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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 '재즈 블랙홀' 30주년…선순환의 유일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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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감히 얘기하자면, 나윤선은 스탠더드를 부를 때 원곡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귀한 재즈 보컬이다. "명작에 자신만의 색을 칠하고 창의적 입자를 써서 새로운 음악적 초상화로 만들었다"(임희윤 음악평론가)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나윤선이 최근 발매한 정규 12집 '엘르(Elles)'가 그걸 증명한다. 니나 시몬, 비요크, 그레이스 존스, 그레이스 슬릭(제퍼슨 에어플레인), 실라 조던, 에디트 피아프, 로버타 플랙… 프랑스어로 '그녀들'을 뜻하는 제목처럼 나윤선의 음악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여성 음악가들의 노래를 다시 불렀는데 곡에 대한 해박하고 섬세한 해석은 원곡의 심연으로 들어가 다른 세계로 나오는 마법을 빚어낸다.

덕분에 한류 재즈를 개척했고, 유럽을 대표하는 재즈 보컬로 올라섰다. 매년 1년 중 3개월만 국내에서 보내고 연간 100회에 육박하는 해외 무대를 소화한다. 2009년에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 훈장, 2019년에 프랑스에서 예술가가 누릴 수 있는 최고 영예인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장을 수훈했다. 2017년과 2022년에는 유네스코 지정 '국제 재즈의 날(International Jazz Day)' 행사에서 허비 행콕을 비롯한 세계 재즈 올스타의 일원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1994년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출발한 나윤선의 여정은 그렇게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 스페인 AVE처럼 초고속 열차를 타고 유럽의 혈관을 따라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나윤선의 삶은 선순환이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인 '사랑의 블랙홀'(감독 해롤드 래미스)(1993)(하루가 반복되며 주인공도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의 모범)처럼, 매일 반복되는 공연 속에서도 더 나은 노래와 새로운 관객들을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게 유일무이해진다.

21일 오후 서울 압구정 뱅앤드올룹슨에서 나윤선이 칼림바('엄지 피아노'로 통하는 아프리카 민속악기)를 연주하며 부른 니나 시몬의 '필링 굿(Feeling Good)'도 그런 순간 중 하나였다. 다음은 나윤선과 임희윤 평론가·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다섯 명의 피아니스트와 진행한 이번 유럽 투어는 어떠셨나요?
뉴시스 제공
"굉장히 많이 배웠어요. 한 뮤지션과 계속 할 경우엔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었어요. 한 달 동안 21번 공연을 했거든요."

-공연을 다니시면서 쇼핑이나 관광은 안 하신다고 들었어요.

"네. 할 시간도 없어요.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공연장에 도착해서 리허설하고 공연한 다음 바로 자요. 다음 날도 똑같죠. 그래서 제가 기억하는 건 뭘 먹었는지예요."

-정규 12집 '엘르(Elles)' 마스터링을 미국 전설적인 마스터링 엔지니어인 밥 루드비히(79·Bob Ludwig) 씨가 맡았더라고요. 근데 지난해 은퇴(같은 해 6월30일부터 작업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신 이후 8~9월에 윤선 씨 작업을 하셨다고요.

"이미 은퇴를 하셔서 작업을 하지 않지만 '내가 이건('엘르') 해줄게라고 하셨다는 거예요.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뉴시스 제공
루드비히는 레드 제플린, 루 리드, 메탈리카, 퀸, 지미 헨드릭스, 브라이언 페리, 폴 매카트니, 너바나, 브루스 스프링스틴, 다프트 펑크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13개의 그래미 상을 받았다. 루드비히는 나윤선에게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윤선 씨를 처음 접했는데, 완전 팬(big fan)이 됐어요! 이번 앨범은 충격적일 정도로 제겐 엄청나요. 노래로 이렇게 감동을 받아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루드비히의 반응에 대해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미국 분들은 원래 이렇게 친절한가 생각했죠. 루드비히 씨를 아시는 분한테 물어봤더니 그렇게 써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바쁜 사람이라 그렇게 메일을 써서 보낼 시간이 없다는 거죠. 그날 너무 기분이 좋아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굉장히 음 하나하나가 다 들려요. 소리가 찌그러진다거나 하는 것도 없고 숨소리까지 굉장히 잘 들릴 수 있게 마스터링을 해주셨어요."

-30주년을 맞으신 소감은요.

