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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종합]안희정, '비서 성폭행' 유죄 확정 '2022년 8월까지 복역'…대법 "김지은 자유의사 제압한 위력 범행"

  • 장영권 기자
  • 승인 2019.09.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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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권 기자] 수행비서 김지은(34)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가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을 재차 강조하며 안 전 지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세 가지 법리 판단을 내놨다.

안 전 지사 사건 주된 쟁점은 이른바 김씨 진술 신빙성과 위력 행사 여부였다. 무죄 판단을 내렸던 1심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자라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며 '피해자다움'을 거론했다.

최초 성폭행이 있던 2017년 7월30일 러시아 호텔에서 고학력에 사회경험도 있는 김씨가 소극적으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미투운동이 일던 지난해 2월 김씨가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안 전 지사에게 보인 행동에 대해서도 "미투운동에 대해 상세히 인지하고 있었고, 심야에 스스로 대전에서 올라왔다"며 성적 주체성과 자존감이 낮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을 들며 '피해자다움'을 비판하고,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례를 인용하며 "법원은 성범죄 사건 발생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 연합뉴스
안희정 / 연합뉴스

한국사회의 가해자 중심 문화나 구조로 성범죄 피해자가 문제제기 과정에서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하는 점 등에 비춰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토대로 김씨의 범행 전후 언행이 피해자답지 않다는 판단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런 이유로 김씨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진술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분명하지 않은 이상, 진술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1·2심에서 갈렸던 위력 행사 여부에 대해서도 "위력은 피해자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유무형 세력이고, 지위나 권세도 포함된다"고 인정했다.

더불어 "안 전 지사의 지위나 권세는 김씨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 세력이었다"며 "범행 전후 안 전 지사와 김씨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업무상 위력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에선 안 전 지사가 지위를 과시하지 않았으며, 김씨를 제압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날 실형을 확정하면서 안 전 지사는 2022년 8월까지 복역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 실형이 확정된 후 안 전 지사 유죄를 주장해온 여성 시민단체가 환호했다.피해자 김지은씨는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대독 형식을 통해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이 지금 당장 끝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날 안희정 유죄 확정 판결은 우리들,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승리"라며 "이 순간은 반성폭력운동사에 거대한 진전을 이룬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며 여성들이 새로운 사법정의를 세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김지은씨의 변론을 맡았던 정혜선 변호사는 "지난해 3월 수사과정부터 이날까지 모든 증거기록과 공판기록을 보았던 피해자 변호사로서 사실 아닌 내용이 무분별하게 퍼지거나 왜곡되는 것을 지켜보며 대법원 판결 선고만을 간절하게 기다렸다"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에게 적용된 범죄성립 요건인 '위력'은 이미 여러 판례를 통해 축적된 확고한 법률적 정의"라며 "그동안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말할 수 없었던 수많은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본 대법원 판결이 주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마지막 발언 순서는 김씨였다.

김씨는 이날 남성아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의 대독을 통해 "세상에 안희정의 범죄사실을 알리고 554일이 지난 오늘, 법의 최종 판결을 받았다"면서 "마땅한 결과를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아파하며 지냈는지 모른다. 진실이 권력과 거짓에 의해 묻혀 버리는 일이 또 다시 일어날까 너무나도 무서웠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2차 가해로 나뒹구는 온갖 거짓을 정리하고 평범한 노동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제발 이제는 거짓의 비난에서 저를 놓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경숙 용인성폭력상담소장, 손영주 서울여성노동자회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등이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안희정의 실형 확정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다. 중간중간 안 전 지사 지지자들의 고성이 기자회견을 방해하기도 했으나 이들은 "결국 미투가 이긴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등 구호를 외치며 대응했다.

상고 기각 선고가 나자마자 방청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100석 가량의 방청석을 모두 채우고도 부족해 법정을 가득 둘러싼 시민단체 일원들은 법정을 나서면서도 연신 서로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훔쳤다.

한편, 성인지감수성을 판단 근거로 활용한 것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1·2심 판결이 너무 달라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오는 분위기다.

