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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바벨탑 공화국' 우리는 왜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 되었는가? - 강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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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해부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를 다룬 신간 '바벨탑 공화국'을 내놓았다.

바벨탑은 인간의 욕망을 넘어선 탐욕을 상징한다.

바벨탑은 상생을 거부한 채 탐욕스럽게 질주하는 '서열 사회'의 심성과 행태의 상징이며, 서열이 소통을 대체한 불통 사회를 가리키는 은유다.

강준만의 말처럼 지금의 한국 사회는 '바벨탑 공화국'이자 '부동산 공화국', '갑질 공화국', '서울 공화국'이다. 바벨탑이 상징하듯이 주거지에서 학교, 직장까지 모든 일상을 수직적 서열화가 지배한다.

물론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첫머리에 명시해놨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추상적 당위일 뿐, 과거의 신분제를 대체한 서열제 앞에선 무력해지고 만다고 강 교수는 안타까워한다. 물론 서열이 없는 나라는 없지만 한국 사회는 그 격차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단다.

이를 현상적으로 들여다보자. 한국은 현재 50층 이상의 주거용 초고층 건물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보유한 나라가 됐다. 2008~2014년 사이에 31층 이상 고층 건물은 503동에서 1천319동으로 2.6배나 급증했다. 이후 급증 추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물론 탐욕의 상징인 돈 때문이다.

서열화 격차사회의 현상은 직장과 일상 곳곳에서 나타난다. 서열 의식이 한국 못지않은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의 연봉이 대기업의 80%를 넘지만, 한국은 절반 수준에 머문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차이는 최대 4.2배나 난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일본의 2배가 넘는 결정적 이유다.

승자독식을 말해주는 대표 사례는 서울 '초(超)집중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치적 권력뿐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의 자원이 지리적·공간적으로 서울이라는 단일 공간에 집중됨을 뜻한다.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한 서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면서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데, 단순한 집중에 머무는 게 아니라 중첩·집적되는 형태까지 만들어낸다.

저자는 서울 초집중화 문제가 청년들의 주거 환경에서 명확히 드러난다고 말한다. 서울의 1인 20~34세 청년가구 중 주거 빈곤 가구(지옥고)의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고시원의 8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것과 수도권 일자리 집중도가 그와 비슷하다는 게 우연이겠냐는 얘기다. 그러면서 2013년 기준 억대 연봉자의 70%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2015년 기준 전체 채용 공고의 73.3%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음을 사례로 들었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이름인 부동산 공화국은 재산 축적의 주요 수단이 부동산임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불로소득인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사람들은 수도권 유주택자들인 반면,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간 무주택자들이다. 땅 면적이 전국의 0.1%에 불과한 서울 강남은 전국 땅값의 10%를 차지한다. 저자는 "이는 중앙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지방을 희생으로 한 사실상의 약탈"이라면서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 분노하는 사람들마저 그에 미소 짓는 사람들의 행태를 고스란히 흉내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이 비극은 바벨탑 공화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탄식한다.

바벨탑 공화국 / 인물과사상사
바벨탑 공화국 / 인물과사상사

한때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미담으로 통용됐다. 하지만 고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용은 더이상 나오기 힘들 뿐 아니라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이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세계 무대의 선두에서 맹활약하는 재벌 기업들은 지금도 중소기업을 희생으로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고, 용의 반열에 속한다고 평가되는 좋은 직장에 다니는 보통 사람들의 고연봉도 다른 사람들의 저임금이라는 희생 위에서 가능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그렇다면 '개천에서 난 용'은 자신을 배출한 개천을 돌보기나 할까? 안타깝게도 이들 용은 개천을 죽이는 데 오히려 앞장선다는 게 저자의 시각. 개천에 사는 미꾸라지들이 아니라 자신이 어울리는 용들의 문법에 충실해야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건국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과 대부분의 중요 정책 결정자들이 지방 출신임에도 지방을 희생으로 '서울 공화국'을 탄생시킨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상후하박이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는 강자에겐 매우 온후한 반면, 약자에겐 매우 가혹하다. 그 결과 사는 세상이 누구에겐 천국이나 누구에겐 지옥이 돼버렸다. 저자는 '왜 아파트와 서울은 성역이 되었나?',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가?', '왜 한국은 야비하고 잔인한 갑질 공화국이 되었나?' 등으로 이같이 불편한 시대상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들의 상당 부분이 기존의 수직 지향적 삶에서 수평 지향적 삶으로 바꾸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직 경쟁 일변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존의 발상을 '공존'과 '협력'이라는 가치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확 바꾸자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바꿔도 달라진다면서.

목차

머리말 : 왜 한국은 ‘바벨탑 공화국’인가?
누구에겐 천국이지만 누구에겐 지옥인 한국
왜 ‘아파트’와 ‘서울’은 성역이 되었나?
욕망의 충족에 미쳐 있는 바벨의 시민들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한 각자도생 투쟁
‘의자 뺏기 게임’과 ‘희망 고문
6·25는 끝난 전쟁이 아니다
서울 초집중화와 서열 사회는 분리할 수 없다
‘바벨탑 멘털리티’의 두 얼굴

