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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리뷰]영화 ‘골든슬럼버’, 살기 위해 도망칠 수록 더 위험해지는 ‘아이러니’…“왜 하필 나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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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장영권 기자) “타겟은 누구나 될 수 있어. 이용가치만 있다면”

영화 ‘골든슬럼버’는 ‘1987’에서 진심 어린 연기로 호평 받고 있는 강동원을 중심으로 김의성, 한효주, 김성균, 김대명, 윤계상, 유재명 등 대표적 실력파 배우들이 결합하여 수준 높은 케미스트리를 선보인 작품이다.
 
특히 ‘마스터’의 엘리트 형사, ‘검사외전’의 사기꾼, ‘검은사제들’의 부사제 등 확고한 영화적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과는 달리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 ‘건우’로 분한 강동원은 데뷔 이후 가장 현실적 캐릭터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파란 택배 유니폼과 편안한 웨이브 헤어 등 외모부터 소탈하게 변화를 꾀한 강동원은 ‘골든슬럼버’가 처음 기획될 당시인 7년 전부터 함께하며 ‘건우’ 캐릭터에 각별한 애정과 열정을 쏟았다. 소박하게 살아오던 보통 사람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점차 변모해가는 ‘건우’ 역의 강동원은 순박한 인간미와 시간에 따른 디테일한 감정선의 변화, 도주 과정에서의 액션 연기 등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다. 

강동원과 고교 시절 밴드 멤버이자 동창으로 만난 한효주, 김성균, 김대명, 윤계상의 조합은 각자가 지닌 다채로운 개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평범하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앙상블을 이뤘다. 음악에 대한 애정과 우정으로 똘똘 뭉쳤던 고교 시절을 뒤로 한 채, 이제는 컴퓨터 수리공이 된 평범한 가장 ‘금철’ 역의 김성균, 주책 맞은 이혼전문변호사 ‘동규’ 역의 김대명, 57분 교통정보 리포터 ‘선영’ 역의 한효주는 실제 친구와 같은 편안한 호흡으로 따스한 미소를 자아낸다. 그리고 ‘범죄도시’에서 무자비한 악역 ‘장첸’을 완벽하게 소화하여 열풍을 불러일으킨 윤계상은 조직의 계획과 친구와의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밀 요원 ‘무열’ 역으로 특별출연,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압도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색깔의 젊은 배우들이 영화에 풋풋한 감성과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면 김의성과 유재명은 극을 더욱 밀도 있게 채운다. ‘부산행’, ‘더킹’, ‘1987’ 등 매 작품 잊을 수 없는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김의성은 과거 ‘무열’과 동료였지만 작전에서 실패한 후 세상으로부터 숨어살게 된 전직 비밀요원 ‘민씨’ 역을 맡아 날카로우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강동원과 첫 호흡을 맞춘다. 그리고 최근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 검사 역을 맡아 인생연기를 보여준 유재명이 ‘건우’를 쫓는 합수부의 수장 ‘황국장’으로 분하여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추격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영화 ‘골든슬럼버’의 줄거리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인파가 오가는 광화문 한복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학창 시절 함께 부르던 노래 ‘골든슬럼버(Golden Slumbers)’를 들으며 추억에 빠진 것도 잠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차량이 폭발하고 평화롭던 공간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리고 평범했던 택배기사는 영문도 모른 채 그 순간부터 암살범이 되어 세상으로부터 쫓기기 시작한다.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 폴 매카트니가 해체 직전 멤버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만든 것으로 알려진 비틀즈의 명곡 ‘골든슬럼버’의 감성적 선율과 긴박한 암살사건, 상반된 두 이미지의 충돌로 도입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골든슬럼버’는 거대한 권력에 의해 평범한 개인의 삶이 조작된다는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쫓고 쫓기는 도주극 속 친구와 우정의 드라마를 더해 장르적 구분을 넘나드는 새로운 재미를 창조해낸다.

한 사람을 둘러싼 이미지가 완벽히 가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기술 발달로 불가능의 영역이 점점 사라지는 2018년 현시대에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변형될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흥미를 자아낸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쫓기게 된 ‘건우’와 그를 쫓는 추격의 과정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몰입도를 높이고, 살아 남기 위해선 도망쳐야 하지만 그럴수록 친구들은 더 위험해지는 아이러니는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점차 배가시킨다. 

