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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종이책 수호' 나선 예일대 학생들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9.04.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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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기자] 예일대 도서관은 지난 1월 도서관 장서 수를 15만 권에서 4만 권으로 대폭 줄이고, 대신 학생들이 쾌적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도서 대출이 줄고 학생들의 몸집이 커진 현실을 반영해 도서관 내 공간을 재배치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았던' 학교 측의 이런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딪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다름 아닌 재학생들이 '책 문화'에 대한 공격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디지털 세대인 대학생들은 전자 화면을 보는 것보다 인쇄된 책을 읽을 때 더 깊은 수준의 사유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예일대학교 / 연합뉴스
예일대학교 / 연합뉴스

학생들은 여전히 활자로 된 책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임의로 도서관 장서를 대여하는 '책 훑어보기'(browse-in)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부터 미국의 동화작가 시어도어 수스 지젤의 '더 스니치스'까지 장르를 막론하고 책을 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1천여명의 예일대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뜻을 함께하겠다고 밝혔고, 한 학생은 페이스북을 통해 프랑스의 저항 운동인 '레지스탕스'를 언급하며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 운동을 주최한 예일대 4학년생 릴런드 스탠지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가에 놓인 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돼 놀랐다"면서 "많은 학생이 책을 훑어볼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들을 보내왔다"라고 말했다.

도서관 측은 인근 도서관에 책을 옮긴 후에도 학생들이 계속해서 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도서관의 조명이 어둡고 장서가 밀집돼 있어 책을 찾기에 부적합하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스탠지는 현지 매체에 도서관의 장서 이전 계획이 "책 문화에 대한 반대를 정당화시키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기고문을 내기도 했다.

운동에 참여한 예일대 2학년생 잭슨 라이프치히는 "먼저 온라인에서 공부할 주제에 대해 검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도서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활자책을 집어들 때 여러 학문적 질문이 떠오른다"며 도서 공간과 활자책이 주는 이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미술사를 가르치는 한 교수님의 마지막 논문 과제가 늘 '인쇄물'을 참고하게 돼 있다고도 말했다.

예일대 도서관 측은 이번 계기를 통해 장서 목록을 재정비하고 "학생들의 체격에 맞는 충분한 공간과 필수적이고 훌륭한 도서들이 배치될 공간의 균형을 맞추겠다"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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