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시현 기자) 국제 금값은 미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 속에서 다시 상단을 두드리고 있는데, 정작 국내 1돈 금값은 하락하며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11월 26일 오전 9시 기준 한국거래소 금 1돈 시세는 735,300원으로, 전일(739,875원)보다 4,575원(0.6%) 밀리며 하루 새 ‘-0.6% 폭락’ 구간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같은 시각 국제 금시세 국내 기준가는 728,990원으로 1,987원(0.3%) 오르며 달러 기준 금값은 우상향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원화 강세와 국내 수급 요인이 결합되며 국내·국제 시세 간 괴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세부 흐름을 보면, 최근 7거래일 동안 국내 1돈 금값은 11월 18일 715,500원에서 19일 728,813원, 20일 726,750원, 21일 721,875원, 24일 725,438원, 25일 739,875원을 거쳐 26일 735,300원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1주일 평균 대비로는 여전히 7,650원(1.1%) 높은 수준이지만, 30일 평균과 비교하면 374원(0.1%) 낮아 단기적으로는 ‘고점 조정’, 중기적으로는 ‘박스권 조정’ 국면이 겹쳐 있는 모습이다. 전일까지 기준 최근 1년 최고가 851,250원 대비로는 115,950원(13.6%) 내려와 있지만, 최저가 421,875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313,425원(74.3%) 위에 위치해 있어 장기 상승 추세 자체는 유효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수는 환율이다. 26일 오전 9시 현재 달러·원 환율은 1,459원으로 전일보다 7.4원 떨어졌다. 통상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는 원화 환산 금값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달러·원이 1,460원대 중반에서 하락세로 출발한 가운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외환시장 관련 기자간담회 예고가 ‘사실상 구두 개입’으로 인식되며 시장의 환율 상단 인식이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달러 인덱스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평화협정 기대감 속에 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당국의 경계 메시지까지 겹치자 달러·원은 야간 역외 시장에서 이미 1,463원대까지 미끄러졌다. 이 같은 원화 강세 흐름이 그 사이 국제 금값 상승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며, 국내 1돈 시세의 ‘역행 하락’을 유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분석] 국제금값은 오르는데 국내 약세…환율·연준 완화기대 교차(금값시세)](https://cdn.topstarnews.net/news/photo/202511/15886811_1786713_2950.jpg)
국제 시장에서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금은 온스당 약 4,140달러 수준에서 11월 중순 이후 최고 레벨을 회복한 뒤, 예상보다 약한 미국 경제지표를 연이어 확인하며 해당 구간에서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9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에 그쳐 0.4%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기대를 밑돌았고, 앞선 8월(0.6%)보다도 둔화됐다. 여기에 더해 ADP 기준 최근 4주간 민간 고용이 주당 평균 1만3,500개 감소하는 등 노동시장의 균열 조짐이 강화되자,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은 8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반영되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과도하게 재확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자, 실질금리가 완만히 낮아지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재부각되며 금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와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하는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전개됐지만, 엔비디아와 AMD 등 일부 AI 반도체 종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구글의 제미나이 3.0 출시, 메타의 구글 TPU 도입 검토 등으로 AI 산업 지형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메타와 알파벳, 브로드컴 등은 강세를 보인 반면, 기존 AI GPU 강자인 엔비디아에는 오히려 하방 압력이 집중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매판매, 고용지표 등에서 ‘연착륙이지만 냉각 속도가 다소 빠른’ 시그널이 이어지면서, 주식과 함께 금에도 동시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다소 이례적인 ‘위험·안전자산 동시 강세’ 구도라는 점이다. 이는 연준의 조기 완화 전환에 대한 베팅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실물 금 수급도 가격 하방을 단단히 받쳐주는 요인이다. USA GOLD에 따르면, 11월 21일 기준 온스당 금 현물 가격은 4,073.25달러 부근에서 다소 숨 고르기를 하는 가운데, 미 국채 실질금리는 1.85%까지 내려오고 달러 인덱스(DXY)는 104.5선으로 밀리면서, 관세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물리적(physical) 금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3만5,000건으로 예상치(22만5,000건)를 상회하며 노동시장 ‘냉각’을 재확인했고, 이로 인한 실질금리·달러 약세가 금의 캐리 비용을 낮추며 매수를 자극했다. 여기에다 gold.org가 신규 공개한 ‘로컬 골드 프리미엄·디스카운트’ 데이터에서는, 인도 현지 금값이 국제 금값 대비 4∼6% 프리미엄을 꾸준히 유지하는 반면 중국은 기존 2%대 할인 폭이 점차 축소되는 등, 신흥국 중심의 실물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국내 시장에서도 국제 금값이 조정받는 구간마다 귀금속 실물 매수세가 재차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다.
기술적 관점에서도 추가 상승 여지는 남아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달러 기준 금 가격은 일봉 차트상 이등변삼각형 수렴 패턴의 상단에 근접해 있으며, 수렴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상방 돌파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해 이어진 금 랠리 이후 나타난 조정 구간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주요 이동평균선 위에서 가격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장기 상승 추세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기술적 상단 돌파 시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할 수 있고,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향에 따라 실질금리와 달러가 다시 튈 경우 급격한 되밀림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변동성 확대 구간에 대한 경계도 동시에 필요하다.
국내 시세만 놓고 보면, 현재 1돈 기준 735,300원이라는 절대 수준은 1년 최저점 대비로는 여전히 크게 오른 가격대이지만, 최근 1년 최고가와 비교하면 약 13% 조정된 자리다. 국제 금시세 국내 기준가 728,990원과의 스프레드는 6,000원 안팎에 불과해, 일별 환율 변동과 세공·수수료,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과도한 괴리’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환율이 추가로 1,450원선 아래로 내려가거나, 연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국내 금값은 단기적으로 한 차례 더 ‘저점 탐색’을 시도할 수 있다. 반대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실제 25bp 인하가 단행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및 글로벌 관세 이슈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경우, 국제 금값이 온스당 4,200달러선 재돌파를 시도하며 국내 금값도 재차 1년 고점대를 향해 가파르게 반등할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달러 기준 금값’과 ‘원화 기준 금값’, 그리고 ‘국제 시세’와 ‘국내 실물 프리미엄’의 네 축을 동시에 살피는 일이다. 금 투자자는 △미국 물가·고용·소매판매 등 핵심 지표와 연준의 12월·내년 초 금리 경로, △미 국채 실질금리와 달러 인덱스 흐름, △달러·원 환율과 국내 당국의 구두·실물 개입 가능성, △인도·중국 등 주요 소비국의 프리미엄·디스카운트 변화, △우크라이나·중동 등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통상 마찰 심화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한국거래소 금 현물 가격과 국제 금시세 국내 기준가의 괴리, 거래대금과 실물 인출 수요, 스프레드 확대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 단기 급등 구간의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분할 매수, 포트폴리오 내 비중 관리 등 보수적 운용 전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금값 변동성이 확대된 국면에서는 레버리지 거래나 단기 시세차익만을 노린 과도한 베팅은 자제하고, 장기적인 자산배분 관점에서 안전자산 역할과 헤지 기능을 균형 있게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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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6 09:30송고  |  reporter@topsta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