무력하게 쫓길 뿐이었던 ‘건우’가 자기 자신을, 그리고 친구들을 위해 서서히 용기를 내는 모습은 평범한 소시민의 반격으로 카타르시스를 전하며, 모두가 ‘건우’에게 등을 돌릴 때 끝까지 그를 믿어주는 인물들과의 관계는 타인에 대한 신뢰가 옅어져가는 각박한 시대에 우리가 잊고 살아온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긴 여운을 남긴다.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2018년의 서울 한복판으로 무대를 옮겨 재탄생한 영화 ‘골든슬럼버’.

국가 조직에 의해 계획된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이라는 극적 사건을 토대로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남들보다 특출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아닌, 택배기사와 그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 등 우리 주변에 존재할 법한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들을 그림으로써 영화적 재미와 현실적 공감대의 균형을 맞춘다.

영화 ‘골든슬럼버’ / 영화사 집
영화 ‘골든슬럼버’ / 영화사 집

영화 ‘골든슬럼버’의 결말을 먼저 이야기 하기 보다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득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 온 ‘건우’(강동원)는 어려운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이 조금 손해보더라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성실하고 정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런 착한 심성이 역으로 이용되어 조직의 손쉬운 타겟이 되고, 대통령 유력 후보의 암살 용의자가 된 ‘건우’의 억울한 상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깊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왜 하필 나냐”고 반문하지만 끝내 “꼭 살아서 돌아갈게”라고 약속하며 보이지 않는 권력에 맞서는 ‘건우’의 성장과 변화는 드라마의 중심 축이 되어 극을 이끈다. 

한편 ‘건우’가 도망칠수록 더 큰 위험에 처하는 친구들의 존재와 그들의 갈등은 새로운 긴장감을 형성한다. 자신과 가족을 향한 위협과 회유에 갈등하는 쌍둥이 아빠 ‘금철’(김성균), 자신이 알던 친구와 매스컴에 비춰진 이미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변호사 ‘동규’(김대명), ‘건우’에 대한 굳은 신뢰를 져버리지 않는 교통정보 리포터 ‘선영’(한효주) 등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이들의 인간적인 갈등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만든다. 특히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 속 고등학교 시절의 순수하고 풋풋했던 기억에 대한 회상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은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는 ‘골든슬럼버’만의 매력이 된다. 

여기에 ‘건우’에게 누명을 씌우라는 조직의 미션을 받지만 차마 실행하지 못하고 암살범으로 지목됐다는 말과 함께 ‘민씨’의 명함을 건네주는 친구 ‘무열’(윤계상), 그리고 ‘무열’을 위해 ‘건우’를 돕는 조력자 ‘민씨’(김의성) 등 사건의 실체에 가까이 있는 비밀 요원들까지. 필요에 따라 누군가를 영웅으로, 혹은 암살범으로 만들 수도 있는 권력에 맞서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그 안에 감성과 온기가 공존하는 특별한 매력이 보는 내내 가슴으로 파고들어 왔다.

