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키, 현실적 이야기를 하는 &#039;진정성 갖춘&#039; 캐릭터"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한국의 그래미 어워즈'로 통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 '한국대중음악상'(KMA·한대음)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톺아본다. 인기나 음반 판매량·음원 차트 같은 수치화된 지표보다 음악 전문가들이 격론(激論)을 통한 음악적 완성도 성취가 우선순위다.

다른 시상식에서 주로 다루는 K팝을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다르다. 오는 29일 오후 8시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 프리즘(PRIZM)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제21회 한대음'(선정위원장 김광현)에선 총 3개 분야 26개 부문을 시상하는데, 상업성·완성도를 갖춘 뉴진스(NewJeans) 외에 다양한 색깔의 K팝 그룹이 조명된다.

종합분야 중 올해의 신인 후보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키스 오브 라이프(KISS OF LIFE)', '하이키(H1-KEY)'와 장르 분야 올해의 케이팝 음반에 노미네이트된 '빌리(Billlie)'가 대표적이다. 하이키의 경우는 종합 분야 '올해의 노래' 후보 명단에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건사피장')를 올리기도 했다. 이 노래는 최우수 케이팝 노래 후보로도 지명됐다. 키스 오브 라이프의 EP 2집 '본 투 비 엑스엑스(Born to be XX)'는 최우수 케이팝 음반에 노미네이트됐다.

키스 오브 라이프는 Y2K R&B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세련됨을 풍기는 면모로 K팝 신의 다양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이키는 건강한 이미지로 부익부빈익부 현상이 강화되는 K팝 산업에 '고난 서사'라는 희망를 부여했다. 빌리는 독특하면서도 확실한 서사로 K팝에 생생한 율동감을 불어넣는 중이다. 꼭지를 세 개로 나눠 각 팀별로 '한대음' 후보 선정 이유와 각 팀의 프로듀서 미니 인터뷰를 정리했다.

◆하이키는

하이키는 2022년 1월5일 데뷔했다. 처음엔 태국인 멤버가 포함됐으나 멤버 교체를 거쳐 현재는 전원 한국인 네 멤버로 구성됐다. 서이(리더·보컬), 리이나(보컬), 휘서(메인 보컬), 옐(래퍼)이 멤버다. 첫 싱글 '애슬레틱 걸' 제목처럼, 운동에 방점을 찍고 건강한 이미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 위주의 팬덤이 확고한 K팝 시장에서 두각을 바로 나타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초 발매한 첫 번째 미니앨범 '로즈 블라섬(Rose Blossom)' 타이틀곡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건사피장)이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며 주목 받았다. K팝에 꾸며진 세계관이 아닌 현실적인 이야기로 K팝팬 뿐 아니라 남녀노소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K팝 신에 유망주로 떠오르며 발표하는 곡마다 주목 받았다. 오는 27일 자신들의 프로젝트 하이-키노트('H1-KEYnote)'의 두 번째 신곡 '기뻐'를 발매한다. 휘서는 엠넷 '퀸덤 퍼즐'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걸그룹 '엘즈업(EL7Z U+P)' 멤버로 발탁되기도 했다.

◆한대음 후보 선정 이유

▲올해의 노래('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일말의 꿈을 꾸며 버티는 장미들을 인정사정없이 밟아버리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목소리로 '삭막한 이 도시가 아름답게 물들 때까지 고갤 들고 버틸 게 끝까지'라고 노래해 줘서 고맙고 가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덕분에 강력한 흡인력을 느끼고 그렇게 각자도생의 시간을 뚫어내면 꼭 자연 속에뿐만 아니라, 건물 사이에서도 잘 피는 순간이 장미에게 분명히 올 거라 믿게 만드는 힘을 주는 것 같다."(선정위원 현지운)

▲올해의 신인

"소위 '케이팝 4세대 걸그룹들'과 앞 세대 선배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대부분이 '사랑노래'에서 벗어나 'Z세대의 주체적 자기애, 그리고 현실 속 청춘의 고민'을 더 적극적으로 가사 속에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중 2023년에 주목받은 신인 걸그룹 하이키가 갖는 매력은 영케이(Day 6)와 홍지상이 만든 대표곡에서 들려주는 '힘든 현실을 버텨내는 청춘의 결의'를 솔직하게 표현한 '노랫말의 힘'이었다. 조용히 MZ세대의 마음을 움직여 역주행을 이뤄낸 대 히트곡 '건물사이로 피어난 장미'부터 후속작의 '불빛을 꺼뜨리지 마(Time to Shine)', 그리고 '서울(Seoul)(Such A Beautiful City)'까지, 이들은 냉소와 혐오가 아닌 위로와 공감, 그리고 버텨내는 의지를 경쾌하게 노래로 풀어내 2020년대 한국 청춘의 새로운 대변자가 됐다. 메인보컬 휘서를 비롯한 멤버들의 안정된 가창과 퍼포먼스도 이들에게 주목할 만한 신인의 자격을 부여하기 충분하다."(선정위원 김성환)

