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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버추얼 아이돌'인데…'휴머니즘'·'고난 서사'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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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내가 버추얼 아이돌을 좋아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 너희는 가상세계 뒤에 있지만 그걸로는 가릴 수 없는 더 큰 진심이 내게 와 닿았어!"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 인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발매한 미니 2집 '아스테룸 : 134-1(ASTERUM : 134-1)'의 초동(발매 후 일주일 간 판매량)이 56만장을 기록하며 '하프 밀리언'이 됐다. 인기 아이돌 그룹도 뚫기 힘든 멜론 '톱100'에 진입했다. 이들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61만명을 넘겼다.

심지어 데뷔 약 1년 만인 지난 9일엔 MBC TV '쇼! 음악중심'에선 '아스테룸 : 134-1' 타이틀곡 '웨이 포 러브(WAY 4 LUV)'로 버추얼 아이돌 그룹 최초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다. 최근 국내 최대 음원플랫폼 멜론 톱100 1위를 차지한 비비의 '밤양갱',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을 뚫은 걸그룹 '르세라핌'의 '이지(EASY)'를 제쳤다. 음방 현장에선 팬덤 '플리'가 응원법으로 이들을 응원했다.

이들의 인기는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첫 번째 팬 콘서트 '헬로, 아스테룸(Hello, Asterum!)'(4월 13~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팬클럽 선예매가 지난 19일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진행했는데 예매 시작과 동시에 7만 명이 넘는 팬들이 동시 접속을 하며 10분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플레이브는 MBC 영상미술국 시각특수효과(VFX)팀에 약 20년간 몸 담았던 이성구 대표가 주축이 된 사내 벤처 그룹 '블래스트'가 만들었다. 예준, 노아, 밤비, 은호, 하민 등으로 구성됐는데 인공지능(AI) 가수는 아니다. 멤버들 본체가 따로 있는데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
뉴시스 제공
이들을 형상화한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만 화면에 등장시킨다. 콘서트도 이 같은 형식으로 치러진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MBC '아이돌 라디오 콘서트'에서도 플레이브는 대형 전광판 속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플리는 열렬히 응원했다. 당시 플리는 5000명가량으로 추산됐다.

플레이브는 1998년 영국에서 결성된 '고릴라즈(Gorillaz)'를 떠올리게 한다. 고릴라즈는 1990년대 '오아시스'와 함께 브릿팝의 부흥기를 이끈 '블러'의 프런트맨인 알반과 만화가 제이미 휴렛이 만든 가상의 4인조 혼성 수퍼밴드다.

푸른색 머리카락의 바짝 마른 보컬로 키보드까지 맡은 2D, 실제로 밴드를 조정하는 괴팍한 베이시스트 머독, 덩치 큰 드러머 러셀, 보컬과 기타를 맡은 오사카 출신의 소녀 누들로 구성된 가상의 이 밴드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버추얼 밴드'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고릴라즈는 알반을 비롯 본체로 오프라인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뉴시스 제공
멤버들을 철저하게 가리고 있음에도 플레이브가 인기 급상승 중인 이유는 캐릭터 뒤에 똬리를 틀고 있는 휴머니즘이다.

플레이브는 멤버 모두가 작사·작곡·안무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참여하는 '자체 제작 아이돌'을 표방한다. 외모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아이돌 음악에서 유행하는 '이지 리스닝' 장르를 내세워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있기도 하다.

플리는 "선입견 있었는데 걷어졌다. 저 캐릭터들 뒤에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들을 생각하니 뭉클하다. 노래도 너무 좋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최근 부익부빈익빈이 가속화되면서 K팝 업계에 점차 사라지고 있는 '고난 서사'가 플레이브에 부여됐다고 보는 업계 관계자들도 많다.

"반복되는 계절의 중간에 있어 / 그토록 바랬던(바랐던) 어둠 속의 빛을 찾고 말았어 / 너에게로 달려가는 이 시공간을 넘어서 / 닿은 이곳은 여섯 번째 / 여름의 시작이었단 걸 / 꿈꿨어"('여섯 번째 여름' 中) 같은 가사엔 버추얼 캐릭터의 상황 설정에서 극에 달할 수 있는 아련함도 배어 있다.

