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라미란 "덕희 캐릭터, 나 말고 떠오르는 배우 있나…강인함 끄집어내" (종합)[인터뷰]

(톱스타뉴스 정은영 기자) 배우 라미란이 영화 '시민덕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시민덕희'의 주연 라미란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라미란은 영화 '시민덕희'에서 보이스피싱범을 추격하는 여성 덕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해당 영화는 지난 2016년 김성자 씨가 실제로 겪은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날 라미란은 여성 주체적인 작품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내가 휘둘리는 것보단 헤쳐나가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라고 전했다.

그는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진 모르겠다. 저도 연약하고, 주체적이고, 뚫고 나가고 이런 거 말고 하늘하늘한 거 하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건장했다. 너무 건장해서 그런 역할이 안 들어오는 것 같다. 그렇게 많이 봐주시는 것 같다. 감독님도 절 생각하면서 쓰셨다고 했는데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라미란은 작품을 어떻게 봤냐는 물음에는 "저는 작품 처음 시작할 때도 덕희라는 인물이 맘에 들었고, 존경스러웠다. 실화라고 해서 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라며 "(개봉을) 오래 기다려서 더 반가웠다.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배우들끼리 사전에 시사를 조그맣게 했는데 그때 본거랑 극장에서 완성된 걸 본거랑 다르더라. 확실히 극장에서 보는 게 다르구나 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시민덕희'가 입봉작인 박영주 감독에 대해서는 "처음 뵀을 때 너무 소녀소녀하시고 대학생 같더라. 그래서 현장을 끌고 가셔야 되는데 괜찮으실까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도 야무지게 다 챙겨 가시더라. 원하는 거 다 얘기하시고 현장 스태프들도 배우들도 그렇고, 다 모난 사람이 없었다. 감독님 리스펙하면서 계속 상의하고 화기애애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시민덕희'의 주인공인 덕희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김성자 씨를 만난 소감에 대해서는 "되게 단단한 분이다. 너무 억울했다고 하시더라. 사진도 찍었다. 실화이긴 하지만 다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모티브로 삼고, 이 작품은 별개로 생각하고 촬영했다. 덕희라는 인물은 덕희로만 본 것 같다"라고 전했다. 라미란은 "저는 제 스스로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고 있었다. 내가 덕희의 상황에 놓였다면 덕희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나는 비겁자더라. 뺏기고 울고 좌절하고 제보를 받아도 경찰에게 넘겨주고 해결하길 바랐을 것 같더라. 이렇게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덕희가 존경스러웠다"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덕희 캐릭터와 라미란은 얼만큼 비슷할까. 그는 "어딘가 제 안에 있는 모습 중에 하나다. 여러 인물들을 연기하지만, 그 안에 있는 여러 가지 감성 중에 강인함을 좀 끄집어내봤다. 저는 실제로 그렇게 강인하지 않은데 덕희는 강하더라"라고 전했으며, 덕희와의 싱크로율에 대해서는 "덕희는 저랑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저 말고 떠오르는 배우가 있냐"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라미란은 덕희 캐릭터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저는 누워만 있다. 행동력을 발휘하는 순간은 딱히 없다. 용기를 냈던 순간은, 매 작품할 때마다 용기를 내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촬영 직전까지 어떻게 해야할지 한참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정말 마음을 배우고 대사만 외워간다. 가서 그냥 현장에 있는 거다. 사실 할 때마다 용기를 내야 한다. '할 수 있어'라는 자기 암시도 해야 하고, 고민을 전날까지 엄청 하다가 그냥 간다. 한 번도 만만했던 적은 없었다"라며 촬영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그는 "촬영할 때 떨린다기보단 자신감이 붙지 않는 것 같다. 계속 나를 태우면서 노출돼야 한다. 보여줄 수록 소진되는 거다. 경력이 쌓이면 편해지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게 점점 줄어드는 거다. 밑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안할 순 없고, 일은 너무 재밌고. 그래서 있을 땐 막 한다. 일이 없으면 불안하다. 이러다가 정말 계속 노는 거 아닌가? 어느 순간 1-2년 쉬면 3-4년은 그냥 간다. 잊히는 거다. 5년 후면 '아 맞아, 저런 사람이 있었지?' 분명히 그럴 거다. 그런 거에 대한 불안감이 되게 많은 것 같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개진했다.

