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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화 ‘기생충’,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 사로잡은 배우들의 앙상블…봉준호 감독 “칸은 이미 과거, 관객들 소감 궁금하다” (종합)

  • 이창규 기자
  • 승인 2019.05.3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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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기자] 제72회 칸 영화제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지난 28일 오후 2시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고, 그렇게 얽힌 두 가족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봉준호 감독-최우식-박소담-장혜진-조여정-이선균-송강호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1919년 ‘의리의 구투’가 만들어진 이래 100년이라는 역사를 맞이하게 된 한국영화는 ‘기생충’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내놓게 됐다.

시상식 당시 칸에 있었던 봉 감독과 송강호를 제외한 배우들은 국내에 머무르고 있던 터. 때문에 이 날 그들의 소감을 제대로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선균은 “새벽에 (시상식을) 라이브로 지켜봤다. 영상이 끊겨서 더 재밌게 봤던 것 같다”며 “제가 마치 칸에 있는 것처럼 벅차서 잠이 안 와서 혼자 맥주를 먹으며 자축했다”고 전했다.

조여정은 “이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럽고, 우리 팀과 만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고, 최우식은 “어떤 기자분이 라이브 방송 하시는 걸 봤는데, 그 분도 우시더라. 감독님이 수상 소감 전하면서 어떤 액션을 취하셨는데, 영화의 클라이막스 같았다”고 밝혔다.

이선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이선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박소담은 “아직도 제가 칸에 다녀왔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고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크다. 매일매일이 행복하다”고 전했고, 장혜진은 “방송이 자꾸 끊겨서 어떻게 되나 궁금했는데, 감독님이 황금종려상을 받게 되셔서 너무 좋았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작품의 주조연을 맡은 배우들이 대거 자리에 참석했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봉준호 감독이었다.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과거 영화광으로 지내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박소담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박소담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봉준호 감독은 “제가 칸에서는 12살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정확히는 중학교 1학년 때였다. 현지 사정을 고려해서 12살이라고 말했다. 월간 영화 잡지를 스크랩해가면서 좋아하는 영화와 감독과 배우들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면서 “사실 그런 애들은 주변에 많았고, 저도 그 중 하나였다. 제 성격 자체가 집착이 강한 성격이라, 이후에도 집착이 되다보니 영화를 찍게 되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1994년 연출한 단편영화 ‘지리멸렬’과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벌써 25년이나 지났네요. 그 때 무슨 일이 있던건지”라면서 회상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였는데, 사회 고위층이 주인공이었다. 그들의 독특한 기행이 나오지 않나. ‘기생충’은 그것과 구조는 다르지만, 가난한 자와 부자의 모습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넓게 보면 비슷하게 보이는 지점이 있다고 느껴진다”고 답했다.

더불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인간에 대한 존엄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디까지로 두느냐에 따라 기생인지 혹은 상생을 위한 공생인지 나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봉준호 감독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이 작품의 기우와 기정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이에 봉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은 영화 그 자체”라고 답했다. 봉 감독은 “저는 영화를 통해 말하는 사람이다”라며 “마지막의 감정적인 여운 같은 걸 생각해보면 실질적으로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녹록지 않고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거기서 오는 슬픔과 불안감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담아보고 싶었다”며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최우식 배우의 노래가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그는 “선택이라기보다 출발점이었다”며 “한강에 괴물이 있었고(‘괴물’), 눈속을 열차가 달리듯(‘설국열차’) 기묘한 이야기가 뒤섞이는 가족의 이야기라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가구’라는 표현을 쓰는데,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다. 그런데도 각각 다 다르고, 모두가 가족이 있지만 상황이나 형편이 다르다. 그렇게 가장 밀접하면서 기본적인 단위라고 생각해서 가족 단위의 이야기를 구상했다”며 “2013년 ‘설국열차’의 후반 작업을 할 때 이 이야기를 처음 구상했다. 그 작품도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 아닌가.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에 더 가까우면서 더 와닿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구체적으로 답했다.

장혜진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장혜진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더불어 이번 작품은 봉준호 감독이 스태프들과 일일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저희만 특별한 노력을 했던건 아니고 근로시간이나 급여에 대해서 규정을 지키면서 작업을 했다. 저와 ‘기생충’이 표준근로 정착에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 아니다”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이어 그는 “2014년 중심으로 노조를 중심으로 시작돼 2016년부터는 급여와 시간에 대해 잘 정리가 돼 진행되고 있었다. ‘기생충’도 그런 흐름에 맞춰 규정을 지키면서 작업을 했다. 저는 ‘설국열차’와 ‘옥자’ 때 해외 스태프들과 같은 형태의 규정과 조합에 따라 정확하게 일하는 게 훈련이 된 상태로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도 이미 그 시스템이 정착돼 작업할 때 좋았다”고 말했다.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최우식-박소담-장혜진-조여정-이선균-송강호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봉 감독은 “TV 드라마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고 들었다. TV 드라마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 협의가 잘 이뤄져서 이런 표준 근로 형태가 잘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극장을 찾을 관객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은 “칸은 이미 과거가 됐다. 한 분 한 분의 생생한 소감이나 영화와의 만남이 궁금하다”며 “약간의 변장을 하고 좌우에 있는 관객분들의 틈바구니서 몰래 이야기하는 것도 들으면서 영화를 보고싶다.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고 밝히면서 답을 마무리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주목받을 요소가 충분했는데, 칸 영화제서 황금종려상까지 수상하면서 주목도가 더욱 커지게 됐다. 지난 30일 개봉 첫날부터 2019년 개봉한 한국영화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세운 ‘기생충’이 다시금 봉준호 감독을 천만 감독으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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