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황선용 기자) 2025년 9월, 계절의 문턱을 넘는 이 시간에,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가을을 맞이할 채비를 한다. 양준일의 삶의 조각들이 새겨진 노래들이 가을의 서늘함 속으로 스며들며 잔잔한 온기를 품어낸다.

이십 대의 불꽃, 삼십 대의 균열, 오십 대의 기도까지, 양준일은 사랑과 시간의 결을 금사(金絲)처럼 이어내며 가을을 수놓는다.

이십 대의 양준일은 ‘그리움’ 속에서 망설임 없는 열망을 쏟아낸다. 보고 싶다는 단순한 말은 곧 영혼을 불태우는 선언이 되고, 사랑은 영원과 같은 무게를 지닌다.

한국어가 서툰 청년은 ‘오늘 밤 사랑이 우리의 영혼을 뜨겁게 영원히 태운다면 그대를 보고 싶은 그리움’이라며 직설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흰 캔버스 위를 휘갈기는 거친 붓질처럼 날것이지만 그 이상 진실할 수가 없다.

양준일 SNS @jiytime
양준일 SNS @jiytime

삼십 대의 언덕에 오른 양준일의 사랑은 다른 얼굴을 한다. ‘True Love’는 찢겨나간 관계를 붙들고 절규하다가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광대가 되어도 괜찮다는 고백을 하며 당신이 내 삶의 ‘Because’라고 귀엽게 고백한다.

그러나 끝내 이별의 그림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Good-Bye’를 예감한다.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을 끝내 붙잡고자 했던 그의 집착은, 세월이 지나 오십 대에 이르러 ‘Goodbye_X_Love’로 리메이크되며, 서정적인 뮤직비디오로 부활한다.

세월의 흐름으로 젊은 날의 불꽃 튀는 사랑이 중후한 색채를 입는다. 향기 없는 커피와 무의미한 ‘하루하루’의 아침을 노래하던 그는 절망의 끝에서 손을 잡아준 유일한 사랑을 마주한다.

빛바랜 사랑은 불꽃의 형상은 잃었지만 황금빛 곡선 사이에 섬세하게 새겨진 흑색 선처럼 삶을 지탱하는 가장 깊은 이유가 된다. 억겁의 시간을 지나 만난 팬들과의 영원을 약속하며 이제 우리의 시간이라 속삭이고는 ‘Let’s Dance’를 청한다.

양준일 SNS @jiytime
양준일 SNS @jiytime

기도와 헌신의 빛으로 변주된 사랑을 ‘Crazy Hazy’라 칭하며, 무릎 꿇고 기도하겠다는 그의 고백은 금빛 바탕 위에 새겨진 검은 잉크처럼 솔직하고 강렬하다. 불꽃 튀던 청춘의 사랑은 이제 잔잔히 오래 타오르는 등불처럼 곁을 지키는 빛이 된다.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나는 캄캄한 무대 위에서 흐릿한 한 줄기 조명 아래 서 있는 양준일의 실루엣을 떠올린다. 고요한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지만, 그 외로움은 결코 비어 있지 않다. 가벼운 바람에 흩날리는 코트 자락, 차가운 빛이 드리운 어깨, 고개를 돌린 순간의 고독한 얼굴,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장면으로 남아 가을의 쓸쓸함을 품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텅 빈 무대 위의 고독한 실루엣은 오히려 무대를 밝은 빛으로 채운다.

금세 끝나버리는 양준일의 콘서트의 순간들이 그의 노래를 듣는 이 순간 꼭 감은 눈 사이로 영사기 필름처럼 돌아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갈증처럼 그가 그립다. 아무리 노래를 반복해 듣고, 영상을 찾아봐도, 라이브 무대의 생생한 순간을 대체할 수는 없다. 양준일의 콘서트가 자주 있기를, 나는 매일같이 바란다. 하지만 이 그리움은 나를 괴롭히는 대신, 오히려 더 깊이 양준일의 노래를 사랑하게 한다.

양준일 SNS @jiytime
양준일 SNS @jiytime

가을의 문턱에서 나는 양준일의 노래와 그가 커버한 팝송으로 가득 채운 플레이리스트를 무한재생한다. ‘그리움’의 불꽃, ‘True Love’의 절규, ‘Because’의 다짐, ‘Goodbye_X_Love’의 집착, ‘하루하루’의 무게, ‘Let’s Dance’의 동행, ‘Crazy Hazy’의 기도까지. 삼십 년에 걸쳐 걸어온 양준일의 길을 들으며, 동시에 나의 길을 걷는다. 그의 노래가 흐르는 한, 나의 가을은 황금빛 들녘의 한복판처럼 풍성하다.

시간의 결을 따라 흘러온 양준일의 노래는 내 삶을 비추는 등불이다. 이십 대의 불꽃과 삼십 대의 균열, 오늘날의 기도가 무대 위에서 하나의 빛이 되어 양준일을 비춘다. 나는 단순히 그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순간을 노래하는 양준일을 사랑한다. 그가 내딛는 모든 발걸음을 응원하며, 나는 언제나 그의 길을 따라 함께 걸을 것이다.

키워드
#양준일 #jiy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