"제가 숫자에 별로 민감하지 않아서 사실 30주년이 된 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지나온 여정을 살펴 보면서, 음악에만 전념해서 살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다시 한 번 알게 됐죠. 전 세계를 다니면서 공연할 수 있던 것도 운이 좋았고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도 그렇고 요즘 인연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는 새로운 문화와 인연이 정말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게 정말 소중하고요. 사실은 음악을 계속할지도 몰랐고 제가 앞으로 정말 뭘 하면서 먹고 살까라고 생각한 상태에서 유학을 갔어요. 그리고 한 3년 만에 돌아올 줄 알았는데 20~30년이 돼서 보니까 제가 왜 태어났는지 존재 이유를 알게 됐죠. 제가 뭘 할 때 가장 행복하고 또 뭘 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드릴 수 있는지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뉴시스 제공
-'엘르' 녹음은 캐나다 전설적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 미국 재즈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 '펑크의 대부'로 통하는 이기 팝, 미국 재즈보컬 카산드라 윌슨 등과 활동하는 미국 피아니스트 존 카우허드(Jon Cowherd)와 했습니다.

"본인의 이름을 내세운 개인 앨범 활동은 많이 안 했지만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프로듀싱하고 직접 연주하는 친구예요. 시간이 없어서 딱 한 번 연습해보고 바로 녹음을 했거든요. 근데 제가 '살아있는 주크박스'라고 불렀어요. 바로 연주가 되는 훌륭한 아티스트였죠."

-앨범 타이틀은 프랑스어로 '그녀들'을 뜻한죠. 니나 시몬 등 전설적인 여성 음악가들의 음악을 실었습니다. 선곡 기준이 있었나요?

"제가 늘 스탠더드 앨범을 하나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정말 지금까지 좋아했던 곡들을 추리면 한 300곡이 넘는데 언젠가 하자는 생각이었죠. 지난 앨범(11집 '웨이킹 월드(Waking World)')은 제가 A부터 Z까지 혼자 다 했거든요. 제 곡만 들어 있었죠. 그러면 '이번엔 다른 분들의 곡만 가지고 음반을 내보자'라는 생각에 선곡을 하기 시작했죠. 50곡 정도를 추렸는데 거기에 들어있는 곡들의 대부분의 노래들이 여성 싱어가 부른 거예요. '내가 이 여성 가수들의 영향을 받은 거구나. 그러면 그걸 좀 더 좁혀보자'라고 생각했죠. 제 음악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여성 보컬리스트 분들은 한 분 한 분 다 전설이거든요. '이분들의 음악과 이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아티스트가 됐으면 참 좋겠다. 이번 생애 안 되면 다음 생애라도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했어요."

-지난 30년 중 어느 순간에 '이 길이 맞았어'라는 느낌이 드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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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얼마 안 됐어요. 한 10년쯤 됐을까. 그전까지 전 스스로 만족을 못했어요. '더 잘해야 되는데 나는 얼마나 더 해야 나아질까' 이런 생각에 갇혀 있었어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거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좀 들면서 제가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공연을 하면서 무대에 서면서 이런 생각이 든 거죠. 20년 한 뒤에 조금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게 됐고, 좀 즐기게 됐죠."

-전혀 티가 나지 않지만 무대 위에서 많이 떨린다고 하셨습니다.

"그거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어요. 첫 번째 두 번째 곡까지는 아직까지 그런 게 있어요. 근데 제가 연세 많은 뮤지션 분들께 '그게 걱정이고 좀 콤플렉스'라고 말씀 드렸더니 이렇게 답하셨어요. '네가 떨리지 않는 날 너는 아마 음악을 그만두게 될 거야.'"

나윤선은 학전의 대표작으로 1994년 5월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주인공 '선녀' 역을 맡아 문화계에 귀한 발걸음을 들였다. 세계를 누비는 가운데도 나윤선은 학전을 잊지 않았다. 김민기 대표에 대한 존중심도 항상 표해왔다. 학전 폐관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던 지난해 말 마포아트센터에서 연 재즈 콘서트 '어나더 크리스마스_필링 굿(ANOTHER CHRISTMAS_FEELING GOOD)'에서도 '아름다운 사람'을 불렀다. 학전의 폐관 릴레이 공연 '학전, 어게인 콘서트'의 '배우 데이'(3월11일)에도 깜짝 등장해 오르골을 반주음으로 '아름다운 사람'을 들려줬다.