버추얼 아이돌을 준비 중인 업계 관계자는 "플레이브는 버추얼이라 받을 수 있는 편견과 조롱을 서정적으로 승화하면서 오히려 팬덤을 결집시킨 사례"라고 평했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플레이브의 인기 요인에 대해 "K팝 특유의 경쟁구도, 자본집약적 성격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와 콘텐츠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우선 꼽았다.
뉴시스 제공
◆버추얼 아이돌 인기 요인은 K판 산업의 고도화

전 세계에서 버추얼 인플루언서 원조는 1996년 일본에서 탄생한 사이버 가수 다테 교코를 꼽는다. 비교적 한국도 빨랐다. 사이버 가수 아담이 물꼬를 텄다. 1998년 20만장이 팔린 데뷔 음반 타이틀곡 '세상엔 없는 사랑'으로 주목 받았다.

또 당시 아담은 레몬 음료 CF에도 출연했고 한 패션 브랜드는 그가 입은 옷에 자사 로고를 새기기도 했다. "인간이 될 수 없는 슬픈 운명"이라는 비장한 세계관이 설정돼 있던 아담을 소재로 한 소설도 나왔다.

아담의 활약에 힘 입어 2세대 같은 해에 사이버 여성 가수 류시아, 사이다 등도 등장했다. 특히 류시아는 당시 국민회의 서울시장후보로 나온 고건 전 국무총리와 인터뷰하기도 했다.
뉴시스 제공
하지만 이들 사이버가수의 영향력이 신드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막대한 유지비가 들어갔고, 급속도록 발전하는 IT기술에 맞춰 이들을 업그레이드하는데도 벅찼다. 무엇보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 대중의 관심이 빨리 식었다. 2018년 JTBC '슈가맨2'에서 아담을 재소환했지만, 향수를 자극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릴 미켈라, 로지, 김래아 등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코로나 기점으로 인기를 얻었다. 로블록스,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에 익숙한 Z세대가 쉽게 감정 이입을 하고 교감했기 때문이다.

4세대 K팝 걸그룹 간판으로 통하는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는 또 다른 자아인 가상의 아바타와 함께 등장해 실제에 가상이 혼합된 구체적인 현실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SM은 에스파의 세계관에 등장한 가상 캐릭터인 '나이비스'의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그러다 플레이브를 비롯해 게임 스트리머인 우왁굳이 기획한 사이버 아이돌 프로젝트로 탄생한 '이세계아이돌'(이세돌)', 역시 유명 스트리머인 강지가 만든 버추얼 아이돌그룹 '스텔라이브' 등 2D 애니메이션 버추얼 아이돌들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또 다른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서울 여의도동의 더현대 서울에서 약 한달 간 이들 세 팀의 팝업을 순차적으로 열었는데 매출만 70억원이 넘었다.
뉴시스 제공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할 수 있는 3D 캐릭터가 아닌 오히려 아날로그 향수와 정서를 투영할 수 있는 2D 캐릭터라는 점도 플레이브·이세계아이돌·스텔라이브 인기에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내놓은 3D 가상 걸그룹 '메이브' 역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들 2D 캐릭터의 상승세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K팝 팬덤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다른 아이돌 팬덤과 경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들 세 팀에 대한 팬질은 그런 악조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아이돌들의 실제 연애가 아이돌과 '유사 연애' 관계에 놓여 있는 팬덤에게 실망을 준 점도 버추얼 아이돌의 상승세에 한몫했다.

황선업 평론가는 "K팝 산업이 고도화 될수록 팬들이 오히려 인격적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그럼에도 다른 그룹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보다 더욱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짚었다.

더불어 "사생활 측면에서의 리스크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브나 이세계아이돌과 같은 버추얼 아이돌은, 팬과 아티스트가 자본이나 시스템에서 한발 떨어져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진정성과 공동체 의식, 순수한 즐거움은 최근 K팝 신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들이라 더 향수를 느끼게 된다는 해석이다.

황 평론가는 "자신을 어느 정도 감추고 있기에 오히려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러니, 현실과 잠시 떨어져 있기에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팬질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플레이브의 인기의 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제휴통신사 뉴시스의 기사로 본지의 취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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