해당 영화에서 라미란은 배우 이무생과 함께 액션 신을 촬영했다. 라미란은 "액션 신을 찍을 때 합을 맞춘다. 동선을 맞추고, 디테일하게 몇 대를 때리겠다 이런 건 안 했었다. 거의 부딪치고 넘어지고, 무생 배우 하는 대로 맞춰줘야 한다. 너무 많이 때렸다. 목이 꺾일 뻔했다. 영화 상에는 많이 덜어낸 거다. 2/3을 덜어낸 거다. 더 많이 때렸다. 이 정도면 죽겠다 싶을 정도로. 워낙 잘 때리고 잘 맞았다"라고 회상했다.

촬영할 때 배우들과의 합은 어땠을까. 라미란은 "밥을 같이 먹음으로써 나오는 케미였다. 현장에서 사실 불꽃 연기를 해도 친근함이 안 나온다. 그래서 밥을 많이 먹으려고 한다. 영화 현장은 더군다나 휴식을 같이 하니까. 그래서 저는 살이 찌고, 케미는 좋아지고. 넷이 같이 붙어 있고 하니까 시끌벅적하게 재밌게 촬영했다"라고 애정을 표했다.

라미란은 염혜란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염혜란과) 너무 많이 봤다. 이미 인정 받을 만큼 받았다고 생각한다. 쌍둥이로 나오는 기획을 생각 중이다. 쌍란으로 해서. 성격도 비슷한 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시민덕희' 배우 라인업을 접했을 때와 관련해서는 "촬영 당시하고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지금은 어벤저스가 딱 서있는 것 같다. 촬영할 땐 안은진은 영화가 처음이어서 뽀시래기였는데 지금은 대왕 뽀시래기가 됐다. 공명도 강아지에서 개가 됐다. 이무생도 이무생로랑으로 승격을 했다"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라미란은 '시민덕희'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에 대해서도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웃픈 장면이 기억에 난다. 덕희가 아이들 떠나보내고 박형사(박병은 분)한테 전화할 때 박형사가 막내형사한테 미루고, 덕희가 우리나라에 너같은 경찰만 있을까봐 겁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정말 전 웃펐다"라며 "저한텐 슬픔과 좌절이 많지만, 그렇게 말하는 덕희가 속 시원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숙자(장윤주 분)가 공항에서 말렸어야했는데 못말렸다고 애림(안은진 분)한테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늘 하이텐션이던 숙자가 그렇게 말하던 장면이 의외로 찡했다"라고 전했다.

라미란은 주변의 반응에 대해서 "주변 분들은 좋은 말만 해주지 않나. 저는 그런 말 듣는 걸 좋아한다. 평가하고 그런 거. 분석해서 얘기해주는 걸 너무 좋아한다. 다 그냥 좋다고 하는 게 저한텐 크게 좋은 것 같진 않다"라며 "('시민덕희'는) '정직한후보2'보다 좋았다는 평이 있었다. 그게 인상깊더라. 댓글도 다 찾아본다. 그래도 호의적인 댓글이 많더라"라고 밝혔다. 그는 '시민덕희'에 앞서 다양한 작품에 주연을 맡아 막힘없는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작품에 조연으로 들어갈 생각도 있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도 활짝 열려 있다. 오히려 역할이 작다고 생각돼서 대본을 안 주는 경우도 있더라. 그래서 다 잡아오라고 했다. 사실 주인공이고, 양의 차이를 떠나서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좋은 시절을 만난 거고, 한동안 잘 놀았으면 됐다고 생각한다. 제가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에 쓰이면 그게 좋은 거다. 저도 오래 일할 수 있어서 좋고. 김혜자 선생님처럼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좋은 역할이 있으면, 제가 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할 수 없는 역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내가 표현했을 때 이건 그닥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적어도 싱글인 분들이 하면 좋겠다, 하는 작품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나이들고 싶은지와 관련해 그는 "별다를 건 없지만, 배우 활동을 하고 있고 다양한 역을 하고 싶지 않나. 매일 같은 역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거기에 따른 제 노력도 분명히 있어야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는 안일하게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베이스를 가지고 이리저리 갖다 쓴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 50이 되면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다른 이미지도 가져보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보이스피싱 경험에 대해 "피해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주변인들은 피해를 본 사람들이 꽤 많다. 이게 너무 조직화되고 진화를 했다. 영화 많이 봐주시고, 경각심도 많이 가지고, 공유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바보 같아서 당한 게 아니니까. 범죄자들이 진화하는 만큼 우리도 진화해야 대비할 수 있으니까. 피해 사례 모음 이런 걸 해야 한다. 돈을 돌려 받은 사람들은 거의 전무한 것 같다. 그래서 많이 숨으시고, 창피해하시더라. 전혀 그렇지 않으셔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라미란 외에도 공명, 장윤주, 안은진, 이무생, 박병은 등이 출연하는 영화 '시민덕희'는 1월 24일 개봉한다.

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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