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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속닥속닥’ 놀라게만 하다가 끝나는 스토리…끝끝내 증발해버린 감정선
  • 김노을 기자
  • 승인 2018.07.1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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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을 기자]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6월 초와 9월 초만 되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반드시 오르는 것이 바로 ‘6월 모의고사’, ‘9월 모의고사’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들은 수능 전초전인 두 시험의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13일 개봉한 영화 ‘속닥속닥’은 대한민국 고3들이 수능에 대해 느끼는 공포감과 압박을 담으려 애썼다.

섬뜩한 소문이 떠도는 귀신의 집을 우연히 발견한 수능을 끝낸 6명의 고등학생. 호기심에 사로잡힌 이들은 결국 이곳에 발을 들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죽음의 소리를 듣는다.

영화 ‘속닥속닥’ 스틸컷 / 그노스
영화 ‘속닥속닥’ 스틸컷 / 그노스

신예 소주연이 연기한 주인공 은하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수능 성적표를 받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죽은 친구의 목소리까지 들려 말로 다 못할 고통에 시달린다.

수능도 끝났으니 바다를 보러 가자는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기듯 여행에 동참한 은하는 목적지로 향하던 중 친구들이 죽는 끔찍한 환영을 본다. 이렇듯 죽은 친구가 보내는 경고를 뒤로 한 채 은하는 여행을 이어가고 마침내 귀신의 집에 발을 들인다.

귀신의 집은 과거 최회장(이필모)이라는 인물이 놀이공원의 번영을 위해 아내와 어린 딸을 죽인 전사를 가졌다. 광기에 사로잡힌 최회장이 죽인 사람들의 억울한 영혼이 그곳에 갇힌 채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아기 귀신, 관절 귀신, 귀신된 걸 모르는 귀신 등 온갖 귀신들이 이런저런 타이밍에 출현해 인물들을 놀라게 하고 공포에 떨게 한다. 문제는 영화 속 인물들만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다. 공포에 사로잡혀 아비규환이 된 현장에서 여섯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각자의 이기심에 빠진 이들의 결말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은 은하와 민우(김민규)뿐이다. 안타깝게도 관객과의 연대감 형성에 실패한 두 사람의 절실함은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도,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도 못한다.

영화 ‘속닥속닥’ 스틸컷 / 그노스
영화 ‘속닥속닥’ 스틸컷 / 그노스

영화 매체에서 ‘공간’은 중요한 위치에 놓인다. ‘속닥속닥’은 동굴을 택했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은 동굴에서 여섯 고등학생은 살 길과 친구를 잃는다.

실제 칠흑 같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동굴이 주는 위압감은 상당하다. 하지만 ‘속닥속닥’은 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듯하다. 앞서 말했듯 관객을 놀라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공포에 질린 인물만 강조하는 데 급급했던 까닭이다.

그렇다면 감정선은 어떤가. 관객이 영화 속 인물에 이입을 실패하는 순간 영화는 지루해진다. 저 인물이 왜 소리를 지르는지, 왜 눈물을 흘리는지, 왜 저런 판단을 내리는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 관객은 겉돌게 된다.

‘속닥속닥’을 보는 관객들은 수능 실패에 공포를 느끼고 친구의 죽음이 자기 탓이라 생각하는 은하의 감정선을 따라가야 한다. 그렇기에 관객은 은하와 엄마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죽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 아기 귀신과의 대화 등을 보며 이 여린 인물에 곁을 내줄 준비를 한다. 하지만 감정의 층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고 툭툭 끊기는 탓에 끝끝내 감정선은 증발해버리고 만다.

영화 ‘속닥속닥’ 스틸컷 / 그노스
영화 ‘속닥속닥’ 스틸컷 / 그노스

신인 배우 등용문이라 불리는 학원공포물답게 ‘속닥속닥’ 역시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부분의 배우들에게 스크린 데뷔작이며, 이들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대체로 역량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미 한국공포영화에서 많이 소모된 관습적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탓에 기시감을 지우지는 못한다. 7월 13일 개봉. 러닝타임 91분. 15세 관람가.

별점   ★★

한줄평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공포 요소의 총망라 탓에 산으로 간 배 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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