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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별세로 다시 보는 노회찬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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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생전에 재치있고 논리적인 입담으로 수많은 '어록'을 남기며 진보의 가치를 널리 전파한 대중 정치인이었다.

17대 총선 당시 한 방송사 토론회에서 "50년 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 먹어 판이 새까맣게 됐으니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고 '판갈이론'을 펼쳐 일약 스타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당선해 국회에 입성한 뒤 법제사법위원회 첫 국감에 임해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는데 1만명만 평등한 것 아닌가"라고 사법부를 질타해 눈길을 끌었다.

비슷한 시기 여의도 정치권에서 종북(從北) 논란이 일자 "원조 종북이라면 박정희 장군"이라며 새누리당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노 원내대표는 2013년 '삼성 X파일' 사건 폭로로 대법원에서 징역형 확정 판결을 받은 직후 "폐암 환자를 수술한다더니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개탄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왼쪽)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정미 대표. / 연합뉴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왼쪽)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정미 대표. / 연합뉴스

지난 2016년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모금 의혹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고 꼬집어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이후 확인된 현실은 그의 소신 발언 대부분이 사실에 부합하는 것임이 드러났다.

지난해 신년 연설에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20~30년간 켜켜이 쌓인 문제가 터져 국민이 분노한 것"이라며 "여기까지 타고 온 1987년식 낡은 자동차를 이제는 새 자동차로 바꿀 때가 됐다"고 역설했다.

지난 대선 당시 "요즘 국민은 심마니가 산속에서 귀한 산삼을 찾은 듯 '심봤다'고 외친다"며 같은 당 심상정 후보 지지 유세에 에너지를 쏟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의당 지지를 '사표'라고 주장하자 "제가 듣기에는 이마트 사장이 국민에게 동네 슈퍼는 다음에 팔아주라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노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을 당원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자 "냉면집 주인이 '나는 대장균에게 속았다. 대장균 단독 범행'이라고 얘기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인제 전 의원 출마 얘기가 나오자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다"며 "길 가다가 구석기시대 돌 하나 발견한 그런 것"이라고 혹평했다.

최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대해선 "값싼 쇠고기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소에 물을 먹여 쇠고기 중량을 늘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정치권 입문 전 노동운동가로서 1989년 인천민주노동자연맹을 결성,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나는 사회주의자다"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노 원내대표가 늘 독설만 내뱉은 거친 정치인은 아니었다. 주변의 소수자와 약자, 노동자에 대한 연민도 남달랐다.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두고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 동료 당직자와 보좌진, 국회 여성 청소 노동자, 국회 여성 기자들에게 장미꽃 260송이를 선물했다.

2005년부터 매년 같은 이벤트를 해온 그는 "권력의 힘으로 강제된 성적 억압과 착취, 침묵과 굴종의 세월을 헤치고 터져 나오는 현실을 보며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서 외에 노 원내대표가 마지막으로 남긴 정치적 메시지도 삼성 백혈병 피해자와 KTX 해고 노동자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이날 상무위 모두발언을 대신해 배포한 글에서 "누가 봐도 산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10여년이나 끌게 만들고, 상시적으로 필요한 안전 업무를 외주화하겠다는 공기업의 태도가 12년 동안이나 용인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전 9시 30분 시작한 상무위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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