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 이상문학상 수상거부…'3년 저작권 양도·개인 단편 표제작 금지' 규정에 반발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작가들이 잇달아 수상을 거부하면서 20일 예정된 수상자 발표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 등이 수상을 거부했다.

수상을 거부한 이유는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문학사상사의 요구에 반발했기 때문.

1977년 제정한 이상문학상은 이문열, 이청준, 최인호, 신경숙, 김훈, 한강 등 당대 최고로 인정받던 작가들을 수상자로 배출하며 전통과 권위를 자랑했으나 이번 사태로  권위가 실추되게 됐다.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 대상과 우수상 작품을 엮어 매년 1월 수상작품집을 발간하는데, 이에 따라 작가에게 저작권을 요구해 왔다.

김금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상을 줬다고 주최 측이 작가 저작권을 양도받아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작가의 권리를 취하면서 주는 건 상이 아니지 않느냐. 작가를 존중하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은영도 "상이라기보다 뭔가 구속당하는 느낌이었다"면서 "다른 문학상들도 받아봤지만 이런 조항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기호는 "며칠 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으라는 연락이 왔었고 김금희 작가와 같은 이유로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따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건 단지 돈 문제가 아니니까"라고 했다.

문학사상사는 제44회 수상자 공식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 제정 이후 매년 수상작품집을 발간해 다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나 판매 부수가 떨어져 최근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사상사와 기존 수상자들에 따르면 저작권 관련 문구가 공식 문서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4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부터다.

문학사상사 관계자는 "작가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고 앞으로는 수상자들과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면서 "문제가 된 관련 규정은 삭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문인들의 저작권 관리를 대행하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1977~1986년 발간된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수록 일부 작품이 제대로 저작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무단 게재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작가들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