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진병훈 기자) 조시 멜러먼은 음울하고 건조한 문장으로 그가 경도하는 브램 스토커, 그리고 스티븐 킹의 뒤를 잇는 아포칼립스를 탄생시켰다.
4년 전, 러시아의 작은 마을에서 나타난 ’그것’을 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이고 이는 메두사의 저주만큼 오싹하고 두려운 것이다.
영화 ‘버드 박스’는 배 속의 아기를 안고 남게 된 멜로리(산드라 블록)와 그녀와 같은 처지가 된 사람들, 그리고 그녀를 급류가 흐르는 강으로 안내한 정체 모를 남성의 목소리를 따라간다.
영화는 ‘그것’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은 채 모호한 전개를 전전하며 윤리적 판단마저 흐리게 만들어 놓는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새(1963)’를 촬영하면서 스태프들에게 자신도 이 영화의 장르를 모르겠다고 말한 것처럼 ‘버드 박스’에 등장하는 종말의 근원은 섬뜩할 정도로 히스테리를 불러일으킨다.
대신 멜러먼은 이 불쾌한 저주를 인류애에서 빠지지 않는 모성애와 함께 무한 경주를 시도한다.
그와 함께 엄습하는 공포는 일말의 확신조차 없이 안대로 눈을 가린 채 떠나는 멜로리와 두 아이의 모습에서 더욱 강화된다.
고약할 정도로 멜로리를 신경쇠약 직전까지 몰고 가지만 그 안에는 그녀가 어머니가 되어 가는 과정이 포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