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도 오디샤주 고등법원이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남성에게 피해자와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이유로 보석을 허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원은 화해 가능성과 가족 간 합의를 고려해 피해자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온라인에서는 성범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현지시간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고등법원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2년 전 구속된 26세 A씨에게 1개월 보석을 허가했다. A씨는 2019년 당시 16세였던 피해자 B씨와 결혼을 약속하며 성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이후 B씨는 두 차례 임신해 중절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들의 사적인 관계와 가족들의 합의 의사를 고려해 A씨의 보석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인도 아동성범죄보호법(POCSO)에 따라 2023년 구속됐다. 이 법은 만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적 학대나 착취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인도 대법원은 이미 2017년, 피해자가 자발적이었다 해도 미성년자와의 부부 간 성관계는 성폭행으로 간주된다는 판례를 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미성년자 결혼이나 그에 따른 성관계가 강요되는 현실이다.
A씨는 이번 보석 신청 당시 B씨와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양가 가족도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법적으로는 혐의가 중대하지만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크지 않고, 사건 이전부터 유대관계가 있었다”며 “화해 가능성과 가족 간 합의를 고려하면 피해자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알려지자, 인도 온라인과 언론에서는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피해자와 결혼하겠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반복되는 관행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성폭행 혐의를 받은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결혼 의사를 밝히면 보석을 허가하거나 형량을 줄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2021년에도 샤라드 A. 봅데 당시 인도 대법원장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피해자와 결혼하겠느냐고 물어보며 논란이 일었던 전례가 있다. 이번 사례와 비슷하게 성범죄와 결혼을 연계시키는 사법적 판단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두고 “피해자가 성폭행을 고발하자 법원이 가해자에게 ‘합법적으로 성폭행하라’고 허락한 것”이라는 강한 비판이 나왔다. 인도의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 ‘오피인디아’는 “법원이 가부장적 편견에 깊이 물든 상태”라며 “결혼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보석을 허가한 이번 판결은 성범죄에 대한 법적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인도의 성범죄 대응 방식에 대한 국제적 비판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의 결혼을 성범죄 면죄부로 여기는 사법적 판단이 지속된다면, 피해자 인권과 법의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2025/05/29 15:23송고  |  reporter@topsta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