9일 직장인 여성 이모(26)씨는 "우리 사회의 권력형 성범죄, 위력에 의한 성범죄를 상징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의의가 특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이 다시 한 번 성인지감수성을 강조한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1·2심 선고가 워낙 '극과 극'을 달렸기 때문에 여러모로 힘들었을 피해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판결이었으면 한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 다른 피해자들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여성 유모(30)씨 역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 같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모호한 윗사람들의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번 판결이 그 윗사람들의 미묘한 언행을 자중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여성 양모(30)씨도 "공식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을 구제할 선례가 생겼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반면 직장인 남성 김모(29)씨는 "정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혐의가 사실일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당사자가 아니라 말하기엔 조심스럽지만 1심과는 전혀 다른 판결이 나왔다"며 "이런 판결 자체를 완전히 신뢰해도 될지에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강모(34·남)씨도 "1심과 너무 달라 의문이 생기긴 한다"며 "보도된 정황 만으로 보면 서로 호감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더욱 그렇다"고 했다. 이어 "물론 위력에 의한 성범죄가 갖는 무게를 감안해야겠지만 여러 정황을 놓고 볼 때 실형은 과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전모(32·남)씨는 "핵심 쟁점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여부가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압박이었다고 본다"며 "대법원은 그것을 인정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직장에서 이같은 사례가 확실히 인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성폭력 사건에서 법원의 성인지감수성을 강조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김씨 등의 진술이 일관되고 내용이 구체적이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어 신빙성이 있다"며 "김씨가 범행 전후 보인 일부 언행 등이 피해자라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그런 사정을 들어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 전 지사의 지위나 권세는 김씨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 세력"이라며 "안 전 지사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직전과 후에 안 전 지사 및 김씨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업무상 위력으로 성폭행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미투 폭로부터 대법원 선고까지 일지.

【2017년】
▷1월
- 문화창조융합본부 공무원 출신 김지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민주당 대선 경선캠프 합류.

▷4월 3일
- 안희정, 민주당 경선 2위 차지.

▷7월 3일
- 김지은, 충남도청 수행비서 임명.

▷7월 27일∼8월 1일
- 안희정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장. 김지은 동행.

▷8월 31일∼9월 6일
- 안희정, 스위스 제네바 출장. 김지은 동행.

▷12월 20일
- 김지은, 충남도청 정무비서 임명.

【2018년】
▷3월5일
- 김지은, 미투 폭로…안희정, 사임서 제출.

▷3월6일
- 김지은, 안희정 서울서부지검에 고소.
- 충남도의회, 안희정 사임서 수리.

▷3월7일
-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출신 연구원, 안희정 전 지사 성폭행 의혹 추가 폭로.

▷3월9일
- 검찰, 김지은 고소인 조사.
- 안희정, 서울서부지검 자진 출석.

▷3월19일
- 검찰, 안희정 2차 피의자 조사.

▷3월23일
- 검찰, 안희정 구속영장 청구.

▷3월29일
- 법원, 구속영장 기각.

▷4월2일
- 검찰, 구속영장 재청구.

▷4월5일
- 법원, 2차 구속영장 기각.

▷4월11일
- 검찰, 안희정 불구속 기소.

▷6월15일
- 1차 공판준비기일.

▷7월2일
- 1차 공판기일…안희정 측 "김지은, 주체적 여성…애정 관계".

▷7월27일
- 1심 결심 공판…검찰, 징역 4년 구형.

▷8월14일
- 법원, 1심 무죄 선고.

▷8월20일
- 검찰, 항소장 제출.

▷11월29일
-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

▷12월21일
- 항소심 1차 공판기일.

【2019년】
▷1월9일
- 항소심 결심공판…검찰, 징역 4년 구형.

▷2월1일
- 법원, 항소심 징역 3년6개월 실형 선고.
- 안희정, 대법원 상고.

▷2월8일
- 검찰, 대법원 상고.

▷3월27일
- 대법원,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 개시.

▷9월9일
- 대법원, 안희정 상고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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