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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박정희정권’ 때 조작된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 고문·위증한 보안사 前수사관 구형에 ‘판사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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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재심에서 위증하고 진실 규명 어렵게 해"
피해자들 "검사 구형 너무 가벼워"…엄벌 호소
판사 "법원이 제 역할 다했나…믿음 무겁게 인식"

(톱스타뉴스 장영권 기자) 2010년 재일교포 2세 간첩사건 재심에서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보안사령부 수사관 고병천(79)씨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 심리로 열린 고씨의 위증 혐의 재판에서 "고씨는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에서도 잘못을 부인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했다"며 이 같이 구형했다.

고씨는 최후진술에서 "(고문 피해자인) 윤종헌씨를 비롯한 다른 모든 피해자에게도 사죄드린다"며 "반성과 사죄의 말씀이 부족하더라도 용서해주기를 부탁드린다. 염치없지만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윤씨는 "보안사에서는 고씨뿐 아니라 수십명의 수사관들이 있었다"며 "고씨를 보안사 전체 대표라고 생각한다면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 검사 구형은 너무 가볍다"고 탄원했다.

‘박정희정권’ 때 조작된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 고문·위증한 보안사 前수사관 구형에 ‘판사 눈물’ / 뉴시스
‘박정희정권’ 때 조작된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 고문·위증한 보안사 前수사관 구형에 ‘판사 눈물’ / 뉴시스

다른 피해자 박모씨는 "고씨는 출소 전 나를 불러 "일본 가서 떠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 사람"이라며 "아직도 고통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용서'라는 글자가 우리 앞에는 없다"고 호소했다.

일본에서 온 또다른 피해자 A씨도 "범죄 시효를 따지다 보니 위증죄가 됐지만 사건의 본질은 고문"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법원이 앞으로 절대 고문행위는 용서할 수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도 "과거사위 조사 당시 다른 수사관들은 피해자 구제 위해서 가혹행위를 털어놨다. 그러나 고씨는 '고문한 적 없고, 과거사위 조사 신청자들이 다 거짓말한다'고 했다"며 "재심에서 위증한 것은 피해자가 거짓말한다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함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씨는 지난 재판기일까지도 '당시 상황이 그랬다' '다 잘못했다'고만 할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누구를 더 고문했는지 말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은 이 판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법복 소매로 이 판사가 눈물을 훔치자 법정 경위 등이 휴지를 건네기도 했다. 

이 판사는 "법원은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에도 제 역할을 다했는가. 그럼에도 법원에 다시 이 사건을 믿고 맡겨줘서 감사하다"며 "그 믿음을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여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심리해보고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지난 3일 "고씨가 불리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말해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보인다"며 재판 중 구속영장을 발부해 고씨를 구속한 바 있다.

1975년 박정희정부는 유학생을 가장한 재일동포 간첩 일당을 조작, 고문을 동반한 수사에서 자백을 받아내 실형을 선고했다. 

고씨는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수사관으로 가혹 수사를 자행했지만, 고문 등 범죄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고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28일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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