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인터뷰] ‘버티고’ 천우희, 가을 햇살만큼 강렬한 한 마디…“가장 좋아하는 코미디 연기, 앞으로도 하고파” (종합)

  • 이창규 기자
  • 승인 2019.10.15 06:00
  • 댓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규 기자] ‘버티고’ 천우희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향후 활동에 대한 계획을 공개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서 영화 ‘버티고’ 천우희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맑은 하늘과 조금은 따스해진 날씨만큼 인터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영화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속 고층빌딩 사무실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진수(유태오 분)와의 불안한 관계를 이어가던 중, 창 밖의 로프공 관우(정대광 분)와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감성 영화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평범해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각에서 바라본 작품이다.

최근 ‘열일’하면서 지냈다고 근황을 전한 천우희는 최근 들어 점차 나이대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이었다. 의도적으로 그런 캐릭터들을 연기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의도했다기 보다는 (나이대에 맞는 캐릭터를) 찾고 있었다. 그동안 한참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곡성’의 무명처럼 나이를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을 맡아왔기 때문에 내 연기가 어떨지 스스로도 궁금했다”고 답했다. 또 “다행히 ‘버티고’나 ‘멜로가 체질’이나 다 나이대에 맞는 캐릭터를 만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과거 영화 ‘우상’을 촬영할 당시 슬럼프에 빠져 연기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천우희.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았을까. 그는 “제가 정말 외유내강인 스타일인데도 연기를 하면서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평가받아야하고 비교당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그렇다”며 “작품의 완성도나 흥행 성적에 따라 배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 때문에 힘들다고 느꼈는데, 조금은 벗어나게 된 느낌이 생긴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상처들을 받았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두려워졌던 순간이 있던 건데, 배우는 또 연기로 위안 받고 치유받는다는 걸 느꼈다”며 “물론 현장에서의 불안함도 있었고, 머릿속에서 그리는 것들이 구현이 잘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었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스태프들을 믿으면서 하나하나 해나갔던 거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버티고’로 인해서 조금은 마음의 위안을 받았는데, ‘멜로가 체질’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 더 부담을 깨뜨린 게 있어서 개인적으로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과의 만남도 감사했고, 작품 자체만으로도 감사했다. 조금씩 더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유튜브 채널 ‘천우희의 희희낙락’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했다. 회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유튜브 활동에 대해 천우희는 “첫 편을 봤는데 너무 어색하더라.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은 보통 편집을 통해 정제되어서 나가는데, 정말 ‘레알’ 제 모습이 나오다보니까 걱정이 됐다”고 뒤늦게 고백했다.

그는 “제게 그런 모습이 있는지도 몰랐고, 너무 민망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노출이 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된 거 같더라.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재밌어해주셔서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 자체를 신비주의로 보거나 너무 진중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친근하게 봐주신다. 길가다 우연히라도 알아보시는 분 있으시면 ‘잘 봤어요’, ‘너무 재밌어요’라고 하시면서 반갑게 인사해주시는데 그게 좋다”고 유튜버로서의 활동의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현재 한 달여간 손을 놓은 ‘희희낙낙’의 다음 콘텐츠에 대해서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갔을 때 비하인드를 찍어놨다. ‘멜로가 체질’ 촬영하는 동안에는 제가 멀티태스킹을 잘 못하는 데다 본업에 집중하는 걸 좋아해서 손을 놓고 있었다”며 “다음 아이템을 뭘로 정해야 할지 생각하는 중이다.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클로즈업 씬(Scene)을 촬영하는 데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저는 카메라와 교감하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좋아한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이어 천우희는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직접적으로 감정 전달이 가능하다고 보니까 몰입이 잘 된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며 “물론 정면에서 그대로 제 모습을 담는다면 저도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래도 나름 저는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그 결과물을 봐야하는 관객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질까봐 걱정된다고도 덧붙였다.

극중에서 감정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주고받는 유태오와 정재광과는 어떻게 호흡을 맞추려 했는지 물었다. 이에 그는 “초반에는 같이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재광이같은 경우는 첫 장편이어서 그런지 저를 어려워하는 면도 있었다. 그래서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이어 “감독님과 배우들이 모여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레퍼런스 삼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씬 바이 씬으로 얘기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영화를 준비해온 방식과는 또 달랐다”고 밝혔다.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연인 사이로 등장한 유태오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정말 많은 오빠다. 가지치키를 정말 많이 해서 비슷하게 준비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전문 서적을 읽거나 논문까지 읽어보는 사람”이라고 전했고, 정재광에 대해서는 “본인 캐릭터를 연구하려고 A4 용지에 일기를 4~5장 넘게 써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축약적으로 준비를 하는 편인데, 두 분은 많은 걸 쓰고 생각하더라. ‘그런 방식이 있구나’ 싶어 보면서 재밌었다”며 “재광이와는 같이 만나는 장면도 많이 없어서 현장에서도 대화를 많이 못했는데, 태오 오빠와는 첫 만남 때부터 키스신 찍고 그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처음 대본으로 받아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다른 장면들에 대해서는 이해가 다 됐는데, 그 부분은 이해가 잘 가지 않아서 감독님께 많이 여쭤봤다”며 “저 스스로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끔 하더라. 제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관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달라지다보니”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느끼기에는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대한 교감이라고 생각했다. 극적인 순간이다보니 작 중에서 그렇게 표현된 것이지,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어떻게 보면 그 장면을 위해서 영화의 어떤 부분을 거꾸로 만들어나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이전까지 영화 ‘어느날’ 정도를 제외하면 밝은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거의 없었던 그는 향후 밝은 역할을 맡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계속 하고 싶다. 적성인 거 같다”며 “이병헌 감독님도 ‘이젠 양지로 오라’며 늘 말씀하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예전부터 많이 하고 싶었던 게 코미디, 혹은 일상적인 이야기였다. 결국 제가 선택한 것이지만, 우연찮게도 센 캐릭터나 무거운 이야기가 나오는 작품을 해왔다”며 “저와 달라서 매력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말을 이었다.

천우희는 “‘멜로가 체질’이 딱 시의적절했다고 하고 싶다. 만일 이전에 연기했다면 다른 분들이 느꼈을 때 어색하거나 낯설다고 생각하셨을 텐데, 다행히 ‘우상’ 이후여서 그 반대되는 것들을 확 보여줄 수 있었다”며 “그냥 뭘 하지 않고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앞으로도 잘 할 자신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천우희 / 나무엑터스 제공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건네자 그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처음 보시는 분이건 알아가는 분이건 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제 이름을 보고 작품에 대한 흥미와 기대 등의 호기심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배우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항상 뭐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지치지 않고 주어진 것들을 최선을 다해 묵묵히 해 나가다 ‘이 길을 잘 걸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 초 봤던 타로점 내용처럼 일복이 터지고 이사를 했다는 천우희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밝은 매력을 발산했다. 어쩌면 머지않아 천우희가 역대급으로 밝은 캐릭터로 대중 앞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지도 않을까.

현기증, 야간 비행시 일어나는 조종사의 착각 현상, 또는 말 그대로 ‘버틴다’는 뜻을 모두 함축하고 있는 영화 ‘버티고’는 17일 개봉 예정이다. 러닝타임은 114분이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