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포커스] ‘보통사람’ 손현주X장혁X김상호, 보통 아닌 그들이 던진 ‘울림’ 있는 메시지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7.03.1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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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기자]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물려줘야 할 것 아냐”
 
절묘한 타이밍에 기가 막힌 작품 하나가 극장가의 문을 두드렸다. 바로 영화 ‘보통사람’.
 
15일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왕십리 CGV에서는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그 베일을 벗었다. 이 자리에는 김봉한 감독을 비롯 배우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그리고 지승현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보통사람’ 포스터 / 오퍼스픽쳐스
영화 ‘보통사람’ 포스터 / 오퍼스픽쳐스

 
영화 ‘보통사람’은 1980년대 정치적 격동기를 배경으로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온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과 관련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의 은밀한 공작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히로인’에 이어 두 번째 장편영화 연출에 도전하는 김봉한 감독은 이날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현 시국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 지닌 의중을 묻는 질문에 “이 작품은 팩트와 픽션이 섞인 팩션이다”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감독은 “우리 영화에는 여러 가지 실제 사건들이 섞여 있다. 1970년대에 있던 최초의 연쇄 살인마를 모티브로 했고,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모티브로 가져오기도 했다. 장혁 씨가 맡은 캐릭터도 특정 인물은 아니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사람이 있다.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묘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 “1970년대와 1980년대 있었던 사건을 가지고 왔는데 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이며 작품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김봉한 감독은 “손현주 배우가 작품을 끝내고 나서 2년을 이 시나리오를 기다려줬다. 시의성에 맞춰서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라며 “원래 다른 제목이 있었는데 역설적인 제목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주변의 충고가 있었다. ‘보통사람으로 사는 게 가장 힘들고 어렵지 않나’라는 것을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손현주 / 톱스타뉴스포토뱅크
손현주 / 톱스타뉴스포토뱅크

 
갈등을 연기하는 손현주의 눈빛은 역시나 일품이었다.
 
극 중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형사 성진 역을 맡아 그야말로 ‘보통사람’을 연기한 손현주는 “만약 내가 성진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해봤다. 고민이 컸을 것 같다. ‘보통사람’은 가정을 지켜야 하는 아버지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지금의 아버지들과 그때의 아버지들이 다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라며 “영화 속 배경인 1980년대와 지금은 그닥 다를 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장이 가정을 지키려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라고 자신이 맡은 배역과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내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애써 외면한 채 틀린 선택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씁쓸하지만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끔 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리고 ‘권력의 단맛’ 앞에 ‘보통의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감독의 연출력은 잔인하리만큼 노련했다.
 
“배역은 미워하되 배우는 미워하지 말아달라” 배우 장혁이 이날 영화를 본 뒤 처음 내뱉은 소감이다.
 
그간 ‘추노’ ‘보이스’ 등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선인을 주로 연기해온 장혁은 이번에 작품 속 ‘최고의 악인’ 안기부 실장 규남으로 분했다.
 
장혁은“김봉한 감독과 처음부터 이야기 한 부분이 소신과 원칙을 따르는 인물이지만 잘못된 소신과 원칙으로 인해 변질된 캐릭터를 연기하자고 했다”라고 연기적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순수의 시대’ 혹은 ‘빛나거나 미치거나’ 때의 왕 역할을 참고하고 생각하려고 했다”라며 “자기가 생각을 했을 때는 소신이고 신념이고 맞다고 생각하지만 소통이 안됐던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감정이 나오는 순간 어떤 말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라고 역할 해석에 대한 진중한 고민도 털어놨다.

장혁 / 톱스타뉴스포토뱅크
장혁 / 톱스타뉴스포토뱅크

김봉한 감독은 현시국을 향한 의중을 담지 않았다고 손사래까지 쳤지만 ‘이게 나라냐’라는 시민들의 구호와 피켓 문구가 요동치던 팍팍한 요즘을 살아가고 있는 보통사람들이 보기에 이만큼 여러모로 시의 적절한 작품이 또 있을까?
  
극 중 독재정권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자유일보 기자 추재진으로 분한 김상호는 “내가 생각하는 보통사람들은 ‘지금 당장 뭐먹지’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소위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 직업군에서 할 수 있는 말은 하는 사람이 보통사람이라고 본다”라고 해석했다.
 
성진의 새로운 파트너로 임명된 어리바리 신참 형사 박동규로 열연한 지승현은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얘기”라며 “가족을 잘 보살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담겼다”라며 그때의 아버지가 생각이나 눈물이 흘렀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획수사의 최대 피해자 김태성 역의 조달환은 “최근 시끄러운 언론을 애써 외면했다. ‘어차피 안 변해’라고 생각했다”라며 “영화를 본 후 흘린 나의 눈물은 ‘반성의 눈물’이었다. 지금은 하나의 계단을 오른 것일지라도 힘이 보태지면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연기를 한 배우들도 제각기 다른 시선으로 저마다의 해석과 감동을 가져갔다.
 
민감한 사회문제가 골 아프다면 작품 속 아버지의 군상이 와 닿을 것이고 그간 자신의 염원을 외치며 무언가를 향해 목소리 높였던 이라면 허벅지를 내려치며 공감할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반성의 기회가 될 수 도 있지 않지 싶다.
 
‘보통사람’들의 안간힘은 울림 그 자체였고 안주하지 않고 행동하는 이들은 언제나 응원받아 마땅하다.
 
영화 ‘보통사람’은 오는 23일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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