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황선용 기자) 양준일은 2022년 만우절에 세 번째 디지털 싱글 ‘BIG LiPS’를 리릭비디오와 함께 발표한 바 있다. 나에게는 만우절이 다가올 때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노래이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노래이다.

양준일은 ‘BIG LiPS’를 상징하는 붉은 색의 강렬한 입술의 일러스트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아트워크를 선보이면서, “사람들은 키보드로 생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합니다. ‘Big Mouth’는 타인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Big Lips’는 거짓말로 피해를 받았지만, 긍정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이미지로 표현했습니다.”라며 곡에 대한 해설을 덧붙였고, 이 곡이 거짓에 의해 공격받는 모든 분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양준일 'BIG LiPS',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블랙 조크 / 빈티지 양준일 유튜브 채널
양준일 'BIG LiPS',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블랙 조크 / 빈티지 양준일 유튜브 채널

만우절은 가벼운 거짓말을 주고받으며 서로가 기꺼이 바보가 되어 즐기는 날로써, 일부 국가에서는 명절처럼 보낸다고도 한다. 다양한 기원설이 있고, 일부 유래는 15세기까지 올라가며, 일부 유래는 정치나 종교적인 사유도 존재하지만, 아마도 알면서 기꺼이 속아주며 작은 농담으로 웃으며 가벼이 지나는 하루이기를 바라는 사회적 필요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양준일의 디지털 싱글 발매가 가능했던 시기가 마침 일 년 중 만우절 즈음이었던 점도 절묘하지만, ‘BIG LiPS’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강렬한 아트워크로 장난기 머금은 만우절의 의미와 결부시키며 곡의 가사가 갖는 해학적인 분위기를 한껏 띄운 양준일의 감각이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일파만파 확산하는 진원지 불명의 거짓에 속수무책으로 공격받은 당사자이자, 그러한 시간을 긍정적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한 이가 양준일 본인이니 말이다.

양준일의 팬으로서 들을 때, 양준일이 직접 작사한 ‘BIG LiPS’의 가사는 블랙코미디 같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꽉 물게 되어 자연스레 얼굴을 일그러트리게 되는, 양준일이 활짝 웃으며 이제 지난 일이니 웃어넘기자며 청하여 손을 내미는데도 차마 덥석 잡아챌 수 없는 마음이다.

2021년 12월 극심했던 양준일을 향해 제기된 근거 없는 의혹들은 끝내 카더라 통신의 아무말 대잔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가십거리로 소비되며 책임지는 이 하나 없이 유야무야 사라져 갔지만, 가수 양준일과 팬덤은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고립된 시간에 갇혀있어야 했고, 끝내 회복할 수 없는 상흔이 남았으며, 양준일은 가수로서의 존재감 자체를 부정당하며 위협받았다.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양준일을 향한 의혹과 비난은 거침없이 확산하여 나갔지만, 몇 달의 고전 끝에 제기된 의혹들이 모두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문제없음으로 종결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미디어도 대중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니 2025년 봄인 지금도 양준일과 팬덤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볼 때 웃을 수만은 없음이 씁쓸하고, 어느 해의 12월 한겨울 얼음 바닥처럼 시린 속 한 편을 애써 덮어야 함이 아리다.

‘BIG LiPS’를 상징하는 붉은 입술의 아트워크를 보면서, 목구멍 저 아래로 억지로 밀어 넣은 분기탱천의 억울한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장난기 가득한 만우절의 분위기에 ‘BIG LiPS’의 가사를 실어 보내며, 지나간 시간을 미소 속에 떠나보내려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다 싶다.

양준일 'BIG LiPS',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블랙 조크 / 빈티지 양준일 유튜브 채널
양준일 'BIG LiPS',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블랙 조크 / 빈티지 양준일 유튜브 채널

경쾌한 리듬에 해학적인 가사를 가진 재미있는 노래인 ‘BIG LiPS’는 시리고 아린 노래다. 소주 한 잔의 위로가 필요한 노래라는 반전의 매력을 가진 노래다. 그럼에도 양준일의 ‘BIG LiPS’는 양준일의 위트를 그대로 닮아, 한바탕 웃고 넘기자고, 어차피 누구나의 인생이나 다 똑같이 놀다 돌다 그렇게 가는 거라고 노래한다. 아마도 양준일은 그렇게 노래로 스스로 위로하고 함께 슬퍼한 팬들을 감싸 안아 위로하며 그 시간의 아픔을 삼키고자 노력했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근원지가 확인되지 않은 황당무계한 소문이 기정사실이 되어 나를 향해 음흉한 미소를 흘릴 때, 내게 입이 있으나 설명할 기회조차 박탈당했을 때, 내가 말을 하였으나 거짓말의 소리가 너무나도 커 나의 아우성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때, 내가 진실을 말하는 데도 너는 틀렸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에워싸여 맞아야 할 때, 아무도 그 사실이 진실인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과연 의연하고 침착하게 사실이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말하며 나를 지켜낼 수 있을까. 시간이 오래 지난 일이라고 하여 쉽사리 웃어넘기며 무거운 인생사의 가벼운 조크로 넘길 수 있을까.

양준일 'BIG LiPS',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블랙 조크 / 빈티지 양준일 유튜브 채널
양준일 'BIG LiPS',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블랙 조크 / 빈티지 양준일 유튜브 채널

나는 그토록 의연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지나간 시간에 얽매이면 나의 숨통을 더욱 강하게 옥죄는 올가미가 될 뿐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아는 양준일은 잃은 가치의 아쉬움이 아닌 남은 가치의 고마움으로 이 시간을 걸으며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어른의 삶의 무게일 수도, 고난을 삶의 동반자로 삼아야 하는 아티스트의 숙명일 수도 있을 듯하다.

억울하게 많은 것을 잃은, 호도된 비난의 프레임을 완전히 벗어낼 길이 없는, 일부의 밑도 끝도 없는 폄하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그러나 주어진 현재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고 있는, 함께하는 팬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며 서로의 인생에 가치를 더해가고 있는, 가수 양준일의 노래를 나는 사랑한다. 2025년의 봄, 앞을 향해 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묵직한 아티스트로서의 발걸음을 사부작사부작 옮기는 양준일의 오늘을 항상 응원하며, 브라보! 양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