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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리뷰] 영화 ‘그랜 토리노’, 신비로운 민족 몽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다 (종합)

  • 이승주 기자
  • 승인 2019.03.2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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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기자] ‘그랜 토리노’는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불후의 명작들을 만들어 온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카데미 수상작 ‘밀리언달러 베이비’ 이후 다시 연출과 출연을 겸한 작품이다.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퇴역 군인이자 고집불통에 고지식한 노인 월트 코왈스키 역을 맡아 이웃에 사는 아시아계 이민자들과 엮이며 자신의 오랜 편견과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에 했던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이스트우드에게 월트라는 역할은 그의 나이와 캐릭터에 맞을 뿐 아니라 ‘더티 해리’나 타협을 모르는 무법자로서의 과거와도 이어져 있으면서도 한발 더 나아간다. 좀 더 어두운 곳으로 인도하지만 구원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랜 토리노’는 이스트우드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인간 관계를 이야기한다. 언제나 인종과 종교, 편견에 대한 복잡한 문제들을 진솔하게 다루면서 진정성을 담고 있다. 이스트우드가 직접 연기한 월트라는 인물은 그의 이전 작품들의 주인공들을 관통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자동차 공장에서 은퇴한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일상은 집을 수리하고 맥주를 마시고 매달 이발하러 가는 것이 전부다. 전쟁의 상처에 괴로워하고 M-1 소총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남편이 참회하길 바란다는 월트 아내의 유언을 이뤄주려고 자코비치 신부가 하루가 멀게 그를 찾아오지만 월트에게 그는 그저 가방 끈 긴 27살 숫총각일 뿐이다.

그는 참회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버틴다. 그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만큼 믿는 존재는 곁에 있는 애견 데이지뿐이다. 

이웃이라 여기던 이들은 모두 이사 가거나 죽고 지금은 몽족(Hmong) 이민자들이 살고 있다. 월트는 그들을 혐오하고 늘어진 지붕, 깎지 않은 잔디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못마땅해 한다. 동네 몽족, 라틴, 흑인계 갱단은 툭하면 세력 다툼을 하고 장성한 자식들은 낯설고 여전히 철이 없다. 낙이 없는 월트는 죽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이웃집 소년 타오가 갱단의 협박으로 월트의 72년산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 하고 차를 훔치지 못하게 하고 갱단의 싸움을 무마시킨 월트는 본의 아니게 타오의 엄마와 누나 수의 영웅이 된다. 잘못을 보상해야 한다며 월트의 일을 돕게 된 타오. 엮이고 싶지 않았던 월트는 시간이 가면서 뜻하지 않았던 우정까지 나누게 된다. 

타오 가족의 친절 속에서 월트는 그들을 이해하며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가혹한 과거에서 떠나온 그들과 자신이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차고 속에 모셔두기만 했던 자신의 자동차 그랜 토리노처럼 전쟁 이후 닫아둔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랜 토리노’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한국전을 거쳐 포드 공장에서 50년간 일해 왔지만 이제 전쟁은 끝났고 공장은 문을 닫았고 아내는 먼저 떠났고 자식들은 남처럼 소원하고 아버지를 내치려 한다. 아들과 대화하는 법을 모르고 손주들이 피어싱 하는 것도 절대 용납 못한다.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던 그는 이웃이 된 몽족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전에서의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에겐 아시아 사람이 다 똑같아 보이는 것이고 그들을 보면서 한국전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월트의 이웃으로 이사온 몽족 가족 중 한 명으로 엄마와 할머니, 누나와 살고 있는 16세 소년 타오는 자신의 롤 모델을 월트로 정하고 그를 멘토로 삼게 된다. 월트는 마냥 철없던 소년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타오는 굳은 살 박힌 손을 보며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월트는 단순히 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월트는 이제 이 무기력한 소년이 직업을 얻고 위기에서 벗어나 자기 길을 개척하도록 힘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다. 우연히 용기를 발휘한 뒤로 월트는 마을의 영웅이 되고 괴상하게 맺어진 이들 관계는 결국 월트를 변화하게 만든다. “자식들보다 이 사람들이 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영화 속 대사는 그들의 관계를 대변한다.  

‘그랜 토리노’는 몽족을 주요 캐릭터로 내세운 최초의 스튜디오 영화다. 몽족은 18개 부족으로 이뤄져 라오스, 베트남, 타이 등지에 흩어져 살던 소수 민족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고 어렵사리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스트우드는 ‘그랜 토리노’에서 몽족의 삶을 가능한 한 리얼하게 조명하기 위해 몽족 출신 배우들을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몽족 출신 배우는 매우 드물었다. 이에 인터넷을 통해 몽족 커뮤니티를 접촉했고 캘리포니아 프레스노, 미네소타 세인트 폴, 미시건 워런 등 미국 전역에 정착한 몽족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지며 수백 번의 오디션을 거쳐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된 ‘그랜 토리노’는 제 35회 세자르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신비로운 민족 몽족과의 유대감을 형성할 ‘그랜 토리노’는 총 134,664명의 관객을 기록했으며 9.0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으며 영화의 탄탄함을 인정 받았다.

‘그랜 토리노’는 29일 오전 07:40분에 채널 CGV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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