‘골든슬럼버’는 광화문 세종로 한복판에서부터 홍제천의 지하 배수로에 이르기까지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독창적 볼거리를 완성했다. 광화문, 성신여대, 서강대교, 강남대로, 신촌오거리 등 메가 시티(Mega City) 서울의 공간적 특성을 대표하는 주요 번화가에서 펼쳐지는 도주씬들은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건우’의 고립감을 극대화하고, 비좁은 골목을 내달리는 추격씬은 스토리에 생동감과 리얼리티를 더한다. 특히 사건의 시작이 되는 대통령 후보 차량 폭파씬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광화문 세종로 로케이션을 감행했다. 2017년 겨울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시기 촬영 허가가 쉽지 않았지만 ‘골든슬럼버’ 제작진은 촬영 일정 및 방법, 진행 방식, 디테일한 프리비주얼 작업 등 치밀한 준비 끝에 약 4개월 만에 허가를 받아냈다. 그 결과 보조출연 200명, 제작 지원 50명 등 약 450여명의 제작진이 동원되었고, 소품차량 약 50대, 메인 카메라 5대 포함, 고프로와 일반 카메라까지 총 14대의 카메라 등 대규모 물량이 투입된 광화문 폭발 장면은 현실적이고 익숙한 공간에서 비롯된 긴장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명장면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도시 전역의 CCTV를 통해 건우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모니터링 된다는 설정 하에 감시의 시선이 닿지 않는 지하 배수로를 통해 도주한다는 창의적 상상력은 ‘골든슬럼버’의 신선한 볼거리가 된다. 실제 홍제천 배수로에서 진행된 촬영 현장은 생활 하수로 인한 악취가 진동하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 강동원, 김의성 등 배우들의 집중력 있는 연기로 미로 같은 지하 배수로를 가로지르는 흥미진진한 도주씬을 창조할 수 있었다. 여기에 ‘명량’, ‘터널’ 등 매 작품 역동적이고 과감한 영상을 포착해온 김태성 촬영감독의 스피디한 카메라 워킹, ‘신세계’, ‘불한당’, ‘범죄도시’ 허명행 무술감독이 참여한 사실적 액션 연출 등 실력파 제작진이 의기투합하여 완성한 ‘골든슬럼버’의 볼거리는 일반적인 액션 영화와는 차별화된 쾌감을 선사했다.

비틀즈의 ‘골든슬럼버(Golden Slumbers)’,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힘을 내’ 등 시대를 대표하는 국내외 명곡들은 영화 ‘골든슬럼버’의 고유한 정서와 감성을 담아내는 주요한 장치다. 영화의 제목이자, 건우가 오픈 준비 중이던 가게의 이름, 건우와 친구들이 밴드 활동을 하던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이기도 한 ‘골든슬럼버’는 1969년 비틀즈 해체 직전 발표한 마지막 앨범 ‘애비 로드(Abbey Road)’에 수록된 곡으로 폴 매카트니가 멤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사연으로 알려진 곡이다.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골든슬럼버’의 아름다운 가사와 서정적 멜로디는 건우의 추억, 그리고 음악을 향한 순수함을 대표하는 곡으로 극의 적재적소에 흐르며 영화의 감동과 여운을 진하게 만든다. 특히 ‘WINNER’의 리드 보컬 강승윤의 담백하고 매력적인 보이스와 이하이 특유의 소울풀한 중저음의 보이스에 맞춰 새롭게 편곡된 두 가지 버전의 ‘골든슬럼버’는 사건의 전개에 따라 변화하는 건우의 심경을 담아낸 전혀 다른 감성으로 전해져 왔다.
 
비틀즈의 곡이 ‘건우’의 감정을 표현하는 곡이라면 고(故) 신해철의 곡들은 ‘건우’를 비롯한 친구들의 우정과 청춘을 대변한다. 김태성 음악감독은 한국의 록밴드들이 가장 많이 부르고 좋아하는 곡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떠올렸고, 유가족 측의 흔쾌한 동의와 전폭적 지지로 영화의 주요 테마곡으로 신해철의 노래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제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에너지 넘치는 선율과 청춘의 순수한 고백을 담은 ‘그대에게’,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응원하는 따뜻한 가사가 듣는 이의 힘을 돋우는 ‘힘을 내’ 등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영화 ‘골든슬럼버’의 OST는 영화가 끝나도 지워지지 않는 여운과 감동을 남겼다.

‘골든슬럼버’는 도시 전역을 모니터링하는CCTV를 피해 감시의 시선이 닿지 않는 지하 배수로를 가로지르는 건우의 도주 장면을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이에 실제 생활 하수가 흐르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홍제천 배수로에서 촬영을 진행했으며, 오수 및 하수물로 인한 악취와 한 겨울철 영하권의 추위를 이겨내며 리얼한 볼거리를 완성해냈다. 또한 극중 물이 방류하는 장면의 경우 20톤 컨테이너 내부에 칸막이를 제작하고 물이 쏟아지는 장치를 설치해 촬영했다. 강동원은 실감 나는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일반 남성이 견딜 수 있는 7톤의 무게를 훨씬 넘어서는 13톤 무게의 물에서 버티며 촬영을 진행, 총 100톤에 이르는 물을 방류하며 차별화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완성된 지하 배수로 도주 장면은 관객들에게 한순간도 눈 뗄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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