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채용비리, 최흥식-함영주 연루…김정태 회장은 관여 ‘추정’

(톱스타뉴스 김희주 기자) 2013년 하나은행 행원 채용과정에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뿐만 아니라 함영주 하나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과 함 행장이 채용비리 당사자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하나은행 채용업무 적정성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총 3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검사는 최흥식 전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에 지인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최 전 원장은 당시 하나은행의 관행에 따라 친구 아들을 추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채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천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될 뿐더러 이로 인해 해당 지원자가 서류 전형을 무사 통과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금감원은 최 전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 규명과 함께 당시 하나은행 채용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최성일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하는 특별검사단을 구성,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결과 2013년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 시 지원자 총 1만8772명 가운데 최종 합격자는 229명으로, 이 중 추천 등에 따른 특혜 합격자는 32명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 16건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최종면접 단계에서의 순위 조작 14건 ▲최종 면접에서 순위 조작을 통해 남성 특혜 합격 2건 등이다.

우선 특혜 채용의 경우 행내•외 주요 인사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 105명 중 22명이 최종 합격했고, 이 중 16명이 특혜 부여로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례를 보면 한 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부터 아예 추천내용 항목에 ‘최종 합격’으로 표기됐고 추천자는 ‘김OO(회)’로 기재돼 있었다. 김OO은 2013년 당시 하나금융 인사전략팀장으로 파악됐다.

이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실무면접에서 점수가 합격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합숙면접에서 태도불량 등으로 0점 처리됐음에도 최종 합격했다.

최성일 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OO(회)’에서 괄호 안의 ‘회’가 김정태 회장이냐는 질문에 “추정은 되지만 특정할 수는 없다”며 “당시 인사 담당자도 ‘(회)가 회장 또는 회장실로 추정된다’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 회장은 ‘전혀 기억나는 바가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처음부터 최종 합격이 정해져서 추천됐다는 것”이라며 “지난 금요일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긴 만큼 사실 규명은 검찰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용비리에는 함영주 하나은행장도 연루됐다.

추천 내용에 ‘함□□대표님(◇◇시장 비서실장 ▽▽▽)’로 표기된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선에 모자랐음에도 임원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검사 결과 함□□는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로 함 행장이었다. 또 지원자는 ◇◇시의 시장 비서실장 ▽▽▽의 자녀로 나타났다. 다만 함 행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자가 ‘짱’으로 표시된 지원자 6명 중 4명도 합격했다. 이 중 3명은 서류전형(2명) 또는 면접단계(1명)에서 합격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최종 합격했다.

검사 결과 ‘짱’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장인 김종준 전 행장을 가리켰다. 김 전 행장은 아들 친구 2명과 A금융지주 임원의 부탁으로 A은행 직원 자녀 2명을 추천했음을 인정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추천 내용에 최 전 원장인 ‘최흥식 부사장 추천’이 표기된 지원자도 있었다. 이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가 418점으로 합격기준(419점)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최종 합격했다.

최 원장이 ‘단순 추천’이라고 주장했지만 합격선에 미치지 못한 지원자가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한 만큼 채용비리 정황으로 적발했다는 설명이다.

추천 내용에는 ‘감독원’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2명 있었다. 다만 서류전형과 실무면접은 특혜를 받아 통과했으나 최종적으로 불합격했다.

이에 대해 최 부원장보는 “이들을 추천한 금감원 직원을 특정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으나 전달자들이 이미 퇴사한 상태에서 검사단에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함에 따라 추천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추천 내용에 ‘청와대 감사관 조카’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선을 넘지 못했음에도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임원 면접에서는 점수가 상향 조정돼 최종 합격했다. 

‘국회정무실’로 표기된 지원자는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지만 합숙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한편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의 여성 2명을 탈락시키는 대신 합격권 밖의 남성 2명의 순위를 상향 조정해 합격시킨 정황도 포착됐다. 

금감원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을 경우 남자 199명, 여자 30명이 합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합격 인원은 남자 201명, 여자 28명이었다.

소위 명문대나 해외파 출신 지원자에게 특혜를 부여해 탈락자 14명을 합격 처리한 정황도 나왔다. 

특히 동일한 직무에 대해 남녀 채용인원을 다르게 정하는 등 남녀 ‘차등채용’을 추진한 사례도 적발됐다. 하나은행은 2013년 하반기 남녀 4대 1의 비율로 채용키로 계획했고, 실제 채용된 비율은 5.5대 1로 차등화가 더 심해졌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정황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한 증거자료 등을 지난달 30일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했다. 

금감원은 또 향후 엄정한 수사를 위해 검찰에 적극 협조하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