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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현실 고발과 재미 사이에서 길을 잃다 - 영화 ‘블랙머니’

  • 이창규 기자
  • 승인 2019.10.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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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기자] * 본 기사에는 약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줄평 : ‘빅 쇼트’를 목표로 출발했지만 날아오르지 못하고 고꾸라지다.

정지영 감독이 무려 7년 만에 복귀작을 들고 돌아왔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으로 사회고발적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왔던 그의 이번 작품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매각하면서 벌어진 론스타 게이트를 다루고 있다.

이전에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려내려 노력했다는 정지영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최대한 재미있게 보일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작품임에도 그다지 거부감은 들지 않는 편이다.

'블랙머니'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블랙머니'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더불어 딱히 가르치려고 하는 묘사도 없다. 상당히 어려운 경제학 용어들이 난무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쉽게 설명을 이어가는 편이다. 사실 보다보면 그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조진웅이 맡은 서울지검 검사 양민혁은 캐릭터 설정 자체나 디렉팅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소리만 질러서 아쉬운 점은 있긴 하지만, 이하늬가 맡은 김나리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하늬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냉철한 캐릭터인데, 심지어 잘 소화해낸다. 이외에도 강신일, 최덕문, 조한철, 허성태, 이경영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잘 들어맞는다.

'블랙머니'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블랙머니'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지만, 실존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지는 않기 때문에 모티브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더불어 정지영 감독 역시 모티브를 딱히 두고 캐릭터를 만들지는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아직 결론이 완전히 나지 않은 사건이어서 그런지 결말 부분에서 힘이 빠진다. 게다가 어느 정도 결말 부분이 예측되는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전작들처럼 아예 사실적인 묘사에만 집중했다면 오히려 불편할지언정 메시지는 확실히 전달됐을텐데, 줄타기에 실패한 모양새다.

'블랙머니'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블랙머니'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아마 정지영 감독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소재로 했던 ‘빅 쇼트’에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금융 문제를 다룬 작품들 중 이만한 작품은 없었던데다, 어느 정도 고발하려는 부분도 비슷한 지점이 있기 때문.

하지만 최대한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극화된 ‘빅 쇼트’와는 달리 ‘블랙머니’는 극영화 자체에 집중한 모습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 점이 작품의 메시지를 약화시켰다. 극중 인물들에게 이입을 하게끔 작품이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중립적으로 작품을 보려 해도, 양민혁이나 노조원들의 존재가 이를 힘들게 한다.

'블랙머니'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블랙머니'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좀 더 많은 관객들이 들 수 있게끔 쉽게 예측 가능한 캐릭터들에 조금씩 변주를 준 것은 신선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작품 자체의 매력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불어 ‘빅 쇼트’보다 러닝타임이 훨씬 짧은데도 약간 길게 느껴졌다.

과연 검찰 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검사가 주인공인 영화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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