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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알고리듬에 정치를 맡긴다면…신간 '22세기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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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알고리듬 전문가의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제기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생각만으로는 찬성이나 반대를 표시할 수 없다. 투표해야 가능하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는 투표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대의 민주주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지만 이상적이지는 않다. 수년에 한 번 한정된 선택지만 제공하는 선거로는 복잡하고 다양한 민의(民意)를 제대로 드러내기 어렵다.

일본의 데이터 알고리듬 전문가인 나리타 유스케(成田悠輔)는 최근 번역 출간된 '22세기 민주주의'(틔움)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유통기한이 다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드러낸 무수한 데이터를 수집해 정책을 결정하자고 제안한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선출해 정책을 결정하게 하는 대신 고도로 발달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민의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기계가 의사결정을 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하자는 도발적인 주장이다.

책은 이런 방식을 '무의식 데이터 민주주의'라고 정의한다. 인터넷이나 폐쇄회로TV(CCTV) 등에는 글, 대화, 표정 등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수많은 단서가 있는데 이를 수집해서 판단의 토대로 삼는다는 것이다.

인간 정치인 대신 알고리듬이 의사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통제하는 세상을 그린 공상과학소설(SF)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알고리듬에 의한 가치 판단이나 추천에 대체로 몸을 맡기고 뭔가 잘못된 경우에만 이의를 제기하고 거부하는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의식 데이터 민주주의가 민의에 의한 의사결정(선거 민주주의), 소수의 엘리트나 선민에 의한 의사결정(지식인 전제주의), 정보·데이터에 의한 의사결정(객관적 최적화)을 융합한 것과 같다고 본다.

AI나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민의는 물론이고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학업성취도, 건강수명, 웰빙 지수 등 다양한 정책 성과지표를 최적으로 조합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의사 결정 알고리듬은 잠을 자거나 쉴 필요 없이 24시간 일할 수 있으며 다수의 이슈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무의식 속에 담긴 차별적 사고나 편견이 민의 데이터에서 증폭하면서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책은 알고리듬을 다듬고 수정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현대 민주주의가 고장 난 상태라는 문제의식이 책 전반에 깔려 있다.

1980년에 75%였던 일본 중의원 선거 투표율은 2017년에 54%로까지 떨어졌으며 참의원 선거 투표율은 2019년에 48%를 기록했다. 젊은이들에게 '정치인이 미래를 생각하는 의정 활동을 하도록 투표하자'고 독려하기도 하지만 투표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책은 단언한다. 일본 30세 미만 유권자는 전체의 13.1%에 불과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높이면 정치적 의사 결정에서 '초초(超超)소수'가 '초소수'로 바뀔 뿐이라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에는 제대로 된 정보를 습득하고 제대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논의한 후 투표로 결정한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하지만 유권자의 판단은 선거 캠페인이나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고,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그런 경향을 증폭하는 등 민주주의의 기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책은 평가한다. 정보 유통이 빨라지면서 정치인이 점점 포퓰리스트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책은 장관에게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거나 정치인의 피선거권에 정년을 설정한 국가 등 특이한 외국 사례도 소개한다. 또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이해관계나 지식이 유권자마다 다른 점을 고려해 '1인 1표'라는 원칙에서 벗어나되 의사 결정에서 각 개인이 미치는 영향력의 총량을 동일하게 설정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서유진·이상현 옮김.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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