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황선용 기자)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이근안은 공권력의 인권 침해를 상징하는 사례로 거론된다. 공안경찰로 활동하며 군사독재 시절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와 시민들을 고문했던 그는 고문기술자로 악명이 높다. 그의 행적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며 현대사 속에서도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938년 경기도 양주군에서 태어난 이근안은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군 헌병으로 복무했다. 이후 경찰로 입직한 그는 대공 수사를 전담하며 빠른 사건 해결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그의 수사 방법은 폭력과 고문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이는 많은 이들의 삶을 파괴했다. 당시 경찰 내에서는 “이근안이 없으면 대공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그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리하고 있었다.

물고문ㆍ전기고문ㆍ관절 파열…'악랄한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충격적 행적과 그 후유증 / 사진 연합뉴스
물고문ㆍ전기고문ㆍ관절 파열…'악랄한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충격적 행적과 그 후유증 / 사진 연합뉴스

그가 활용한 고문 방법은 충격적이었다. 물고문, 전기고문 같은 기본적인 고문에서 나아가 ‘날개 꺾기’와 ‘통닭구이’ 같은 고문을 고안했으며, 관절을 뽑거나 샤프심으로 신체를 찌르는 등 잔혹한 수단을 동원했다. 고문 피해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육체와 정신 모두를 파괴하는 고통으로 묘사했다. 김근태 전 의원을 포함한 민주화 인사들이 그의 손에 고문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실신하거나 사망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고문의 여파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으로 이어져 사회 복귀마저 가로막았다.

이근안의 활동은 군사독재 정권의 비호 아래 이뤄졌다. 그는 정권에 유리한 수사 결과를 만들어내며 옥조근정훈장을 비롯한 수십 개의 표창을 받았다. 간첩 검거 유공으로 높이 평가받았지만, 이러한 성과는 고문과 인권 침해의 대가였다. 독재 정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기여한 그의 행적은 결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철저히 짓밟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사건은 국가권력이 인권을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로 남았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과 고소로 이근안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경찰직에서 사퇴한 뒤 무려 10년간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여러 가명을 사용하며 자신의 행적을 숨겼고, ‘자신은 애국자’라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도피는 언론과 경찰을 혼란에 빠뜨렸으며, 이는 그가 체포될 때까지 이어졌다. 1999년 자수한 그는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혐의들로 인해 충분히 처벌받지 않았다. 법적 한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의에 대한 회의를 남겼다.

수감 중 이근안은 성경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개신교로 개종했다. 출소 후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간증 집회를 다니며 자신의 과거를 정당화하려 했다. 피해자들을 조롱하거나 자신의 고문 행위를 미화하는 설교는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나는 고문기술자가 아니라 애국자다”라는 발언으로 대중의 분노를 샀으며, 그의 목사직은 2012년 교단에서 박탈되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을 변호하며 과거를 미화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진정한 반성이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 대신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데 집중한 그의 태도는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2024년 기준으로도 그의 과거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최근 법원은 고문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국가와 이근안이 공동으로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과거의 만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사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판결은 민주화운동과 인권 침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며, 현재에도 인권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근안의 행적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반면교사로 남아 있다. 이는 국가 권력이 개인의 인권을 유린할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경계해야 할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이러한 사례를 기억함으로써 다시는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한 번의 성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