-1994년 학전 소극장에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를 하셨습니다. 최근 학전이 폐관을 했는데요.
뉴시스 제공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죠. 근데 제가 그 무대에 선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그냥 우연히 친구가 데모 테이프를 김민기 선생님한테 보냈고 선생님이 듣고 저한테 연락을 하셨는데 대단한 배우들 틈에서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제가 주인공을 맡아서 공연을 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죠. 그때는 노래할 생각도 없었거든요. 어머니께서 한국 뮤지컬 1세대(나윤선의 모친은 한국 최초 뮤지컬 악단인 예그린 배우 출신 성악가 김미정 여사다.)이셔서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많이 보고 자라긴 했어요. 그게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열심히 해야 되는 건지 알아서 굉장히 죄송한 마음으로 무대에 섰었죠. 그래서 저는 한 달 정도만 출연했죠. '지하철 1호선'이 4000회까지 했는데 저는 양심상 처음 한 달만 출연한 거예요. 다만 그 이후로도 계속 인연이 닿아서 김민기 선생님을 가끔씩 찾아뵙고 했죠. 최근 학전 어게인 콘서트장에 가서 설경구 씨, 방은진 씨를 다시 뵈니까 제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걸 한 건지 다시 깨달았죠. 김민기 선생님은 제게 평생 은인이세요. '지하철 1호선'을 하면서 노래 공부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요."

-음반을 내시는 주기가 2년정도 됩니다.

"사실 공연이 제 일상이거든요. 음반을 내는 건 공연을 하기 위해서예요. 관객분들에게 새로운 걸 들려드리고 싶어서 레퍼토리를 계속 개발하는 거죠. 음반을 그렇게 만들게 되면 재밌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되죠. 스웨덴 출신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와는 같이 한 지 거의 20년이 됐거든요. 이번 콘서트에 함께 하는 보얀 지(Bojan Z)는 유고슬라비아(현 세르비아) 출신인데 이 친구를 만나 동유럽 상황을 알게 됐죠. 전쟁과 인종 간의 갈등 같은 거요. 그래서 이 친구가 하고 있는 음악이 조금 더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번에 헌정한 뮤지션들과 혹시 각별한 인연이 있는지요.

"니나 시몬 '필링 굿'은 유럽 자동차 광고에 삽입돼 계속 듣게 됐는데 그러면서 '언젠가 해봐야지'라고 생각했어요. 로버트 플랙의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즈 송' 같은 경우엔 플랙의 공연을 직접 가서 봤어요. 음반으로만 듣다가 혼자서 피아노를 연주하시면서 노래를 부르시는 걸 듣는데 굉장한 감동이 밀려왔죠. '화이트 래빗'의 조지 벤슨의 연주가 오리지널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록밴드 '제퍼슨 에어플레인' 것이더라고요. 그렇게 오리지널을 알게 됐을 때 느끼는 감정이 또 있거든요. 비요크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아티스트거든요. '어떻게 한 인간이 재탄생의 재탄생을 거듭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저렇게 창조적일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요. 비요크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공연 내내 한마디도 안 하더라고요. 마지막에 '생큐' 그 말이 전부였어요. '섬타임스 아이 필 라이크 어 마더리스 차일드(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한국 합창의 대부' 나영수 한양대 명예교수)께서 남성 합창으로 편곡을 하셨어요. 그때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제 깊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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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친상을 당하셨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고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아티스트이고 저의 가장 열렬한 팬이셨거든요. 대한민국의 전문 합창단을 최초로 만드셨고 덕분에 전국에 합창단이 계속 생겼죠.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직업 합창단이 많은 나라가 없어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는데 그걸 막 내세우지 않으셨어요. 라틴어 사전을 옆에 두고 늘 공부를 하셨고요. 우리 말에 맞게 번역을 하셨고, 조사에 액센트를 줘서 의미 전달을 중요하게 여기셨죠. 사실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버지 장례식 때 당황을 했는데, 합창단을 하셨으니 전국에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빈소에 찾아오시는 걸 보고 놀랐죠. 합창 지휘 공부를 시작한 대학생 분도 빈소를 찾아왔는데 '저는 선생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부고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유럽 투어)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셨는데 저를 끝까지 또 기다려 주신 거 같아요."

-계속 변화시려고 노력을 해오셨어요.

"음반을 낼 때마다 사운드 변화를 주려고 했어요. 열 번째 앨범 같은 경우는 일렉트로닉한 음악을 많이 넣었죠. 이번 음반은 실린 오리지널이 너무나 훌륭해서 제가 감히 넘어서겠다는 엄두도 못 내지만 30년을 하면서 쌓은 감성, 아이디어들이 하나씩 더해지는 것 같아요. 이번엔 제가 주인공이 아니에요. 제가 애정하는 여성 보컬분들이 주인공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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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처럼 후배들이 나윤선 씨에게 헌정하는 무대나 음반을 만들면 어떠할 거 같아요?

