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이창규 기자) ‘강철비1’에 이어 ‘강철비2 : 정상회담’으로 돌아온 양우석 감독은 전작에서 다루지 않았던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관객들 앞에 선사할 예정이다.
톱스타뉴스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서 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 양우석 감독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정우성과 곽도원, 유연석, 앵거스 맥페이든 등이 출연했고,‘변호인’, ‘강철비’ 등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앞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도 언급했던 ‘상호보완적 속편’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서 양우석 감독은 1편을 제작했을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설명했다.
양우석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편이 개봉했던 2017년 말에는 정말로 전쟁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이전부터 해외 유수의 싱크탱크에서는 한반도가 나아갈 길은 4가지 밖에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그 중에 하나가 한국의 핵무장화와 관련된 것이고, 이를 1편에서 다뤘다. 2편에서 다룰 내용은 1편이 끝나자마자 기획했다. 남한과 북한 모두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나. 남북간의 캐스팅을 역전시켜 놓은 이유도 남북이 바뀐다 한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제 역에 정우성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 양우석 감독은 "1편에서 북한의 요원 엄철우 역할로 등장했기도 하고, 가장 소 같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우성 배우님의 액션배우로서의 면모보다는, 자기가 가진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나아가는 부분이 돋보였기 때문"이라며 "제가 보기에는 정말로 소와 같은 이미지를 갖고 계신 분이다. 정치적인 색은 고려하지 않았고, 묵묵하게 제 갈길을 가는 부분을 그려내기엔 정우성 배우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위원장인 조선사에 유연석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의 지도자는 마치 '지킬 앤 하이드' 처럼 이미지를 둘로 나눠서 설정했다. 유연석 배우를 캐스팅할 때 일부러 싱크로율을 깨려고 했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 이름부터가 조선사인데, 북한 주민 30년 동안의 역사와 열망이 응축된 캐릭터가 그려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접근했다”며 “북한 내 기득권이나 전쟁을 불사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초강경파의 이미지는 곽도원 배우가 연기한 총국장에게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처음 조선사를 연기할 배우를 수소문 할 때 구동매와 칠봉이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조선사의 강한 모습은 구동매의 이미지를 통해서 보여주려 했다”고 덧붙였다.
양우석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중 부함장인 정기석 역을 맡은 신정근이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는 말에 그는 웃으며 “많은 분들이 우리 영화가 잠수함 액션 영화라는 사실을 모르고 오실 텐데, 이런 작품들은 예외없이 늘 함장이 주인공이었다”고 운을 뗐다.
“시나리오를 쓸 때 힘들었던 부분이 영화 전체 분량의 1/3~1/2 정도였는데, 이게 전부 정기석이 등장하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써도 주인공처럼 그려지더라. 그래서 후반부에는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제일 힘들었다. 장르의 힘 때문에 그렇게 분량이 쏠리기도 했지만, 한경제의 캐릭터가 살 수 있게끔 최선을 다했다”
영화에서 한경제(정우성 분)의 연설 부분을 쿠키영상으로 빼놓은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양우석 감독은 “쿠키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그려지는데, 마지막 대사가 국민들을 향해 통일하겠느냐고 묻는 내용이다”라며 “이 부분에서 제가 포커스를 맞춘 부분은, 그렇다고 답하든 아니라고 답하든 결과는 똑같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통일을 하겠다고 답할 경우에는 우선 아이러니하게도 분단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과 북한은 유엔에도 동시 가입되어있고, 해외에서도 별개의 국가로 취급하지만 국내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미수복 지역”이라며 “먼저 법이 바뀌고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만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통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더더욱 북한을 외국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외국으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평화체제 구축의 첫 걸음”이라며 “30년 전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이뤄져야 했을 평화체제를 영화 속에서나마 구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우석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우석 감독은 “영화 속에서 그 누구도 통일하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남북한이 사이좋게 지내자는 언급도 없고, 그냥 북한과 미국이 수교를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은 결국 4강(미국-중국-러시아-일본)과의 교차외교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해외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답했다.
늦은 나이에 ‘변호인’을 통해 감독으로 입봉하게 된 그는 “친구들이 은퇴할 만한 나이에 입봉해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포지셔닝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한국사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걸 상업영화의 형식으로 풀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의 민족주의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연민’이 핵심인 것 같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이렇게 불쌍한 민족이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유래가 없는 민족”이라고 말한 양우석 감독은 “그럼에도 우리는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남북으로 갈라져 전쟁을 이어와서 스스로의 역사를 되돌아볼 만한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한경제 대통령이 죽음을 각오하는 결정을 내리는 걸 보면 강한 지도자라는 생각이 든다. 지칠 수 없는 캐릭터이자 지쳐서도 안 되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우성이 언론배급시사회 당시에 울컥했던 것이 바로 그러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결과물을 봤기 때문일 거라고 덧붙였다.
양우석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3편을 제작할 계획할 예정이 있는지, 또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지 묻자 양우석 감독은 “이미 나와있는 재료들을 소진한 상태라 3편이 만들어질 수 있을진 모르겠다”면서 “나중에 제가 스스로 원자재를 구하게 된다면 만들어보겠다”고 유쾌하게 말하며 차기작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현재 북한과의 문제를 제외하면 당면한 문제 중 시급한 게 인구 감소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30년 동안 출생아 숫자가 1/4로 줄었더라. 이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수치다. 슬프게도 이런 식으로 인구가 점차 감소한 나라들은 모두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았나. 가족의 의미나 형태, 구성 숫자, 정체성 등이 많이 바뀌었는데, 이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서 다뤄보고 싶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인데, 휴먼 드라마에 코미디를 가미해서 만들고자 한다”
끝으로 관객들에게 극장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하기조차 죄송스럽다고 말한 그는 “만일 극장에 오시게 된다면 마스크를 꼭 하시고 생활방역을 철저히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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