의 화려함보다 창작자의 고독을 비추었고, 객석의 박수는 연대의 박수로 변했다.

그는 행복했지만, 때론 냉혹하고 잔인한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우리는 여섯 해의 굴곡을 지켜보며 스스로도 변했다.

그 시간은 양준일과 그의 팬들을 '스타와 소비자'가 아니라 '같은 역사를 공동 집필한 동지'로 만들었다. 그러나 동지라는 말이 곧 경계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

내적 친밀감은 쉽게 오해를 부른다.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우리가 너에게 얼마나 했는데”라는 말의 이면에는 사랑보다 소유의 그림자가 진하게 드리운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응원은 요구가 되고, 애정은 통제의 언어로 변한다.

스타가 스타로서 존재할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팬의 응원은 목적을 잃는다.

무대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대 밖의 그를 지켜주는 일이다.

그의 일상, 사생활, 침묵할 권리, 멈출 권리를 인정하는 일이다.

이번 공연은 나에겐 관계 수업이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정체성이 언어와 리듬, 몸과 옷, 시간과 기억의 결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았다.

그리고 그 결을 존중하는 일이야말로 성숙한 팬의 첫 조건임을 배웠다.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팬의 윤리는 가까움의 속도가 아니라 거리를 가늠하는 감각에서 비롯된다.

'더 가까이'가 아니라 '적당히 멀리서 오래' 바라보기. 그 원칙이 있을 때, 응원은 집착이 되지 않고, 연대는 아름다워진다. 스타가 스타로 존재할 수 있어야, 팬으로 존재할 수 있다.

즉흥적 열광 대신 지속 가능한 애정, 소유의 언어 대신 자유의 언어, 요구 대신 감사.

무대 위에서 그는 스타가 되고, 무대 밖에서는 온전한 개인 '양준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 자유를 지키는 일, 그 거리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쓴 지난 6년의 기록을 앞으로의 시간으로 연결하는 가장 단단한 다리다.

오늘의 박수가 내일의 기대가 되지 않기를.

오늘의 박수는 바로 오늘을 위해 존재하기를.

그렇게 우리는 그의 어제와 오늘 사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서 오래 응원할 것이다.

그 거리가 바로, 무대를 지키는 애정의 다른 이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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