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위로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종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어제 종영됐다.

'눈이 부시게'의 줄거리 핵심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채 써보지도 못하고 빼앗겨 노인이 되어버린 시간을 잃어버린 혜자(김혜자/한지민)와 자신에게 삶의 이유를 잃어버려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내던져 버리고 하루빨리 늙어 세상을 떠나고 싶어하는 준하(남주혁)의 이야기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어려서 우연히 얻은 혜자는 시간을 되돌리면 남들보다 시간이 빨리 가버린다는 것을 알고 시계를 봉인했지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봉인한 시계를 다시 사용해 늙어버리게 된 것.

그렇지만 이런 설정은 10화에서 모두 반전된다. 이 모든 것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혜자의 상상 속 이야기였다.

'눈이 부시게' 포스터에서 이미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 JTBC
'눈이 부시게' 포스터에서 이미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 JTBC

전체 스토리를 허구와 실재의 세계를 뒤집어 재구성하자면, 혜자의 아버지는 택시기사, 엄마는 미용사였으며, 대학 때 꿈은 아나운서였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고 기자를 꿈꾸던 준하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들 하나 낳고 행복하게 살던 중 기자였던 남편이 끌려가 고문으로 사망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고문에 시달린 준하가 사망하고, 유품 중 준하의 시계만 사라졌다. 그 시계는 담당 형사의 손목에 걸려 있었던 것에서 혜자의 머리 속에는 오랫동안 그 시계가 회한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의 시계를 통해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그 회한이 억울함이 혜자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불러냈던 것.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한 장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시계의 비밀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한 장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시계의 비밀

남편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품고 혼자서 힘겹게 아들을 키워냈으나, 어린 아들은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고,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사고는 혜자의 무의식 깊은 곳에 남아 치매에 걸린 와중에도 혜자는 끝없이 이 두 사람을 구하고 싶어하며, 그런 회한이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상상으로 만들어 낸다.

치매 할머니 혜자는 상상 속에서 준하를 만나 사랑을 시작했던 스물 다섯으로 돌아간 시점에서 드라마는 시작됐다.

상상 속에서 아들은 아빠, 며느리는 엄마, 손자는 오빠의 모습으로 재구성되고, 요양원에서 자신을 담당하는 젊은 의사는 결혼하기 전의 남편이 된다. 기자가 되었다가 억울하게 죽은 남편은 혜자의 상상 속에서 기자가 되지 않고, 노인 홍보관 직원으로 취직했지만 실재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혜자는 상상의 세계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준하를 고문실로 쳐들어가 구해낸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준하는 바다로 가서 자유로워지고, 준하를 살려내 바다에 가서야 혜자는 비로소 제정신으로 돌아와 현실을 자각한다. 

이제 혜자는 자신이 스물 다섯이 아니라 치매 노인이라는 것을 안다. 혜자의 눈에 아들과 며느리가 보이고, 자신을 요양원 의사라고 소개하는, 준하가 아닌 젊은 의사가  보인다.

'눈이 부시게' 인물관계도
'눈이 부시게' 인물관계도

준하의 억울한 죽음에서 시청자들은 장준하를 떠 올리기도 했다. 박정희의 독재에 항거해 온 몸으로 싸우다 비명에 스러진 그의 의문사는 오랜 세월이 흘러 유골에 남겨진 테러의 흔적을 통해 박정희 정권에 의해 암살당했을 것임을 짐작케 했다.

故장준하 선생
故장준하 선생

지상파가 아닌 종편 JTBC의 12부작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도 기록했다. 마지막 엔딩 1분의 시청률은 14.5%를 기록할만큼 '눈이 부시게'의 결말은 모두의 관심을 끌어냈다.

극중 혜자(김혜자)의 “어느 하루도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라는 담담한 고백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대사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는 대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힘들고 지친 삶에 던져진 위로의 말이었다.

판타지 로맨스인 줄 알았던 '눈이 부시게'는 마지막에는 휴먼 드라마로 귀결되면서 아름다운 감동을 남겨 줬다.

'눈이 부시게'를 통해 김석윤 감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에겐 단지 ‘나이 듦’과 ‘아직 나이 들지 않음’ 이외엔 다름이 없다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눈부신 시절’을 같이 느껴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눈이 부시게'는 이남규, 김수진 작가의 공동집필이다. 두 작가는 JTBC '청담동 살아요', KBS 2TV '올드미스 다이어리', JTBC '송곳' 등을 함께 집필한 바 있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재방송은 JTBC나 JTBC2, JTBC4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감동에 "몇부작이길래 벌써 종영하느냐"며 "재방송을 다시 보겠다"는 반응이다.

'눈이 부시게'의 후속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2'는 3월 25일(월) 밤 9시 30분 첫 방송된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2'에는 이이경, 김선호, 신현수, 문가영, 안소희, 김예원 등이 출연한다.

혜자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을 전망이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뉴스라면 ?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버튼을 눌러주세요.
추천을 많이 받은 기사는 ‘독자 추천 뉴스’에 노출됩니다.

240201_광고보고투표권

기사 추천 기사를 추천하면 투표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If you recommend an article, you can get a voting ticket.


모바일 모드로 보기 Go to the Mobile page 모바일 모드로 보기 Go to the Mobile page.

이 기사를 후원해 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해외토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