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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건물 소유자가 조선총독부? 이명박 정부 때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연장 거부

  • 진병훈 기자
  • 승인 2019.08.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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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훈 기자] 지난 광복절에는 일본의 경제 도발에 반발하는 집회가 열렸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주인공 이춘식 할아버지와 시민들이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가운데 일제 식민지 시절에 잔재로 남아 있는 적산(敵産)이 명동 한복판에서 발견돼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적산이란 ‘적의 재산’을 뜻한다. 자국에 남은 적국(민)의 재산을 의미하는데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재산이다.

관련 내용을 취재한 KBS의 김준범 기자는 8월 20일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명동의 한 건물의 소유자가 조선총독부 체신국이었다. 정확히는 건축물대장의 소유자로 확인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마음대로 가져간 건물이 명백하다. 방송 이후 관할 구청이 인지하고 있었고 건물 소유자에게 알려줬으니 지금쯤이면 말소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KBS가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면서 드러난 결과였다.

광복 이후 우리는 조선총독부와 일본 명의로 된 재산을 환수하고 일본도 재산권을 포기한 바 있다. 김준범 기자는 “2019년 일본 개인이나 기관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은 정확히 모른다. 전국의 모든 토지를 탈탈 털어야 하는데 해당 기관이 없다.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남산 중구청이 광복 74주년이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자발적으로 선진국다운 행정을 했다. 모든 건물을 조사하니 1,100건이 나왔다. 서울 전체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넓히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친일재산조사위원회를 꾸렸는데 왜 아직도 이런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일까? 김준범 기자는 “당시 조사 위원회의 제1목적은 한국인이면서 친일을 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환수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적산은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일본인이나 일본 기관 소유를 청산하는 것이었다. 적산을 청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무관심했고 정당하게 꾸려진 기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친일파 재산을 환수하다 보면 적산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준범 기자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기간이 한시적으로 4년이었고 인력도 부족했다. 우선순위 자료는 축적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정리해 오다가 한시적 위원회를 연장하기 위해 2010년에 논의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이념적 이유로 연장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친일 재산 청산의 기회를 놓치면서 일본인 명의 재산 환수 문제가 공중으로 붕 떠버렸다.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해야 할 친일 재산 청산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물거품이 된 것이다.

김준범 기자는 “지금 (친일 재산 청산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축적된 성과를 받아줄 부처가 없는 것이 문제다. 일본인 명의의 재산을 환수하려면 일차적으로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일본인을 알아야 하는데 70만 명에서 80만 명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 명단을 알아내서 역추적하거나 토지대장 전체를 뒤져야 한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23만 명을 모은 상태에서 위원회가 해산되니 인계를 못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기획재정부가 받아주지 않으면서 이 축적된 자료는 누군가의 컴퓨터에 엑셀 파일로 남아 있을 것이다. DB 프로그램의 행방도 묘연한데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급박하게 사라졌다.”며 당시 친일 청산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을 의심했다. 현재는 조달청이 국유 재산을 관리하면서 친일 재산까지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일 청산 문제를 부여받은 것은 아니고 예산과 인력은 안 주니 속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준범 기자는 “모든 자료가 전산화되어 있으니 인력과 예산만 있으면 이제 조사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이 일본 명의로 된 재산을 청산하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 김준범 기자는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인정하니 일본인들도 역으로 명의로 남은 적산의 소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가짜뉴스로 퍼지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 과정에서 일본은 적산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또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서 일본이 한국에 남긴 재산을 모두 미군에 이양했다. 우리 정부가 그대로 이어받았고 일본도 식민지 시절 마음대로 가로챈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포기한 것이다. KBS는 일제 말기 일본 육군 79연대장을 지낸 '하야시다 카네키' 소장도 다른 건물의 소유자로 등재된 사실과 동양척식주식회사와 조선신탁주식회사 등 일제 회사들 명의도 그대로 살아 있다는 사실도 취재했다. 일본 대지주의 소유권 기록도 삭제되지 않았다.

유튜브 tbs TV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 캡처
유튜브 tbs TV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 캡처

일본의 소유권 기록이 남아 있는 문서는 등기부,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이다. KBS는 정리가 늦어질수록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74년 동안 쌓인 복잡한 이해관계와 이를 걷어내는 행정 업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업무를 하려면 특별한 권한을 가진 기구가 필요하며 뒷받침할 만한 특별법도 있어야 한다. 국회의 입법이 필요한 대목이다. 일본이 남기고 간 적산은 국고 환수가 원칙이기 때문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혹여 본인의 땅이나 건물에 일본인 명의가 남아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KBS는 “1개 필지에 2개 이상의 부동산 등기(또는 대장)가 살아있는 경우며 지금의 권리 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읿론 명의의 부동산 서류는 말소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말소는 관할 시청이나 구청을 방문하면 된다. 다만, 말소에 대한 시간적, 금전적 비용은 현 소유자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는 서울 중구청만 무료로 말소해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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