"그런 생각을 안 해봤는데, 지금 생각만 해도 너무 너무 행복해지네요. 제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니나 시몬은 우리가 한 부문만 들어도 알잖아요. 에디트 피아프도 마찬가지고요. 만약에 제 목소리를 1분만 듣고라도 알 수 있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후배들이 불러줬으면 하는 곡이 있어요?

"제 대표곡인 '모멘토 마지코'가 있을 거 같아요. 일본 피겨 선수(기히라 리카)는 쇼트 프로그램 음악으로 '브레이크 인 배그대드(breakfast in Bagdad)'를 썼더라고요. 스페인 국립무용단에선 (스페인 작곡가 이사크 알베니스의 기타 연주곡을 나윤선이 편곡한) '아스투리아스(Asturias)'를 사용했고요. 젊은 분들이 제가 '칼림바'를 연주하면서 부른 '마이 페이버리트 싱스'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윤선 씨는 스탠더드를 부를 때 자신만의 인장이 분명하면서도 과시가 아닌 겸손함이 묻어 있어 숭고함이 느껴집니다. 그건 스탠더드를 부를 때 중요한 덕목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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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오리지널보다 더 잘하지 못할 테니 '완전히 달라야 한다'라는 강박 관념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필링 굿'은 칼림바,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스 송'은 뮤직박스, '마이 퍼니 밸런타인'은 펜더 로즈(전자 피아노)처럼 처음에 바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냥 편하게 부르게 됐어요. 어쨌든 오리지널은 제 안에 확 박혀 있으니까요. '이건 내 곡이야'라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거는 어마어마한 유산이어서 내가 누가 되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정직하게 솔직하게 불러야 한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상 기록을 남기시는 걸 안 좋아하시고 무대는 라이브라 계속 변한다고 말씀 주셨는데 그럼에도 또 한번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공연은 없었나요?

"한두 번은 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던 무대요. 전 인종차별을 직접적으로 느껴본 적은 없지만 제가 유럽에 갔을 때 '한국 사람이 재즈를 한다는데 동양 여자가 뭘 얼마큼 하겠어'라는 시선도 있었을 거 같아요. 근데 제가 원형 극장에서 공연을 했을 때 두 번째 곡이던 '모멘토 마지코'를 부르고 기립박수가 나왔어요. 굉장히 오래 박수를 보내 주셔서 '무대에서 내려가야 하나'라는 생각에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이 보셨으면 정말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말고는 딱히 없었던 거 같아요. 어차피 제가 또 무대를 할 거니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가 '사랑의 블랙홀'이에요. 매일매일이 같지만 주인공에겐 그것이 다르잖아요. 저도 같은 공연이기는 하지만, 계속 달라지고 그 순간만이 주는 기쁨이 있거든요. 그때 뿐이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분들의 곡을 소화를 하셨잖아요. 낯선 성격의 아티스트 분들 중에서 불러보고 싶다는 게 있을까요. 빌리 아일리시도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빌리 아일리시는 굉장히 좋아하시죠. 오빠(피어니스 오코넬)랑 같이 음악을 만드는 게 너무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집에서 오빠랑 둘이서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또 어떻게 저런 감성을 가지고 노래를 할까 궁금하더라고요. 너무 뛰어난 뮤지션들이 많아서 그 분들에게 영감을 받다 보니, 30년 동안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목표가 더 생겼나요?

"한 30년쯤 되니까 인생의 목적,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없었어요. 예전엔 내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답했어요. 이제 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음악이 계속 가능하다면 오래 하고 싶어요."

-4월1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30주년 기념 콘서트 '엘르(Elles)'를 선보이십니다.

"이번에 듀오로 공연을 하거든요. 같이 하는 보얀 지라는 피아니스트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이 친구는 제가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부터 굉장히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어요. 감자 하나만 가지고 20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분들처럼 피아노 한 대만 가지고 삶고 굽고 찌고 튀기고를 다 하는 친구예요. 피아노 치는 모습만 봐도 굉장히 영감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편성은 이렇게 소편성이에요. 둘이 있을 때가 가장 좋더라고요. 음악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또 교회나 성당에 들어가면 서울 한복판에 있어도 다른 세상이 되는 느낌이 있잖아요. 공연장 안에서도 그랬으면 해요. 인생의 짧은 순간이지만 바깥 세상과 차단돼 우리끼리만 보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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