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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중국과 일본을 놀라게 한 봉준호의 ‘기생충’…한국 영화는 어떻게 발전했나

  • 이은혜 기자
  • 승인 2020.02.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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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기자] 한국은 어떻게 동아시아 영화 산업의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2020)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며 주변 아시아 국가에서는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감독의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수상을 두고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일본과 중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해외 유튜버들은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소식을 전하며 한국 영화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국과 일본의 영화 산업이 뒤쳐진 이유 등을 분석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 /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 / 연합뉴스

사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동아시아권 영화 업계의 수준은 중국과 일본이 훨씬 앞서있었다.

중국의 영화 ‘붉은 수수밭’(감독 장 이모우), ‘패왕별희’(감독 첸 카이거)와 일본의 ‘라쇼몽’(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굿바이’(타키타 요지로) 등이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영화는 90년대 초반까지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촬영 환경도 열악했고, 작품성도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영화의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영화 학교를 졸업한 감독들과 해외 유학파 감독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쉬리', 'JSA 공동경비구역'
영화 '쉬리', 'JSA 공동경비구역'

이는 영화 ‘쉬리’, ‘JSA 공동경비구역’ 등 현재까지 회자 되는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일명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은 국내 영화계의 구조와 분위기를 바꿔 놓는데 일조했다.

특히 멀티플렉스의 등장과 더불어 빠르게 한국 영화 업계는 산업화되기 시작했다. CJ, 롯데 등 대형 배급사가 등장했고, 전문성을 갖춘 제작사들이 대거 등장했다. 영화의 제작과 배급, 홍보 및 마케팅 등 영화 산업의 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영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영화 관람’은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취미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빠르게 성장해온 영화 소비 시장은 국가에서 매년 1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들, 혹은 그에 준하는 기록을 가진 영화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영화를 보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영화 소재의 다변화는 자연스러웠다. 2014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동이 있기는 했으나, 국내 영화계에서는 정치적으로 다소 민감한 영화들과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한 영화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주제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기생충’부터 ‘그때 그 사람들’ ‘남산의 부장들’ ‘화려한 휴가’ ‘감기’ 등 과거 정치사, 한국 사회의 문제점 등을 꼬집는 영화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메시지만 좋다면 좌우에 관련 없이 흥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꾸준히 영화에 대한 사상 검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의 작품들이 중국에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일본 역시 사회적 문제를 지적한 영화 ‘어느 가족’(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반기지 않았고, “일본의 수치를 세상에 알린 영화”라는 비난이 이어져 충격을 안겼다.

영화 '기생충'
영화 '기생충'

영화인들을 양성하는 전문적인 기관들의 등장과 다양한 주제의 독립영화제의 꾸준한 개최도 한국 영화 성장에 도움이 됐다. 이러한 기관들과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감독들이 발굴되고 새로운 장르의 이야기들이 개발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수 시장이 크지 않아 해외 진출을 꾸준히 노려온 것이 발전의 이유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영화 소비 시장이 과거에 비해 커지긴 했지만 점점 높아지는 제작비 등을 생각하면 해외 판권 판매, 해외 개봉 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예를 들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내수 시장의 크기가 크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흥행하면 수익을 내는데 큰 문제가 없다. 내수 시장이 탄탄하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반대로 영화 산업이 경직화되고, 새로운 장르 등을 개발하는데 게을러진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영화계의 영화 업계는 경직화 돼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명탐정 코난’ ‘도라에몽’, ‘크레용 신짱 극장판’ 들이 매년 나오지만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 ‘날씨의 아이’와 같은 애니메이션 작품이 매년 흥행 최상위권을 차지한다는 점 등이 그 예다.

물론, 한국의 영화 산업계 역시 경직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장르의 영화가 성공을 거두면 계속해서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제작되는 점, 신예 발굴보다 검증된 배우들이 주로 영화에 출연한다는 점 등 지나치게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봉준호감독-영화 '기생충' 출연진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봉준호감독-영화 '기생충' 출연진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그러나 한국 독립영화계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매년 퀄리티 높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점, 윤가은 전고운 이지원 등 주목할 만한 신예 감독들의 등장,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독립영화제, 독창적인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개발 등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점은 한국 영화 산업의 긍정적 신호다.

영화 ‘기생충’으로 충무로를 비롯한 한국 영화계가 기쁨에 취해있다. 정부의 제재와 실사 영화가 주를 이뤄 장르적 한계에 봉착한 중국과 일본 영화계는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 영화 업계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어떤 변화를 해가며 더욱 성장하게 될지, 앞으로 동아시아 영화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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