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이은혜 기자) ※ 해당 리뷰에는 '룩 백'의 줄거리 등 주요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한줄평: 어쩌면, 사랑시(Love poem).
애니메이션 영화 '룩 백(Look Back)'(감독 오시야마 키요타카)은 두 소녀들의 이야기다. 관객들은 두 소녀의 좌절과 성장을 모두 지켜보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소녀들의 성장 이야기라고 기록되는 것을 거부한다.

영화 '룩 백'의 후지노와 쿄모토는 '만화'를 통해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모든 것이 다르던 소녀들은 단 하나의 공통점만으로 가까워지고, 세상으로 나아간다. 동시에 서로가 각자의 세계를 확장시키는데 영향을 미친다.
후지노와 쿄모토가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성장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영화는 두 소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을 보다 다양하게 담아내며 깊이를 더하고, 새로움을 추가한다.
특히 쿄모토와 만남 이후 후지노가 빗속을 힘차게 달려나가는 모습은 원작 못지않은 감동과 벅참을 선사한다. 단순해 보이는 장면이지만, 후지노의 표정과 숨소리에서 떨림과 희망, 환희 등 다양한 감정이 담기기 때문이다. 또한 빗속 질주신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모습을 통해 후지노가 다시 '몰입'하게 되는 모습을 담아내며 벅참을 더한다.

'룩 백'이 훌륭한 지점은 부정적인 단어들로 분류되는 감정들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좌절감, 우울과 자책감, 죽음과 상실 등의 감정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며 변주를 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시키는지를 훌륭하게 표현한다. 또 이 변주들은 이야기 속에서 튀지 않고 완전히 녹아들며 작품에 힘을 더한다.
또한 이 영화는 '만화'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전하는 '사랑 시'와 같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두 소녀들의 몰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대변하고, 응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후반부에 담기는 후지노와 쿄모토의 이야기 역시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는지, 서로의 뒤에서 얼마나 많은 무언의 응원을 보냈을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영화 '룩 백'은 철저하게 두 소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주요하기도 하다. 가족이나 학교 친구 등 주변 인물들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오직 두 사람만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는 5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작품에 더 깊은 몰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룩 백'은 '체인소 맨' 등을 선보인 유명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가 선보인 동명의 단편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작품은 지난 2019년 일어난 '쿄애니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만화로도 알려져 있다.
영화 '룩 백'의 러닝타임은 57분, 쿠키 영상은 없다.
2024/09/13 20:05송고  |  reporter@topsta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