▲최우수 케이팝 - 노래('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기계적 주문 제작 공정이 보편화된 오늘날 케이팝 시장에서 크레디트에 단독자의 이름만 새겨진 곡은 점차 희귀해지고 있다. 해외 창작가들의 데모를 수입해 가수에게 맞는 색으로 가공하는 제작자 및 기획자들의 역량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인상적인 결과물이 등장하는 가운데 초창기 케이팝의 역사와 함께한 베테랑 창작가들의 비중은 축소됐다. 이런 흐름은 기술적 완성도와 상업적 성과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었지만, 작가주의나 현실 반영으로의 관점으로의 해석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는 그 갈증을 풀어주었던 노래다. 2022년 데뷔 후 1년 동안 멤버 탈퇴와 무명의 설움을 삼켰던 이들의 서사는 밴드 데이식스와 솔로 경력을 거쳐 단단해진 작곡가 홍지상과 작사가 영케이의 창작을 통해 활짝 피어났다. 대형 기획사가 주도하는 냉혹한 레드오션 시장 속 무대 위 빛나는 나의 모습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걸그룹의 서사가 큰 울림을 줬다. 한 송이 희망의 꽃을 심고 함께 악착같이 살아보자는 창작가들의 자주적 긍정의 외침이 삭막한 도시와 사회를 총천연색으로 물들였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뒤를 이었던 청춘의 희망가."(선정위원 김도헌)

◆허용석 GLG 대표 미니 일문일답

-한대음 수상 후보가 됐습니다.

"'좋은 음악'이라는 추상적이지만 확고한 목표에 집중하며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하이키의 행보가 일정 부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고 영광스러운 마음입니다. 또 함께 고생한 우리 스태프들 그리고 아티스트에게 격려가 돼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더욱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건사피장'은 최우수 케이팝 노래 후보 뿐 아니라 종합 분야 중 하나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 후보에까지 올라갔어요. 그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엇보다도 영케이씨와 홍지상 작가님이 빚어 주신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곡이 가진 음악 본연의 힘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더불어 몇 가지를 꼽자면, 독특한 세계관을 모토로 삼는 K팝의 최신 흐름 속에서 하이키가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진정성을 갖춘 캐릭터였다는 점. 그리고 코로나 이후 국내 경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저희의 노래가 살아남겠다는 악착같은 의지와 희망을 노래한다는 점 등이 좋은 화학작용을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팀을 프로듀싱하면서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렸듯 '좋은 음악’에 가장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데뷔를 준비할 때 K팝의 유행이 세계관을 중점으로 두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남들과 같아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고 또 제가 힙합 장르를 좋아하다 보니 차별화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리얼리즘을 선택했습니다."

-K팝 업계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요.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 가운데 하이키와 '건사피장'의 서사는 많은 걸 의미합니다. 현재 케이팝 업계의 생태계는 어떻게 보고 계시고 이 가운데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그럼에도 어떤 부분에서 차별성을 가지려 하십니까?

"K팝은 점점 더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 돼 가고 있습니다. 퀄리티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더 많은 자본과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K팝의 글로벌화는 더 많은 노하우와 인프라를 요구합니다. 대형 기획사는 아직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매해 더 많은 자본을 투여하고 있으며, 더 많은 인재들을 흡수합니다. 콘텐츠적 측면에서 K팝의 큰 뼈대는 비주얼과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주얼은 비용을 높게 투여할수록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우수한 퀄리티의 작품이 생산될 확률이 압도적으로 올라갑니다. 소규모 기획사로서 이러한 부분에서 경쟁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규모 기획사에겐 '좋은 음악'과 '차별화'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누구' 또는 '누구 같은 그룹'이 아니라 오직 하이키만이 가질 수 있는 색상을 가지려고 합니다."

-멤버들의 실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흐름은 연습생들도 대형 기획사에 인재가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 멤버들을 모을 때 어떤 기준을 세우셨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인성입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참여하는 인원들의 화합력만이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상호 존중 하에 이야기할 줄 알며, 회사와 목표를 공유하고,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한 멤버들을 뽑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비주얼적으로는 멤버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함께 모였을 때 체격이나 이미지적으로 밸런스 조합이 좋은 그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멤버 탈퇴 등의 위기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누구보다 인성 좋고 멋진 멤버들을 모았다고 자평합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오직 성공을 목표로 투철하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팀과 회사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전 세계적으로 음악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존경할 만한 상장사들이 이미 여럿 존재하고 있고, 저 역시 그러한 회사들처럼 시스템과 체급을 갖추고 싶다는 꿈을 어렴풋이 마음속에 품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저는 너무 멀리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시장 상황도 너무 빠르게 변하고요. 저도 업력이 15년 차이지만 작금의 K팝 시장은 제가 이 산업에 직접 발을 담그기 이전에 계획했던 것,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습니다. 레드오션 시장에서는 살아남는다는 미션 자체가 달성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무조건 살아남자는 '생존'을 1순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의 방향은 가지고 가지만, 장기적인 구체적 플랜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오직 하이키만 보고, 오직 하이키의 성공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달성해야 할 목표, 집중해야 할 시장과 분야 정도를 구체적으로 정해 놓았고, 내년의 대략적인 계획을 기획 및 정리하고 있습니다."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좋은 음악과 좋은 프로듀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좋은 음악의 범위는 무척 넓은 것 같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음악은 누군가에게 다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좋은 음악'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지만, 사실 좋은 음악에 대해서 스스로 정의를 내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프로듀싱 취향과 목표는 가슴에 울림을 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신선함까지 줄 수 있다면 더욱 멋지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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