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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탈진실 어그로를 직시하라 '댓글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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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영화 '댓글부대'(3월27일 공개)는 기자 영화가 아니다. 기자 영화라고 하면 흔히 탐정처럼 활동하며 자기 능력을 사회 정의에 바치는 기자가 나오지만 '댓글부대'엔 그런 게 없다. 한 때 적당히 부패했으나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직업 윤리를 지키기 위해 각성하는 기자 같은 것도 없다. 그렇다고 직업인으로서 프로페셔널리즘을 보여주는 기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기자다. 아마도 그건 이 영화가 내세우려는 게 기자가 쓰는 기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사에 관해 얘기하려면 기자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안국진 감독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 이후 내놓은 두 번째 장편영화에서 '팩트의 결정체로서 진실을 수호한다'는 식의 거창한 의미를 갖고 있던 기사라는 게 지금 이 시대에 이르러 어떤 취급을 받는지 짚어보며 우리 사회를 조망한다. 말하자면 영화 '댓글부대'는 기사 영화다.

기자 출신인 장강명 작가가 2015년에 내놓은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언뜻 사회고발스릴러물 같다. 원작이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을 모티브 삼았고, 영화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을 언급하는데다가 극 중 거대악으로 설정돼 있는 '만전'이라는 회사는 특정 대기업을 떠올리게 한다. 만전그룹 비리를 보도했다가 기사가 오보로 판명돼 정직 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이 절치부심 끝에 만전그룹이 비밀리에 운용 중인 여론조작팀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는 스토리 역시 정의 실현으로 귀결되는 익숙한 전개처럼 보인다. 이 흐름대로라면 기레기 취급 받던 임상진 역시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을 것이다. 그런데 '댓글부대'는 정의가 바로 서는 게 마땅해 보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자연스러운 전망을 모두 뒤집어 엎으며 본색을 드러낸다. 고발하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뉴시스 제공
'댓글부대'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탈(脫)진실' 시대상을 드러내려 한다. 인터넷이 생기고 온라인 소통이 막 시작된 1990년대에서 출발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온갖 소셜미디어가 판을 치는 2020년대에 도달하는 과정을 이 영화가 굳이 요약하는 건 여론 주도 세력이 특정 소수 미디어 권력에서 불특정 다수 인터넷 사용자 개개인으로 넘어갔다는 걸 개괄하러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나서 '댓글부대'가 들여다 보려는 건 사실과 진실이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게 된 '가짜 뉴스' 시대다. 이 현실은 기자 임상진과 그가 쓴 기사의 몰락으로 명확히 비유된다. 임상진은 발로 뛰며 취재하던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였지만 이제는 PC방 한구석에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어그로꾼이 돼 있고, 사실을 담아 진실을 추구한다는 고결한 목표를 갖고 있던 기사는 한낱 썰보다 못한 처지로 전락한다.

그래서 '댓글부대'가 내놓는 정보는 매순간 모호하다. 임상진이 만전에 관해 쓴 기사 2개가 오보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임상진에게 여론 조작 실체를 제보하는 찻탓캇(김동휘)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서 만전 비리를 임상진에게 알린 중소기업 대표의 말 역시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만전그룹이 정말 여론을 조작하는지, 여론 조작이라는 게 가능한 것인지도 영화는 판단하지 않는다. 임상진조차 자기 기사가 사실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이 영화는 시작에 앞서 '영화 속 모든 내용은 실제 사건'이라는 식의 자막을 내보내지만 그것 역시 확신할 순 없다. 중요한 건 사실 여부가 아니라 믿음 여부다. 믿는다면 이 모든 게 진짜라고 믿을 것이고, 믿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게 꾸며진 이야기로 보일 것이다. 가짜뉴스와 탈진실의 숙주가 팩트가 아닌 믿음인 것처럼 말이다.
뉴시스 제공
안국진 감독이 '댓글부대'로 드러내는 야심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간 한국영화 약점 중 하나로 꼽혀 왔던 것 중 하나는 현시대에 관해 코멘트하기를 두려워 한다는 점이었다. 근현대사를 재평가하고 이 과정에서 동시대성을 발견하는 데 골몰하는 것과 달리,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해 대체로 침묵하는 행태를 보여온 건 한국영화 역동성을 해쳐왔다. 일부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 역할을 맡으려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런 작품들은 사실상 정치 행위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순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댓글부대'는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구체화하고 풍자해 대놓고 보여줌으로써 한국영화가 해낼 수 있는 일의 영역을 확장한다.

다만 '댓글부대'의 화법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소 장황하고 긴 내레이션으로 문을 여닫는 것 뿐만 아니라 대사의 많은 부분이 상황 설명에 쏠려 있다는 건 더 치밀하게 시각화 해야 할 것들을 말로 손쉽게 풀어가려는 것만 같다. 너무 자주 삽입되는 플래시백 역시 그리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 러닝 타임이 짧은데도 극을 앞으로 밀어 붙이지 못하고 자꾸만 뒤로 되돌아가다 보니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야 할 때도 절정에 도달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손석구·김성철·김동휘·홍경 등 연기력 좋은 배우를 투입했는데도 인상적인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약점이다. 캐릭터에 의존하는 영화가 아니긴 해도 손석구가 맡은 임상진에게까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아쉽다.



* 이 기사는 제휴통신사 뉴시스의 기사로 본지의 취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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