제1장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 초집중화
‘서울은 위대한 혁신의 집합소’
“강남 재건축은 복마전”
“웅크리고, 견디고, 참고, 침묵하는 고시원의 삶”
왜 고시원의 80퍼센트가 수도권에 몰려 있을까?
서울을 한국으로 간주한 서울만의 ‘신도시 잔치’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보다 못한 정부
“서울이 곧 한국이다”
한국 사회를 집어삼킨 소용돌이
서울 초집중화의 빨대로 악용되는 대학
지역 서열을 당연시하는 ‘기회균등 사기극’
군사독재 정권의 광기를 증폭시킨 민주화 세력
왜 정치는 늘 부유한 유권자들을 대변하는가?
선거제도를 통한 ‘승자독식주의 체험 학습’
“당신은 단추를 누를 때 이를 악물지 않는다”

제2장 왜 ‘지주들의 소작농 수탈’은 여전히 건재한가? : 부드러운 약탈
폭력을 써서 빼앗는 것만 약탈이 아니다
불로소득 부자를 양산한 약탈 체제
0.1퍼센트 강남이 전체 땅값의 10퍼센트를 차지한 나라
부동산 약탈을 외면하는 ‘구조적 기억상실증’
상위 20퍼센트 아파트값이 하위 20퍼센트의 6배
‘미친 아파트값의 비밀’
한국 엘리트의 필수 조건은 부동산 재테크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바벨탑 멘털리티’

제3장 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가? : 젠트리피케이션
배신당한 제인 제이컵스의 꿈
젠트리피케이션은 ‘구조적 폭력’
‘조물주 위에 건물주’는 비아냥이 아니다
‘불로소득은 성공한 투자, 자본주의의 꽃’
“땅이 빈곤 문제의 핵심이다”
헨리 조지마저 ‘빨갱이’로 모는 한국의 지주계급
시세를 따르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고 느끼는 심리

제4장 왜 ‘사회’는 없고 ‘내 집’만 있는가? : 게이티드 커뮤니티
“공동체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되었다”
“‘공’은 ‘사’에 점령당했다”
“‘아파트’가 문제가 아니라‘아파트 단지’가 문제다”
속전속결이라는 알고리즘의 참담한 결과
“공공 공간은 좁게, 사적 공간은 넓게”
왜 한국인은 세계 최고의 노마드족이 되었는가?
초고층 아파트와 대비되는 ‘고공 농성
“분리와 배제는 도시 전체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

제5장 왜 ‘휴거’라는 말이 생겨났는가? : 소셜 믹스
“임대아파트 애들이랑은 놀지 마라”
“여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야. 만지지 마”
“임대 단지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싫다”
분양동과 임대동 사이에 쳐진 1.5미터 높이의 철조망
소셜 믹스는 실현 불가능한 꿈인가?
강남에 집중되는 공공 인프라 건설 사업
‘뒤섞임에 대한 공포증’에 사로잡힌 선량한 시민들
하향평준화를 두려워하는 진보 좌파
하향평준화라는 프레임의 함정
서울 초집중화가 지방의 희생 없이 이루어졌나?

제6장 왜 한국은 야비하고 잔인한 ‘갑질 공화국’이 되었나? : 전위된 공격
‘한국 사회는 거대한 모욕의 피라미드’
지방대학은 ‘헬조선행 설국열차’ 5번째 칸인가?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보다 못한 인간
“수많은 ‘을’의 눈물로 가득 찬 ‘갑질민국’”
‘월급은 한 달 동안 모멸을 견딘 대가’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이 만든 ‘서울 공화국’
‘불온서적’ 취급을 받은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내가 누군지 알아” 멘털리티의 폭력

제7장 왜 ‘무릎 꿇리기’라는 ‘엽기 만행’이 유행하는가? : 학습된 무력감
“우리 사회가 미쳐가는가 봅니다”
‘갑질’에 대해 언제까지 구조 탓만 해야 하는가?
가정·학교·직장에서 이루어지는 “억울하면 출세하라” 교육
“정규직 안 해도 좋다. 더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
“차라리 몇 명 죽는 게 더 싸게 먹힌다”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
서울 초집중화 체제에서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
“약자를 짓누르는 힘은 사실상 무한하다”
‘서울=대한민국’을 당연시하는 ‘학습된 무력감’
지방을 지배하는 ‘인서울’ 이데올로기

제8장 왜 지방민은 지방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 소용돌이 정치
모든 선거는 서울이 지방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선거’ 
‘예산 확보 전쟁’으로 전락한 지방자치
 서울 초집중화 문제가 선거 이슈가 되지 않는 이유
“나 서울에 줄 있다”고 뻐기는 정치인들
‘내부 식민지’와 ‘줄서기 문화’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
서울 미디어가 증폭시키는 ‘소용돌이 정치’
서울 초집중화가 키우는 ‘제로섬게임’과 ‘내로남불’

제9장 왜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파멸’인가? : 지방 소멸론
‘지방의 소멸’, ‘국가의 파멸’이 임박했다
서울로만 몰려드는 전국의 청년들
마강래의 ‘압축도시’전략
선이 없다면 차악이라도 택하는 게 옳다
왜 지방은 도심 공동화 자해를 저지르나?
전주에서 벌어진 대형 쇼핑몰 찬반 논쟁
왜 대형마트가 들어선 지역의 투표율은 하락하나?
정치인들의 ‘거대건축 콤플렉스
대학은 교육 산업이라기보다는 부동산 산업
지방자치단체들의 거대 청사 짓기 운동
지방이 지방을 죽이는 ‘구성의 오류’

제10장 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치는가? : 지방분권의 함정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발
서울 강남구민의 ‘강남구 독립’ 시위 사건
중앙 권력이 저지른 ‘지방분권 사기극’

“헤비급과 라이트급 선수가 대결하는 상황”
‘5+2 행정구역 개편안’의 현실성
 재앙이 닥쳤을 때 뒤늦게 허둥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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